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에서 치료받고 의원급에 입원하고
2010.12.23 03:05 댓글쓰기
[기획 상]지방환자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점점 더 가속화 되고 있다. 경부선, 호남선 KTX 개통 등 지방환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서울 대형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지방 암환자들의 ‘쏠림현상’은 더 하다. 대형병원에서 이들 환자를 모두 수용하기는 병실은 이미 포화상태.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형태의 병원이 최근 속속 생겨나고 있다. 대형병원과 근거리에 위치하면서 암 환자들에게 병실과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종 의료업이 성행하고 있다. 철저하게 그들만을 위한 병원이다. 이들 병원은 좁은 의미의 ‘되의뢰 병원’으로 숙박업과 의료기관의 모호한 경계를 낳고 있다. 치료는 대형병원에서, 입원은 ‘되의뢰 병·의원’.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 그 실태를 들여다 봤다.

“되의뢰 병·의원 아세요?”

방사선 및 항암치료 등 통원치료가 필요한 지방 암환자들은 연고지가 없는 서울 대형병원에서 치료받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서울행을 자초한 지방 암환자들은 잠잘 곳과 먹을거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암환자라는 멍에에 정 붙일 곳 없는 ‘서울’이란 낯선 곳에서 병마와 싸워야 하는 상황. 그나마 찾기 힘든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숙소인 ‘환자방’을 전전한다.

하지만 이들 시설은 단순 숙박업이기 때문에 환자들은 건강 상태를 관리받을 수 없어 심리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 또 병원으로의 이동은 혼자 알아서 다 해야 한다. 암 환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함께 생활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1~2년 사이 전적으로 지방 암환자들만을 위한 병원이 생겨나고 있어 주목된다. 대형병원에 입원할 수 없는 암 환자들을 위해 ‘맞춤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이 병원은 투병생활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천국’ 같은 곳이다. 지방 암환자들이 주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치료 이외의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근거리에 위치해 있으면서 대형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잘 받도록 입원 환자를 조력해 주는 것이 주된 기능이다.

하루에도 대형병원에 서너번 오가야 하는 환자들을 위해 이송 서비스, 즉 차량을 제공하고 아침, 점심, 저녁 모두 암환자를 위한 식사와 간식이 나온다.

병원 주변 산책로를 거닐거나 웃음치료를 위한 레크레이션실과 정신건강을 위한 음악치료실, 요가프로그램 등도 운영한다. 지방 암환자들이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각종 특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용도 크게 비싸지 않다. 대부분 최대 29병상까지만 가능한 의원급으로 1인실, 2인실, 다인실 등으로 운영된다. 다인실의 경우 비용은 하루에 3만5000원~6만5000원 선이다. 병원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여기에 교통비, 식비 등이 포함되는 경우가 보통이다.

삼성서울병원과 협력병원인 송파구에 위치한 S병원 관계자는 “이런 곳이 있는 줄 모르고 정말 고생하다가 겨우 찾아와서는 엉엉 운 환자도 있었다”며 “2년 전만 해도 이런 병원을 소개해주면 ‘감사하다’는 인사말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여러 곳이 있어 환자들은 선택의 폭이 생겼다”고 말했다.

S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보호자 박 모씨는 “암환자를 위한 일체의 서비스가 제공돼 인근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데 어려움이 없다”며 “편하게 큰 병원으로 이동하면서 투병생활을 잘 견디고 있다”고 되의뢰 병원 이용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유방암 환자가 90%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송파 P 의원 관계자는 “환자들이라고 해도 거의 환자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로 잘 어울려서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며 “올림픽공원, 석촌호수 등으로 바람을 쐬러 나갔다오면 힘든 생활을 잘 견뎌낼 수 있는 힘이 생기면서 심리적 위안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세브란스·아산 등 대형병원 주위 밀집

이런 형태로 운영되는 ‘되의뢰 병원’은 아무래도 암 환자를 전문으로 관리하다 보니 주로 빅5 등 국내 굴지의 병원 주위에 많이 몰려있다. 병원에서 십분내지 이십분 거리에 위치하고 진료 시간에 맞춰 환자를 데려다 주면서 보존적 치료를 하는 것이 주 임무다.

이런 형태의 병원 수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대략 1개 대형병원 당 적게는 네다섯개 많게는 십여 곳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협력 시스템’이 갖춰있는 곳은 삼성서울병원과 신촌세브란스병원. 보통 주치의가 입원이 필요한 ‘의뢰’ 처방을 내리면 환자와 보호자는 병원에서 안내해 준 의원 리스트를 보고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

서울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온 지방 암환자들이 통원치료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진료상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주치의는 협력병·의원 중 이 같은 시스템이 마련된 병원을 의뢰받을 수 있도록 전산에 기록을 한다.

이들 정보가 전산에 뜨면 병원 내 진료의뢰센터는 환자와 보호자들을 만나 입원 계획을 상담하고 가격, 시설, 시스템 등 원하는 조건에 맞는 의원을 소개해 준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진료의뢰센터 관계자는 “협력병·의원은 5~6곳 정도 된다. 병원 리스트를 주고 설명해주면 비용이 저렴한 곳, 편하게 있을 수 있도록 시설이 좋은 곳 등 개인 기호에 따라 선택한다”며 “의원 선택의 폭이 넓지는 않지만 최근 1년 전후에 많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되의뢰 병원’과 가장 활발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병원은 삼성서울병원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1, 2차 의료기관과 활발히 의료정보를 교류할 수 있도록 전자진료의뢰시스템(SRS)도 개설했다. ‘되의뢰 병원’이란 말을 가장 먼저 만들어낸 곳이기도 하다.

사실 ‘되의뢰 병원’이란 이런 형태의 병·의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협력병·의원 모두를 일컫는 개념이라는 게 병원측 설명이다. 당뇨병, 고혈압 등 1, 2차 의료기관으로 보내지는 만성질환자들도 포함된다.

삼성서울병원과 협력병·의원으로 체결돼 있는 암환자 입원을 전담으로 하는 이런 병원은 그래서 좁은 의미의 ‘되의뢰 병원’이라고 볼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진료의뢰센터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시스템상 의뢰가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안내를 해주고 있다”며 “이런 형태로 되의뢰 되는 경우는 극히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암 치료 중인 환자 보호자는 “진료의뢰센터에서 리스트를 주면서 친절하게 설명해 줘 생활하기 편리한 곳을 정해 입원했다”며 “이 곳에는 다른 병으로 아픈 환자는 없고, 전적으로 암 환자들이 입원해 있으면서 주 치료를 위해 거처하고 있는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방환자가 50%에 육박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은 그들이 입원해 치료받기를 원할 경우 진료의뢰센터로 직접 찾아오는 환자들에게만 ‘팜플릿’을 보여주며 안내해 준다. 특별히 시스템화 돼 있지는 않다.

서울아산병원 진료의뢰센터 관계자는 “보통 통원치료를 해야 하는데 집이 먼 지방 암환자들은 가까이에서 오가며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이런 형태의 의료기관을 소개해 준다”고 말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겨울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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