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한류, 국격(國格) 제고 큰 버팀목'
2011.01.02 21:20 댓글쓰기
[기획 6]“우리나라 의료의 최대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싱가폴의 프레젠테이션 대표 담당자가 발표를 끝내고 조용히 제게 찾아왔어요.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자신의 아이가 싱가폴에서 세 차례 수술했는데 완치가 되지 않아 한국 의료기관과 의료진을 소개시켜 달라고 하더군요. 기분이 묘하면서도 정말 뿌듯했습니다.”

한국 의료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의료홍보 대표선수’ 격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 국제의료사업단 장경원 단장은 이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우리나라 의료 수준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 수 있는 상징적인 사례다.

2008년 10년 이상 뒤처진 의료관광 사업의 후발주자로 한국이 뛰어들었지만 현재는 환자 유치를 넘어 의료진과 기술 및 의료기관 진출이 유기적으로 이뤄지는 시점까지 왔다.

첫 시작은 의료관광을 통한 환자 유치였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중증 환자들이 제 발로 찾아오는 의료의 선진성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것이 정론이다.

장경원 단장은 “한국 의료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외국에서 우수성을 증명하고 설명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높은 수준으로 올라선 한국 의료에 대한 확신이 있고 경쟁력 있는 마케팅으로 선전 중”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 의사 국내 연수, 산에 소나무 심는 작업"
현재 진흥원에서는 의료기관 수출을 돕고 외국 의료인력 국내 연수사업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의료의 한류를 탄생시키고 있다. 국내 연수사업의 경우 1년에 40~50명 정도의 연수생들을 각국에서 받고 있지만 이로 인한 효과는 상상을 뛰어 넘는다.

그는 “우리가 선별적으로 받고 있는 외국 의사들은 차세대 의료진으로 향후 그 분야의 리더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국내 병원에서 연수시키는 것이 작은 부분이라고 비춰질 수 있지만 국고를 투입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러한 인연으로 형성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의료는 날개를 다는 격”이라고 전했다.

국내 의료기관·의료진들과 긴밀한 네트워크가 형성된 상태에서 이들이 향후 해외 유수학회와 그 나라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인사로 성장, 현지에서 소화할 수 없는 중증 환자와 VIP들이 한국으로 올 수 있는 좋은 인프라를 형성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할 것이란 전언이다.

장경원 단장은 “외국의사의 국내 병원 연수는 산에 소나무를 심는 사업이다. 이들을 통해 온 해외 환자들이 국내에서 1차 진단을 하고 치료와 수술로까지 연결되는 경우가 5~10%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앞으로 그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한국의료를 알리기 위한 해외 방문이 국내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잦지만 실질적으로 외국에 알려진 국내 의료진과 기술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인지, 진흥원에서는 특별한 무기를 만드는 데 전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홍보용 국내의료기술 책자 발간을 앞두고 있는 상황.

"홍보용 의료기술 책자 발간, 줄 세우기 식 절대 아냐"
전쟁터 같은 각국의 의료 마케팅 시장에서 제대로 된 총알이 없으면 경쟁력도 없다는 것을 몸소 체득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번 우수의료기술 선정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값진 교육비를 냈다고 생각한다. 내홍을 겪기도 했지만 이번엔 철저히 홍보용으로만 제작, 한국어로 발간하지 않고 5개 국어로만 번역될 것”이라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이번 작업은 14개 학회와 병원들과 긴밀히 협조해 객관성 확보를 최우선 기치로 정해두고 추진 중이다.

장경원 단장은 “해외에 나가 실제로 부딪혀 보면 의료기술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것이 없기 때문에 우수성을 알리는데 한계가 있다. 심의와 승인을 거치는 등 협조가 많았다. 의료진들과 병원, 학회의 노력이 깃든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자료는 줄 세우기 식이 전혀 아니며, 해외 홍보용으로만 사용될 것”이라면서 “바이어들의 요구도가 높다. 경쟁력 있는 자료 제작이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의료분쟁 해결과 서비스 선진화가 남은 과제"
이처럼 대외 의료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의료계에서는 실질적인 환자 유치 등 한국의 의료 세계화를 위해서는 의료사고ㆍ분쟁 등에 대한 후속 조치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데 목소리를 같이하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는 외국 의료진이 24시간 대응할 수 있는 메디컬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의료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장경원 단장은 “대형병원을 비롯해 국가적으로 의료사고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가 이미지와 그동안 쌓아온 한국의료의 품격을 떨어뜨릴 수 있을 정도로 신뢰성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면서 “모든 문제를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과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역량을 축적하는 것이 남은 과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기술뿐만 아니라 중증질환 환자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대안 마련이 절실한 상황에서 장경원 단장이 사무국장직을 맡고 있는 국제의료협회에서는 가입된 나라와 함께 보험 상품을 개발 중에 있다.

그는 “선진국 환자들은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인식이 높다. 이해가 각국마다 다른 상황”이라면서 “새로운 상품 개발을 통해 보장성 강화 등 실제적인 기본 인프라 구축에 좀 더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 의료의 세계화를 위해 최일선에서 활동 중인 장경원 단장은 끝으로 그동안 꺼내놓지 못한 의료계를 향한 고마운 마음을 풀어놓았다.

“외국 의료진들의 국내 연수사업과 해외환자 유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많은 병원들이 서비스의 선진화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모두가 의료 발전을 생각하는 상황에서 항상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한국 의료진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 지속적인 노력과 정열이 바탕이 된다면 미래 경제를 비롯한 국격 제고에 큰 버팀목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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