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미국 3대 암센터 중 하나로 불리는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MSK)에서 새로운 키메릭 항원수용체(CAR) 치료제를 선보였다.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CAR-T와 후속인 CAR-SIK에 이어 국소 부위에만 항암제를 활성화할 CAR 기술이 나왔다.
데이비드 샤인버그 미국 MSK 소속 슬로언 케터링 연구소 부소장 팀은 기존 CAR-T 치료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CAR 치료제를 설계,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화학생물학 12월 30일자에 발표헀다.
이번에 개발된 CAR 치료제의 정식 명칭은 ‘합성 효소로 무장한 살해 포’(synthetic enzyme-armed killer cell)로 샤인버그 부소장 팀은 이를 줄여서 ‘시커’(SEAKER)라고 명명했다.
CAR 치료제 기술은 특히 혈액암 분야에서 ‘원샷 치료제’ ‘꿈의 치료제’로 불리는 CAR-T 치료제로 대표할 수 있다. CAR-T 치료제는 환자 면역세포인 T세포를 변형해 제조한 세포치료제로 암세포를 직접 표적해서 공격한다.
하지만 CAR-T 치료제는 수용체에 돌연변이가 발생한 암세포는 공격할 수 없다는 단점과 함께 세포가 도달하기 쉬운 혈액암에서만 효과가 뛰어나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시커는 이 같은 약점을 항암제의 국소 적용을 이용해 극복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시커는 일종의 작은 약국 역할을 한다.
시커는 암세포를 인지‧결합하면 내부에서 설계된 효소를 방출한다. 이때 방출한 효소는 시커 투입 전 미리 투입한 비활성화된 항암제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시커가 방출한 효소로 인해 항암제가 종양 부위에서만 활성화하면서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시커가 기존 CAR-T 치료제 대비 2가지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돌연변이가 발생해 표적이 어려웠던 암세포도 공략 가능하다는 것이다. 종양부위를 직접 공격하는 방식이 아니라, 종양 부위에 도달해 일부 암세포에만 결합해도 모든 암세포에 적용 가능한 화학적 항암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까닭이다.
두 번째는 기존에 독성 우려로 인해 사용하지 못했던 항암제의 사용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시커를 활용하면 암사크린 등 세포독성에 따른 부작용으로 사용에 제한이 있었던 항암제들을 보다 폭넓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연구를 주도한 샤인버그 부소장은 “생쥐를 이용한 동물시험을 통해 이번에 개발한 시커 치료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기존 CAR-T 치료제가 한계를 가졌던 고형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 있는 접근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MSK는 미국 3대 암센터로서 CAR-T를 비롯해 CAR-CIK(사이토카인 유도 살해세포) 등 차세대 CAR 치료제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병원이다.
MSK는 국내 제약계와도 인연이 있다. 지난 7월 MSK는 미국 코이뮨과 CAR-CIK 치료제 개발 협약을 맺었는데, 코이뮨은 에스씨엠생명과학과 제넥신이 미국에서 공동 설립한 현지법인이다. 향후 씨커 치료제 또한 국내 업계와 개발 협업이 이뤄질 수 있음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