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료원 간호사 16명 사직···'한달여 퇴근 못해'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 후 업무 폭증, 마스크 등 보호장비 부족도 문제
2020.03.02 11:4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코로나19 전담병원인 포항의료원 간호사 16명이 동시에 사직하면서 간호인력 부족 문제가 재조명되는 양상이다.

간호사들이 사직한 주요 이유는 한 달 가까이 퇴근하지 못하고 병원에 상주하며 일해야 하는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육아까지 병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 보호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병원 환경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후 포항시는 대한간호협회에 간호인력 우선 수급을 요청, 3월 1일 15명의 지원자를 포항의료원에 배치해 문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근본적인 인력 부족 문제와 열악한 근무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포항의료원을 비롯한 타 의료기관에서도 일을 그만두는 간호사는 계속해서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포항의료원에 따르면 2월 28일부터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의료원 소속 간호사 16명이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켜 달라며 사직서를 제출하고 결근했다.

이들은 전담병원 지정 후 한 달 정도 퇴근하지 못하고 병원에 상주하며 일을 해 체력이 바닥난데다 육아 문제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포항의료원 관계자는 "맞벌이 간호사는 자녀를 맡길 곳이 없는 상황이다. 경북도가 확보한 모든 병상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간호사 충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열악한 간호사 근무 환경은 포항의료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이 대구 지역 코로나19 전담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현장의 간호사들은 인력 지원을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았다.

대구보훈병원에서는 89개 병상을 46명의 간호사들이 이틀 주기로 교대근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의료원의 경우 “외부 인력지원을 받아 8시간 2교대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더 많은 인력투입과 의료진 안전을 위한 이동식 음압기 지원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계명대동산병원 간호사는 “간호사 1명이 환자 30명 정도를 책임지고 있다”며 “인력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구 지역 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서울의료원에서도 전문병동에 간호사의 적정인력 배치와 보상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의료원 간호사는 “환자 병실 앞에서 24시간 상주하면서 환자의 상태를 살펴야 하고 방호복은 착의 후 1시간을 버티기 힘들 정도”라며 “이처럼 고생하는 전문병동 간호사에 대한 보상체계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마스크 등 보호장비를 다수 병원에서 제대로 공급하지 않는 것도 간호사 사직사유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한 병원급 의료기관 간호사는 “병동 하나 당 일주일에 마스크 한 통씩으로 제한해서 지급하는데 근무자들이 하나씩만 사용해도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병원에서는 개인적으로 사서 구매하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병원 간호사도 “기존의 수술방에서 쓰던 천마스크를 보급한 후 빨아쓰라는 얘기를 들었다. 결국 병동 내에서 사비로 사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병원 간호사는 “근무 중인 병원의 타 병동에 확진자가 입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병동당 하루에 일반 덴탈 마스크 100매를 지급하는 것이 전부다. 그마저도 환자들과 보호자들에게 지급하고 나면 직원들이 쓸 마스크가 없어 집에서 쓰고 출근했던 개인 마스크를 일할 때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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