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사에 '환자 정보' 팔아 넘긴 약학정보원 ‘패(敗)’
‘정보유출’ 사건 관련 첫 행정소송 선고, 민·형사소송 영향 촉각
2017.06.23 06:11 댓글쓰기

국내 환자 정보를 다국적기업에 팔아넘긴 혐의로 기소된 약학정보원이 관련 재판의 첫 선고에서 패했다. 향후 이어질 민·형사 재판에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22일 약학정보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적정결정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주장을 기각했다. 심평원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구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동의 없이 자료를 유출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행위”라며 “PM2000의 청구 프로그램과 불법인 정보자동전송 프로그램이 일체된 것으로 보고 허가를 취소한 심평원의 판단은 타당하다”며 약정원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 결과에 대해 양덕숙 약정원장은 “아직까지 드릴 말씀이 없다”며 “변호사와 상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12월 심평원은 약정원이 이름·주민등록번호·처방의약품 등 환자정보를 한국IMS헬스 팔아넘길 때 도구로 사용했다며 급여청구 소프트웨어 ‘PM2000’의 허가를 취소했다.


이는 2013년과 2014년, 검찰이 환자정보 불법유출 정황을 포착하고 약정원을 압수수색해 형사기소한 데 따른 조치였다. 이에 약정원은 곧바로 위 처분에 대한 무효소송을 행정법원에 제기했다.


PM2000은 약정원이 전국 약사들을 상대로 무료로 배포한 소프트웨어로 현재 1만여 약국에서 사용하고 있다. 행정소송 제기 당시 약정원은 가처분 신청을 통해 판결 확정까지 PM2000을 약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취소 집행을 유예받았다.


이번 허가취소 적법 판결로 15일 이후에는 PM2000을 사용할 수 없다. 다만 약정원이 항소를 제기한다면 집행이 다시 유예된다.


하지만 항소를 해 약정원이 2심에서 판결을 뒤집는다 하더라도 실익을 얻는다고 보기 힘들다. 이미 PIT3000이라는 새로운 청구 소프트웨어를 허가받아 배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PM2000에서 PIT3000으로 소프트웨어를 교체하고자 하는 약국은 프로그램을 인터넷상에서 내려 받아 설치하면 기존 자료들까지 옮길 수 있다. 구동 조건 등 사소한 문제들이 지적되지만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약정원의 더 큰 걱정은 관련사건 중 가장 먼저 판결이 난 이번 행정재판이 패소로 돌아가면서 민·형사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약정원 관계자는 “별개의 법원에서 내린 판단이라 영향이 없으리라 본다”고 일축했지만 형사·민사·행정 동시에 돌아가고 있는 약정원 정보유출 관련 사건이라 일부라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행정법원에서 PM2000의 자동전송 프로그램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다는 점을 인정한 만큼 민·형사 재판부가 참조는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형사재판에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전직 약학정보원장 2명에게 징역 3년과 징역 2년, 한국IMS헬스에게는 최고형인 벌금 5000만원에 추징금 70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아직 기일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변론은 종결돼 머지않아 선고를 앞두고 있다.


민사재판은 처방자료와 진료정보 유출을 이유로 의사와 환자 1200명이 50억원대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뚜렷이 재판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약정원 측에서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 원장의 실형과 수십억원이 달린 판결을 앞두고 내려진 관련사건에서 패소한 것은 부담일 수 있다.


전국 약사를 대표하는 대한약사회의 산하 단체인 약정원이 환자 정보를 팔아넘긴 의혹에 이어 검찰조사 과정에서 업체와 암호화 값 공유 사실까지 밝혀졌다. 일각에서는 일고있는 약사 직종 전체의 윤리의식 문제와 함께 관련 재판 향방에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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