산자부·중기부까지 원격의료···의료계 전방위 압박
규제 해소 vs 의료영리화 '충돌'···醫 '총파업 불사' 등 조율 난망
2019.10.31 12:1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시행 발표가 부처간 경계를 넘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가 ‘의료취약지 의료지원 시범사업’ 일환으로 실시하고 있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불똥이 튀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대한의사협회나 원격의료 지역인 강원도 등 지역의사회와 사전 협의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상적인 사업 추진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토부, 국가 시범도시 규제 샌드박스 활성화 사업에 ‘스마트 원격 재활치료’ 포함

국토교통부는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와 공동으로 지난 7월부터 시행 중인 ‘국가 시범도시 규제 샌드박스 활성화 사업’에 3D 카메라 센서를 활용한 ‘스마트 원격 재활치료 제공’ 등을 포함시켰다.

이 사업은 올해 2월 발표된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 시행계획에 담겨있는 핵심 서비스들을 규제 제약없이 실험해볼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기획됐다.

국토부는 이번에 선정된 사업에 실증사업 계획 수립을 위한 비용 2억~3억원을 지원한다.  수립된 계획을 금년 말 후속평가해 우수한 사업 2~3개를 선정한 후 내년부터 규제특례와 실증비용 5억~10억원을 지원하게 된다.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9일까지 핵심 분야를 공모한 결과 총 57개의 사업이 접수됐고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 심사를 거쳐 총 18개가 선정됐다. 이 중 헬스케어 관련 사업은 세종 2개, 부산 5개 등 총 7개다.

세종시에서 추진하는 헬스케어 관련사업은 ▲SK엠앤서비스(주) 등 2개 기업이 신청한 3D 카메라 센서를 활용한 스마트 원격 재활치료 제공과 ▲헬스케넥트(주) 등 3개 기업이 신청한 병원과 연계한 이송환자 응급처치, 데이터를 활용한 시민맞춤의료서비스 제공이다.

부산시는 ▲(주)에이아이인사이트 등 2개 기업이 신청한 인공지능 기반 혈관질환 예측 시스템 ▲제이어스(주) 등 4개 기업이 신청한 인공지능 기반 개인 수면, 동작패턴에 맞춤형 처방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을 추진하는 헬스케어 관련 사업을 추진한다.

여기에 ▲(주)에스씨티 등 3개 기업이 신청한 경로당 내 자가 건강관리를 위한 시니어 헬스케어 플랫폼 ▲(주)제로웹이 신청한 IoT 센서와 위치데이터를 활용한 인근 병원 추천 등 시니어 헬스케어 플랫폼 ▲(주)레몬헬스케어 등 8개 기업이 신청한 IoT 기술을 활용해 만성질환자 맞춤형 관리를 제공하는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도 포함됐다.

사업에 선정된 기관들은 연말까지 실증사업 계획서를 수립하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통해 해당 기술을 접목할 적정 실증 대상지를 찾는다.

국토부는 실증 시 예상되는 한계와 보완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하는 등 사업 시행부터 사후 관리까지 각 과정에 필요한 제반 사안을 준비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사업 선정으로 스마트시티가 규제를 넘어 혁신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 사업을 통해 기업들에게는 4차 산업혁명이, 시민들에게는 더 나은 삶을 보장하는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기부, 규제자유특구 통해 강원도 디지털헬스케어 추진

이보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세계 최초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지역을 선정, 혁신 기술 테스트는 물론 관련 기업을 집중 육성하는 규제자유특구를 전국 7곳에서 출범시켰다.

해당 지역은 디지털헬스케어를 담당하는 강원, 스마트웰니스를 담당하는 대구, e-모빌리티를 담당하는 전남, 스마트안전을 담당하는 충북,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을 담당하는 경북, 블록체인을 담당하는 부산, 자율주행을 담당하는 세종시 등이다.

특구로 지정된 지역에서는 규제 제약 없이 신기술 개발 및 새로운 사업진출의 기회를 갖게 된다. 이번 결정은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하는 최고 심의·의결기관인 규제자유특구위원회를 통해 결정됐다.

지정된 7곳의 규제자유특구에는 규제 특례 49개, 메뉴판식 규제특례 9건 등 총 58개의 규제특례가 허용된다.
특구 중 디지털헬스케어를 담당하는 강원도에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특례를 부여했다.

강원도 격오지의 만성질환자 중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1차 의료기관에서 원격으로 모니터링 및 내원안내, 상담·교육, 진단·처방을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다만 환자가 원격으로 의사에게 진단·처방을 받을 때 환자 옆에 간호사가 입회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중기부는 “민간의료기관에서 원격의료 전과정을 실증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진전과 의미가 있다”며 “특히 의료기관 접근이 어려운 격오지 환자가 자택에서 의사의 상담·교육을 받고, 의사는 환자를 지속 관찰·관리하게 돼 의료사각지대 해소 및 국민 건강증진, 의료기술 발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 외 스마트웰니스를 담당하는 대구에서는 의료기기 제조 인프라를 공유하는 사업이 진행된다. 그 일환으로 현행 의료기기 제조시설 구비의무 규정을 완화해 세계 최초로 3D프린터를 활용한 의료기기 공동제조소를 허용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그동안 첨단의료기기 제조분야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던 장비구매 비용부담을 해소해 의료기기분야 스타트업들에게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정책변화 대응 보건의료정책실장 중심 ‘스마트 헬스케어 추진단’ 출범

연초 보건복지부는 올 하반기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 41개 의료취약지에서 보건소 의사와 방문간호사 간 원격의료, 방문간호사의 처방전 대리수령 및 처방약 전달을 허용하는 ‘원격의료 지원시범 사업’을 확대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지난 8월 2일자로 복지부는 강도태 보건의료정책실장을 추진단장으로 보건의료 부서 실무자 26명으로 구성된 ‘스마트 헬스케어 규제개선 추진단’을 발족시켰다.

규제개선 추진단은 8월 2일부터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TF 성격이다. 이기일 보건의료정책관이 추진단 부단장을 맡았으며 계동청사 시절 원격의료 과도기에서 의료법을 전담했던 양윤석 서기관이 기획총괄팀장으로 임명됐다.

기획총괄팀은 건강정책과 송영조 서기관과 보건의료정책과 신제은 사무관, 의료정보정책과 이정신 사무관, 해외의료사업과 김한열 사무관, 보험평가과 나원주 주무관 등의 지원근무로 구성했다.

또 보건의료정책과 정경실 과장과 보건의료정책과 약무정책과 윤병철 과장, 보험급여과 이중규 과장, 건강정책과 김국일 과장 등도 기획총괄팀 겸임 근무를 명했다.

의료정보정책과 오상윤 과장을 추진단 시범사업팀장으로 공공의료과 정준섭 과장과 요양보험운영과 박민정 과장, 응급의료과 박재찬 과장 등이 시범사업팀 겸임 근무한다.

보건의료정책과 의료법 담당 유정민 서기관과 약무정책과 정제호 기술서기관, 보험급여과 이선식 사무관, 건강정책과 이정우 보건사무관, 공공의료과 김동명 사무관, 요양보험운영과 김효리 사무관, 응급의료과 최인수 사무관 등은 과장 소속 팀에 겸임 근무한다.

궁금증은 스마트 헬스케어 규제개선 추진단의 역할이다. 복지부는 보건의료 분야 샌드박스에 이어 규제자유특구 등 정책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스마트 헬스케어 규제개선 추진단은 변화하는 보건의료 분야 정책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구성됐다”면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는 그 중의 하나일 뿐 원격의료 허용이 추진단의 주된 목적은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복지부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원격의료를 포함 보건산업화 촉진을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시각이다.

다른 관계자는 “샌드박스와 규제자유특구 등 보건의료 범위가 확대되면서 의료법 외에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아졌다. 관련 부서가 협업을 통해 합리적인 법과 제도, 정책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봐 달라”고 말했다.

해당 지역의사회·의협 “정부 추진사업, 의료법 위반”

의료계는 해당 사업들이 의료법상 의료인 간 원격협진 허용 범위를 벗어난 명백한 의료법 위반으로 판단, 저지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을 대내외적으로 공표했다.

최근 전국의사대표자회의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 7월 발표한 대정부 6대 요구안에 ‘'규제자유특구 원격의료 추진 즉각 중단’을 추가, “정부가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전국의사총파업을 결행하겠다”고 경고했다.

중소기업벤처부가 발표한 강원도 원주시 규제자유특구 원격의료 추진 계획에 복지부까지 규제자유특구 원격의료와 유사한 시범사업을 전국 보건소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 열기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원격의료지원 시범사업 추진 예정 지역 중 한 곳인 전라북도 완주군은 9월부터 완주보건소 산하 운주·화산보건지소 등 두 곳에서 원격의료지원 시범사업을 시행을 예고했다.

이에 백진현 전라북도의사회 등 임원진은 완주군보건소를 항의방문하고 “문제의 사업을 즉시 중단하지 않는다면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함과 동시에 원격의료 저지를 위해 모든 수단을 다해 투쟁하겠다”며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대면 진료 원칙을 외면한 채 의료를 산업 육성의 도구로 삼아 힘없는 공중보건의를 이용해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행하려는 음모는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의협 관계자는 “대도시와 수도권으로 쏠린 의료자원의 합리적 배분, 환자이송 시스템의 질적 개선 등에서 방안을 모색하는 게 우선"이라며 ”원격방문 진료대상자로 선정할 환자군도 교통편의를 제공해 대면진료를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보의가 의료사고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될 위험도 상존하므로 환자와 공보의를 위해서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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