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성형외과 1번지 압구정동 '흔들'
2008.12.23 15:14 댓글쓰기
IMF 시절에도 끄떡없던 성형외과 1번지 압구정동이 최근 불어 닥친 경제 한파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 비급여 항목이 많은 미용성형의 경우 필수적인 진료과목이 아닌 까닭에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개원가에서는 올 겨울 강남일대의 성형외과 중 20% 정도가 도산할 것이라는 ‘12월 대란설’이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성형외과 의사들의 성역으로 여겨졌던 압구정동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편집자주]

“요즘 압구정동(성형외과) 분위기 장난 아니다. 다들 만나면 요즘 어떠냐, 환자는 있냐고만 물어본다.”

급격히 낮아진 기온 때문인지 성형외과가 즐비하게 늘어선 압구정역 주변 거리는 스산하기만 했다. 병원 대기실 또한 썰렁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불패 신화를 이끌던 종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성형외과 개원의들은 하나같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한 개원의는 “압구정 성형외과는 전체적으로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라며 “같은 건물 안에 있던 개원의들이 폐업을 신고하는 것을 보면 나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토로했다.

그 동안 압구정동의 성형외과들이 호황기를 누렸던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은 대형 성형외과들까지도 도산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개점 휴업’을 표방하며 주중에는 문을 열지 않고 주말 예약 환자들만을 받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A빌딩에 위치한 성형외과 등 임대 안내문을 붙여놓은 성형외과 건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그 중 한 부동산 업체에 전화를 걸어보니 “성형외과 매물이 아주 많다”며 반색을 표했다.

다른 개원의는 “실제로 압구정동에 있는 성형외과 의사들이 대부분 폐업을 고민하고 있는 상태”라며 “개점 휴업 상태로 병원을 유지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그런 식으로는 압구정동의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물론 요즘 같은 경기불황에 힘들지 않은 사람들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성형외과의 경우 필수 진료과목이 아니기 때문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압구정동의 경우 이미 성형외과가 포화상태였기 때문에 도산현상이 역력히 드러나고 있다는 것.

더욱이, 최근에는 경영난으로 위기에 몰린 개원의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기도 해 개원의들의 심리적인 위축은 더하다는 전언이다.

그는 “평생 공부만 해 온 의사들은 마음이 여리고 잡초같은 성향이 부족해 심리적 압박감을 잘 이겨내질 못한다”며 “경제적인 이유로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의사들의 사연을 들을 때마다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겨울이 고비…“어떻게든 버텨야”

압구정동에 위치한 성형외과 개원의들의 도산 문제는 이번 겨울을 지나봐야 뚜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추측이 우세하다. 성형외과 개원의들 사이에서 “겨울을 지내보자”는 의견이 중론인 것. 겨울이 성수기인 미용 성형의 경우, 이번 혹한을 잘 이겨내면 내년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압구정동 성형외과들은 이미 출혈경쟁을 시작했다. 한 건물을 통째로 임대하는 등 대형화 전략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인건비, 임대료 등을 줄이는 대신 할인혜택을 제공해 환자들을 유치하는 폐단 등이 발생하고 있다. 성형외과가 밀집해있는 압구정동에서는 가격 밖에는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뿐만 아니라 실력이 아닌 마케팅 전략이 병원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인식 또한 팽배한 상황이다. 각종 매스컴 및 광고판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경쟁력 있는 병원이 되기 위함이다. 자본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창출하는 등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압구정동 내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 개원의는 “예전에는 압구정동에만 들어서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했는데 이제는 그렇지도 않다”며 “지금은 5%만이 잘되고 나머지 95%는 도산하는 실정”이라고 푸념했다. 이어 “이번 겨울이 지나면 병원을 정리하거나 유지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차라리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압구정동을 피해 서초동에 병원을 차린 한 개원의는 “나도 압구정동에 있었으면 지금쯤 폐업을 고려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의사는 실력으로 승부해야 하는데 압구정동은 브랜드를 내세운 대형화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어 문제가 있다”고 쓴소리를 뱉었다.

“성형외과 1번지, 쉽게 무너지지 않아” 반론도

이러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압구정동 성형외과의 명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들도 많다. 특히 부동산 업체 관계자들의 경우 “최근 들어 성형외과 매물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그만큼 새로 들어오려는 개원의들도 많다”고 전했다.

그 동안 압구정동은 고급화 전략을 꾀하려는 성형외과 개원의들이 대거 몰리면서 명실상부 ‘성형외과 1번지’로 떠올랐고, 이렇게 구축된 이미지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고급스런 미용성형의 상징인 압구정동을 거쳤고, 경기불황으로 발걸음이 뜸해지긴 했지만 선호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른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물갈이 시기라고 보면 된다”면서 “경기불황으로 인해 경쟁력이 없는 기존 성형외과들이 물러가고 새로운 개원의들이 또 다른 경쟁력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기회에 성형외과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대한성형외과개원의협의회 정재호 총무이사는 “비급여가 많은 성형외과 만큼 철저히 시장원리에 맡겨진 과목이 없을 것”이라며 “철처히 자본주의 원리에 의해 운영되다 보니 경제 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성형외과들이 도산 위기에 처한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가격경쟁을 조율할 필요가 있으며 이미 포화상태인 의료인력을 체계적으로 조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미용성형에 대한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 등 개원가의 질을 높이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정근 홍보이사 또한 “성형외과 의사들도 능력으로 환자를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패키지 및 할인 혜택으로 성형외과를 무한 경쟁으로 몰아넣고 있는 사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8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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