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수가협상 불꽃 튀는 난타전 예상
2010.10.13 02:12 댓글쓰기
[기획 1- 하]"싸우려 하지 않겠다-물 흘러가는 대로"
남다른 각오로 임하겠다는 병협 정영호 보험위원장은 “싸우려고 하지 않겠다. 물 흘러 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임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모사와 책략으로 이뤄지는 협상이 아니라 존엄성에 바탕을 둔 결정에 이를 수 있도록 병협 역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생각처럼 약품비가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오리지널 약과 고가약의 사용이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최근 의원을 방문하던 환자들까지 병원을 방문하면서 진료 건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관측했다. 그래서일까.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겸허히 수용할 방침이라며 약품비 성과에 따른 디센티브도 감내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하게 결심한 것은 있다.

이번 협상에서는 지난해처럼 ‘부대조건’에 합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영호 보험위원장은 “지난해 약속했던 부대조건이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간다면 분명히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협상에서는 적어도 다음 행보를 미리 결정하지는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신의, 성실에 입각해 수가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는 정영호 위원장은 “연구 결과에 입각해 병원계의 적정 수가 인상분에 대해 정당하게 요구할 방침”이라고 의지를 피력했다.

급박하게 전개되는 수가 협상 테이블에서 말 한마디로 이뤄지는 계약에 대해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지난해는 언급 수준에 그쳤지만 건강보험공단의 본격적인 협상 카드로 점쳐지는 총액계약제를 염두하는 듯 보였다. 정영호 위원장은 “정말 총액계약제가 국가 발전을 위한 기전이라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 하지만 총액이라는 개념과 기준 자체를 바로잡고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약사회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박인춘 보험부회장이 총대를 멘다. 우선, 지난해 의협, 병협이 본 협상에서 타결을 못 이뤘음에도 패널티를 적용 받지 않고 되려 상향 조정됐다는 점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박인춘 부회장은 “같은 공급자이긴 하지만 ‘남의 집’ 일에 신경쓸 필요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약품비 절감이 약속이 돼 있지 않았냐. 약품비 절감에 성공했다면 인센티브를 받을 것이고, 실패했다면 감산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쓸 이유가 없다”며 독자 노선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한의협 최방섭 前보험부회장(현 대한개원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의협과 병협이 비정상적으로 수가협상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렇게 되면 한의협, 약사회, 치협은 굳이 ‘공을 들여’ 협상에 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이번 협상에서 최방섭 前부회장의 공백을 메워 오수석 보험부회장이 수가 협상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기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본 협상에서 진땀을 흘려봐야 건정심 제도개선소위에서 더 높은 수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한한’ 계산이 나오기 때문에 올해는 그야말로 변수가 상당 부분 존재한다는 논리다. 최방섭 부회장은 “약품비 절감을 바라보는 기준이 모호하다. 어떤 액수를 두고도 심평원은 약품비가 줄어들지 않았다고 주장할 것이고, 의협과 병협은 줄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견차 로 시간을 흘려 보낼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자체 노력은 기울였으나 진료 건수에서 무리였다고 변명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얘기다.

'압박 수비' 원칙 깨뜨린 멍에 벗을지 주목

그렇다면 수비진은 어떠할까. 안소영 급여상임이사는 소리를 지르지 않는 승부사로 정평이 나 있다. 만약 협상에서 소리를 질러 가장 큰 사람이 이길 수 있다고 하면 대통령도 못할 리 없을 터. 객관적이고 근거가 있어야 협상에서 승산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특유의 카리스마로 공단 수가협상팀을 이끌어 온 인물이다. 1973년 현재 보건복지부 장관인 전재희 장관과 함께 제13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내부적으로 이 분야에서 워낙 정통한 전문가이고 단장으로서도 손색이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 간의 축적된 노하우는 협상장에서 빛을 발한다. 그래서 상대편인 공급자단체의 혹자는 “비록 협상 대상이긴 했지만 협상에 임하는 태도만은 본받을만한 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 발 더 나아간 걱정(?)일까. 그는 “안소영 이사가 지난해 원칙을 깨뜨렸다는 멍에를 짊어진 상태에서 올해 협상까지 임한다면 그 간의 노력이 다 물거품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안타깝다. 사람은 아무리 잘해도 마지막 모습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며 안타까운 시선을 보냈다.

일각에서 올해에도 그 어떤 연구용역이나 근거 자료가 의미가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각 단체들이 재정 추계 등 여러 가지 전략을 세우고 있겠지만 회의적이라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치협 협상팀 관계자는 “건정심 가서 하면 될 텐데…”라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만약 공단을 상대로 “왜 못올려주냐”라고 묻는다면 당위성을 설명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2011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일정이 건강보험공단과 각 의약단체 실무자들의 간담회로 스타트를 끊었다. 이미 지난달 건보공단 15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공단 수가협상팀 2인과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간호협회 등 각 단체의 수가 협상 실무자 9인이 참석했다.

이번 수가 협상은 곳곳에 변수가 녹아있는데다 ‘약품비 절감’, ‘총액계약제’ 등 굵직한 이슈들이 직면해 있어 예년에 비해서는 실무자들이 다소 시점을 앞당겨 발걸음을 재촉한 것으로 파악된다. 향후 수가협상의 일정을 조율하고 대략적인 방향과 기조에 대해 각 단체들이 소개하는 선에서 진행됐지만 긴장감은 역력했다.

보험급여실 한만호 부장이 “약제비 절감 등에 대한 요즘 의료계의 분위기는 어떠냐”고 운을 떼면서 본격적인 수가 협상이 시작됐음을 알리기도 했다. 한만호 부장은 “아무래도 올해에는 약품비 절감과 성과, 즉 여기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며 “계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만호 부장은 “약품비 절감에 대한 이렇다할 성과가 아직까지 도출되지 않은데다 수가 협상단 입장에서는 회원 개개인마다 접점을 찾는데 고충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예정대로 진행키로 했다”고 말했다. 한만호 부장은 이어 “약품비 절감이 관건이 될 것 같다. 이번 수가협상에서는 근거있는 연구를 바탕으로 왜곡된 지출 구조를 바로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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