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간호계의 서열·군대문화가 원인'
2006.05.03 02:38 댓글쓰기
"동료 간호사에게서 듣는 폭언과 비하 발언 등의 인격 모독적 행위는 극심한 스트레스다.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낄 정도의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경우도 상당수다"

최근 한국에서 "한 간호사가 동료들의 따돌림을 결국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호주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간호사들 사이에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다수의 한국인 유학생들은 "한국 간호사들 사이에 존재하는 서열 문화가 과거 한국에서 문제가 된 군대문화와 너무나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결같이 꼬집는 한국 군대문화의 특징은 획일성, 집단성, 상명하복 체계의 계급성으로 대변되며 이러한 것들이 간호사들 사이에서도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주장이다.

남호주 애들레이드 시 Women and children 병원 소아과에 4년 째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 간호사 배모 (35)씨는 이번 사건을 바라보면서 "한국 간호사들 사이에 만연한 계급 문화나 왕따 문화가 이러한 일을 발생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는 "한국에서 3년간 간호사로 일하는 동안 동료 선배들로부터 따돌림은 물론 심한 언어 폭력에 시달렸다"고 고백하고 "이런 일은 유독 한국 병원에서만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라고 미디어다음의 '다음 Only'의 인터뷰를 통해 전했다.

배씨는 고질적으로 상하 관계가 엄격했던 한국의 병원 생활의 고충을 이기지 못하고 호주로 오게된 것.

호주에서 간호사로 일하기 위해 유학 온, 많은 한국 간호사들은 군대 문화와 함께 직업 환경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들은 "엄청난 양의 업무가 부과되는데다 늘 시간에 쫓기면서 환자를 돌봐야 하는 환경이 문제"라면서 "이는 간호사 개개인을 경쟁시킬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서는 동료 간호사들을 왕따시키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한다.

주목할 부분은 이러한 사건이 한국 간호사들의 근로 조건들을 고려해봤을 때 결코 간단치 않은 문제라는 점이다. 사건이 발생한 배경들 중 특히 한국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에게는 현재 너무나 많은 일들이 할당돼 있다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배씨에 따르면 "호주 간호사들은 한국처럼 많은 환자들을 간호사 한 사람이 돌보지 않는다"고 소개하고 "각 병원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한 간호사 당 약 4명의 (한국 간호사들의 경우 약 20여 명의 환자를 한 간호사가 돌봄) 환자를 돌보도록 원칙을 세웠다"는 보고다.

간호사들의 업무 역시 호주 간호사들과 한국 간호사들의 차이는 확연히 구분된다는 것.

또 배씨는 "한국 간호사들이 기본적으로 환자 돌보기는 물론, 근육 주사, 혈관주사, 정맥 주사 수액 공급 등 전문적인 의료 일 역시 간호사 한 명에만 집중된 반면 호주에서는 전문적인 일들은 해당 전문 의사들에게 각각 분배돼 있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호주 병원에서는 이런 한국 간호사들의 군대 문화와 태우기 (왕따) 문화를 결코 찾아 볼 수 없다는 것.

이에 일각에서는 "간호 인력 확충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기존 간호사들 역시 서로를 경쟁적인 관계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 서로를 존중하며 배려할 때, 상명하복의 획일적인 병원 문화 역시 서서히 바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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