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논리 '원격의료' 단추 제대로 끼웠나
2013.11.18 07:44 댓글쓰기
경제부처가 연일 원격의료 도입에 군불을 때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멍석을 깔고, 산업자원부가 측면에서 지원하는 모양새다.

 

산자부는 지난 11월12일 원격의료가 만성질환 관리에 효과적이라는 시범사업 결과를 발표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도 이틀간 진행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원격의료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도입 논의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원격의료는 환자에게 진료 편의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산업화가 기대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보는 시각이 있다.

 

IT(정보기술) 혁명으로 국가의 부를 일군 대한민국이 차세대 먹거리로 BT(바이오기술)를 주목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 중심에 원격의료가 거론된다. BT(바이오기술)가 또 다른 잭팟을 터트려줄 것이란 기대심리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보다 경제부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이런 배경이 깔렸다. 그럼에도 경제부처가 원격의료 나팔을 부는 것은 어딘가 불편하다.

 

원격의료 논의에 우선순위가 뒤바뀐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원격의료의 본질은 환자 편의성 제고다. 산업보다 진료가 최우선 가치다. 복지부 주도로 논의하는 게 이치에 맞다. 산업화는 환자 안전과 편의성을 담보한 뒤 논의해도 충분하다.

 

산자부의 스마트케어서비스 시범사업은 공정성에서 시비가 인다. 산자부는 2010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총 355억4000만원을 투입했다.

 

이중 민간기업이 부담한 금액이 226억6000만원에 달한다. 원격의료가 제도화되면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정보통신회사가 댄 금액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산자부 시범사업 결과에 의문을 표했다. 환자 1인당 연간 1031만원을 투입해 얻은 결과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원격의료를 제공하는 스마트케어센터가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려면 일평균 4620명의 환자를 봐야 한다. 이를 전국적으로 계산하면 하루에 원격의료 서비스를 받는 사람은 340만명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일부 환자는 하루에 두 번 이상 원격의료 받아야 스마트케어센터가 적자를 면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의협은 "산자부가 자랑스러워 하며 발표한 시범사업 결과가 이 정도라면 원격의료는 사업 타당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경제부처는 원격의료 도입 부작용으로 거론되는 대형병원 쏠림현상과 대면진료 대체현상에 관한 해법도 제시하지 않았다. 권한을 행사하되, 책임은 회피하는 행태다.

 

복지부가 동네의원과 재진환자로 원격의료 대상을 제한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원격의료 이해당사자인 의사단체는 원격의료 도입에 강하게 반발한다.

 

의협은 산자부의 시범사업 결과를 반박하는 한편 정부가 제도 도입을 강행하면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보건의료제도는 국민건강과 생명이 직결된 문제이며 경제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을 얻지 못한 제도를 강행하는 건 소통행정과 거리가 멀다.  제도 홍보보다는 의료계와 대화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먼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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