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환자 몸에 있는 T세포(면역세포)를 조작, 암세포만 찾아 공격하는 ‘꿈의 항암제’를 두고 환자-제약사-보건당국 간 시각차가 확연하다.
특히 지난 7월14일 열린 제5차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에 노바티스 킴리아(티사젠렉류셀) 안건 미상정을 두고 환자단체는 유감을 표명했다. 보건당국은 혁신신약 접근성 강화는 필요하지만, 비용 때문에 급여화에 현실적 제약이 많다는 입장이다.
3월 5일 식약처 허가…말기 혈액암환자 1회 치료로 ‘완전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킴리아에 대해 올해 3월 5일 시판 허가를 했다. 2017년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지 3년 7개월, 지난해 초 식약처에 승인 신청서를 제출한 뒤 약 1년여 만이다.
국내선 재발성‧불응성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25세 이하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pALL)에 1인 맞춤형 항암제로 허가됐다.
킴리아는 기존 항암제와는 작용 기전이 완전히 다르다. 암을 없애기 위해 외부 물질을 가져다 쓰는 기존 항암제와 달리 자기 몸속에 있는 T세포를 활용한다.
환자에서 채취한 T세포 표면에 암세포의 특정 항원을 인지하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가 발현될 수 있도록 유전적으로 재조합시킨 후 다시 환자의 몸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세포‧유전자‧면역치료제의 특성을 모두 갖추면서 치료효과는 획기적이다. 단 1회 치료로 다른 치료 옵션이 없는 말기 혈액암 환자들을 완전 관해에 이르게 하고, 지속적인 반응을 보인다.
킴리아는 각 도입 국가별로 전문 인력과 의료기관의 훈련 및 인증 등으로 확보된 안전한 시스템, 제조 공장의 전문화된 과정을 통해 1인 환자 맞춤형으로 생산된다.
기존 의약품과 달리 고도화된 1인 맞춤형 공정 과정을 거치는데 ▲세포 채취 ▲냉동 보존 및 운반 ▲개인 맞춤형 CAR-T 세포 제조 ▲환자에게 다시 주입 등의 과정을 수반해 제조하는 첨단 바이오 의약품이다.
신수희 한국노바티스 항암제사업부 총괄은 “킴리아는 더 이상 치료 옵션이 없는 재발성‧불응 암환자들에게 장기 생존은 물론 일상 복귀까지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항암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도입 후 가능한 빠르게 CAR-T 치료가 가능토록 병원 등 관련 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해 치료센터 셋팅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암질심 미상정 두고 환우단체 불만…정부 “재정 관리-접근성 향상 고민”
한국노바티스는 ‘허가-급여평가 연계제도’를 활용, 지난 3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킴리아의 건강보험 등재를 신청했다. 이어 해당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됐던 이달 14일 열린 암질심에선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환자단체는 정부와 한국노바티스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다음 1일 제6차 암질심에 통과되더라도 건강보험 등재는 약 2개월 늦어지기 때문이다.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는 재발 또는 불응성 말기 급성림프구성백혈병 및 림프종 환자는 3~6개월 이내 대부분 사망한다. 이들에게 킴리아의 건강보험 등재는 생명줄과도 같다는 주장이다.
환우단체는 “초고가약인 원샷치료제 이슈가 이미 예견돼 있었는데도 킴리아가 나오고 나서야 뒤늦게 등재제도를 논의, 급여평가를 지연하는 정부는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킴리아는 치료효과와 삶의 질에 있어 혁신적인 치료제지만 초고가 약제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미국에서는 47만5000달러(약 5억4500만원), 일본에서는 3264만엔(약 3억4000만원)이다. 국내 비급여 약값은 약 4억6000만원(삼성서울병원 기준) 수준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킴리아가 최초 CAR-T 치료제인데다 앞으로 등재될 초고가 CAR-T 치료제 약값이나 건강보험 등재 절차의 시청각적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충분한 검토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심평원은 “혁신신약 접근성 보장을 위해 급여화는 필요하지만 장기적 효과의 근거 불확실, 투약 비용이 매우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치료 효과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건보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약제 장기 치료효과를 모니터링해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보험자 책무”라면서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환자 치료접근성 향상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철주 교수(세브란스병원 소아혈액종양과)는 “매년 발생하는 소수 어린 환자들은 생명을 두고 사투를 벌이고 있는 만큼 신속히 킴리아 치료가 가능한 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 제약사, 의료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