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아이도 안 낳아”…묘수없는 저출산
2006.09.28 21:15 댓글쓰기
“둘째 아이를 갖기에 앞서 비용도 문제지만 아이를 믿고 맡길 데가 없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아이냐, 경제력이냐를 놓고 양자택일해야 할 처지였어요”

최근 정부의 저출산 대책과 그에 따른 출산 촉구 분위기가 여러가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작게는 자녀 없는 맞벌이 가정에 세제상 불이익을 준다는 불만으로부터 크게는 여자가 국가의 요구에 따라 애 낳는 기계냐는 항변까지….

대한간호협회 대한간호정책연구소가 오는 11월 30일까지 총4회에 걸쳐 ‘저출산 시대의 간호사 역할’이라는 주제로 간호정책포럼[사진]을 개최, 28일 첫 토론의 장을 열었다.

저출산 현상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실업률과 출산율이 이날 포럼에서 뚜렷한 반비례 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

경기가 부진하고 일자리가 줄면 아이 낳기를 기피한다는 상식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이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삼식 저출산정책연구팀장은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미혼자 비중이 각각 70.6%와 30.2%로 2000년보다 각각 14.9%포인트와 10.7%포인트 상승했다”고 보고했다.

갈수록 독신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미혼 독신자 증가는 결국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더욱이 결혼적령기 미혼남녀 절반이 결혼 후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이를 가지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몇백만원의 지원으로는 꿈쩍하지 않을 만큼 양육비와 사교육비 부담이 피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도 맥을 같이 한다.

이에 이삼식 팀장은 “거꾸로 보면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정이 단연 출산 기피 현상을 해소하는 열쇠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때문에 “출산을 선택하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돈을 써야 한다”고 충고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출산, 육아 지원대책이 단타 위주의 정책으로 흘러서는 안된다는 강력한 경고다.

이날 한양대학교 간호학과 유은광 교수는 저출산 대책 자체에도 의혹의 눈길을 던진다.

그는 “현재 저출산 대책은 저소득층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무조건 많이 낳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인구의 숫자뿐만 아니라 경쟁력도 심도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조건 저출산 위기의식을 조장하기보다 위기담론에 깔린 전제를 되짚어보자는 게 골자다.

아울러 “경쟁력 있는 인구를 늘릴 수 있는 생산적인 저출산 대책이 나와야 한다. 근시안적인 대책은 오히려 역도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피력했다.

유은광 교수는 “비교적 법도 잘 마련돼 있고 양성 평등에 대한 개념도 상당 부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를 확실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감시 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지적은 저출산은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산층 역시 절실하게 느끼는 문제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많은 재원을 투입하더라도 중산층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상대적으로 적다.

실제로 이날 보고에 따르면 성인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정부의 경제적 지원이 있으면 아이를 더 낳을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불과 2.7%만이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며 47.5%는 ‘의향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간호포럼은 28일 △‘저출산 원인 및 대응방안’에 이어 △‘저출산 시대, 정부의 정책 대응’△‘저출산 시대 간호사의 역할’△‘저출산 시대 조산사의 역할’에 대해 조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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