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 휘말린 약사회 “강요 안했다' 해명
다이아몬드 플러스 후원금 5억 등 부스비 초고가, 업계 “홍보효과 없어”
2017.06.02 05:42 댓글쓰기

약사단체의 제약사에 대한 이른바 ‘갑질논란’이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번 논란은 대한약사회와 대한약학회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2017 FIP 서울 총회' 펀딩과정에서 터져 나왔다.


논란이 확산되자 보건복지부까지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당강매 정황 등이 포착될 경우 제재 가능성까지 열어놨다.


FIP 서울 총회 조직위원회 대회장인 대한약사회 조찬휘 회장은 1일 행사를 100일 앞두고 마련한 간담회 자리에서 이번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조찬휘 회장은 “국내 제약사들이 세계 시장으로 뻗어가려 하는 시점에서 해외 137개국에서 약사 수천명이 오는 행사에 홍보 효과가 있으리라 본다”며 “지금껏 제약사에 무엇도 강요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찬휘 회장의 설명에도 이번 논란은 쉽게 불식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논란은 약사단체 관계자들이 대거 포진한 FIP 서울 총회 조직위원회가 국내 제약사들에게 보낸 공문으로부터 시작됐다.


조직위는 공문을 통해 FIP 행사에 부스, 혹은 기부금을 참여해 달라는 내용을 제약사에 전했다. 홍보효과에 대한 설명이나 제약업체와의 사전 협의는 없었다.


조직위 측은 “안 해주면 어떻게 한다는 식의 강요가 아니라 말 그대로 안내 공문”이라고 설명했다.


강요가 없었다면 제약사 스스로 이번 FIP 서울 총회에 부스나 후원이 자사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홍보효과에 대해 제약계에 설명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지만 제약사 측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공문이 담고 있는 홍보 부스와 후원금 액수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2017 FIP 서울 총회를 후원하는 참여업체의 등급과 액수는 7개로 나뉜다. 액수를 보면 다이아몬드 플러스 5억원 이상, 다이아몬드 2억원 이상, 플래티넘 1억원 이상, 골드 5000만원 이상, 실버 3000만원 이상, 브론즈 2000만원 이상, 실버스톤 1000만원 이상 등으로 구성돼 있다.


2억원 이상 후원하는 다이아몬드 등급 혜택은 ▲부스전시 8개 제공 또는 학회 등록 가방 후원사 로고 삽입 ▲FIP 학회 무료 등록 10명 ▲Staff T Shirts에 회사로고 삽입 ▲포토존에 로고 삽입 ▲홈페이지에 스폰서 명시 등이 있다.


5억원 이상 후원하는 다이아몬드 플러스 등급 혜택은 ▲FIP 서울 총회 기간 활용되는 모든 제작물에 후원 회사 로고를 삽입하여 홍보 ▲후원사 추가 요청 시 협의 후 혜택 결정 등으로 언급 돼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011년부터 공정경쟁규약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학술대회의 경우 1부스 200만원을 기준으로 300만원까지 지급할 수 있다고 적시 돼 있다.


FIP 서울 총회가 공정경쟁규약이 적용되는 행사는 아니지만 1부스에 10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은 제약사 측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마찬가지로 공정경쟁규약이 적용되지 않는 국내에서 열리는 초대형 국제 학술대회의 최고 등급 후원액이 1억원~2억원인 것과 비교해도 최고 등급 후원액 5억원은 과도해 보인다.


이에 대해 송재겸 위원장은 “외국에서 열렸던 FIP 총회 사례를 감안해 만든 책정금”이라며 “실제로 우크라이나의 한 업체는 부스 10개에 들어오고 싶다며 연락이 와 성사됐다. 홍보에 효과가 있으니 외국 기업도 들어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업체의 부스 10개 계약 가격은 5만 달러, 한화로 약 5600만원이다. 국내 업체들은 이 가격에 부스 10개를 잡을 수 없다.


조찬휘 회장은 “사실 제약사 사정 고려했을 때 2억원까지 후원하는 업체는 없을 것”이라며 “기본 금액인 1000만원짜리를 많이 받을 계획으로 제약사에 큰 기대를 하고 진행한 것이 아니다. 논란이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억원 이상 후원할 제약사를 기대하지 않음에도 다이아몬드 등급과 다이아몬드 플러스 등급을 만들어 놓은 것은 의문이다.


FIP서울 총회의 홍보효과에 대해 제약계 관계자는 “FIP의 경우 OTC 상품이 부스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인데 국내 제약사들은 OTC 수출액이 크지 않고 주력 제품이 OTC인 경우도 많지 않아 부스 홍보효과가 큰 금액을 들인 만큼 돌아올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마저도 이번 FIP의 경우 사드 영향으로 중국 약사들의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보여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제약사가 많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약사회관 홍보관 논란 등 “거절하기가 부담”


지난해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약사회관 재건축을 추진하던 약사회는 다수의 제약사에게 신축 회관에 홍보관을 만들어 평당 3000만원에 20년 동안 임대해 주는 방식을 제안했다.


당시 약사회 관계자는 “홍보관에 들어오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전략상 맞지 않다고 판단되면 참여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설명했지만 제약사의 수익을 조절할 수 있는 약사회의 위치가 문제였다.


일각에서는 “제약사 홍보관을 왜 약사회관에 만드느냐”며 “재건축 비용을 마련하려는 모금활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논란이 일자 약사회관 제약사 홍보관 건은 이사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사라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로 국내 제약계의 구조적 문제를 꼽는다.


수 백개의 경쟁업체가 난립해 같은 약을 판매하는 국내 상황에서 제약사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약국은 이른바 ‘갑’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들이 모여 이익을 위해 뜻을 함께하는 약사단체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더욱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약사단체의 제약사에 대한 갑질논란에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익명을 요구하며 “약사단체에서는 ‘홍보의 장’을 만들어 준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제약사는 거절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위치”라며 “약사단체도 모를 리 없다”고 꼬집었다.


제약업체들을 대표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입장을 내기도, 그렇다고 안내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회원사의 고충을 모르지 않지만 그렇다고 약사단체와의 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에 대해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입장을 밝히기에 조심스런 상황”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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