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시장 개방, 효과보다 부작용 클 것'
2006.09.05 03:10 댓글쓰기
한미FTA에서의 최대 관심꺼리 중 하나는 의사 면허의 상호인정협정(MRA: Mutual Recognition Agreement) 체결 여부다. 대미 진출 활성화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며 우리 정부가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 미래가 그렇게 밝기만 할까"라는 의문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데일리메디는 MRA 체결이 갖는 의미와 전망을 짚어본다.[편집자주]

젊거나 유능한 의사들, 미국행 붐

MRA 체결은 면허의 무조건적인 인정을 의미, 한국과 미국의 의사들은 양쪽 국가에서 모두 개원을 비롯해 자유로운 진료활동을 할 수 있다.

때문에 정부 의도대로 국내 의료진들의 대미 진출이 활기를 띌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젊거나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의사들 위주로 그 현상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데일리메디가 한 의과 대학 학생들에게 질문한 결과 거의 100%가 졸업 후 미국 진출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치과대학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많은 학생들은 영어회화를 공부하는 등 준비태세에 들어가 있었다.

나이가 지긋한 분들은 아무래도 영어가 걸림돌이 돼 진출 시도가 적겠지만 임상 의료분야의 권위자들의 미국행은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력이 미국 대비 76%까지 접근해 있고 간 이식이나 특정 암 치료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는 만큼 미국 병원들이 ‘모셔가기’ 경쟁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포함 선진국 의사, 수가 문제 등으로 반응 썰렁

하지만 미국 의사들의 국내 유입 현상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가 체계가 자국보다 불리한데 굳이 문화적 차이까지 있는 한국행을 택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GDP 대비 국민의료비를 보면 미국이 14.6%인데 비해 우리는 5.3%다. 그만큼 한국의 의료서비스 시장 규모가 선진국에 비해 파이가 작다는 것으로 비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한국의 1인당 국민의료비가 607달러로 미국의 1/10수준”이라면서 “경제성으로 봤을 때 한국은 미국 의사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나가기는 하는데 들어오는 의사들은 없어 의사 기근 현상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그 갭은 우리보다 경제적 수준이 낮은 국가 출신의 의사들이 매울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3월부터 ‘외국면허 소지자의 국내 진료’가 허용될 예정이기 때문. 현재 개정법은 외국 의사와 동일 언어권 환자만을 진료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의사 기근 현상이 심화되면 의사협회 등의 우려처럼 그 범위 또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다.

의료질 급락, 정부 의료시장 전면 개방

결국 국내 의료질은 급격히 떨어지고 환자들은 진료를 위해 비행기를 탈 여지가 많다. 때문에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는 의료시장 전면개방이라는 정책변화로 이어질 소지가 큰 것이다.

정부의 최근 정책 방향을 보면 이런 우려를 예상한 듯 의료시장 개방에 방향이 맞춰져 있다고 국회 FTA특위 심상정 의원은 주장하고 있다.

즉, 외국인 전용 영리병원 설립 허용(경제자유구역법 제정. 2002년 12월)→외국 병원의 내국인 진료 허용(경제자유구역법 개정. 2005년 1월)→외국 병원의 영리법인화 및 내국인 진료 허용(제주도특별자치도법 제정. 2006년 2월)→외국 병원의 국내법인 합작투자 허용(경제자유구역법 개정. 2006년 7월 입법예고) 등이 일관성 있게 추진됐다는 것.

만약, 의료시장이 완전히 개방되면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선진의료기술 도입, 진료비 해외유출 억제, 국내병원들의 경쟁유도 등은 기대되는 효과다. 하지만 국내 의료시장 여건을 고려할 때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클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선 영리 법인 위주의 외국 병원은 선진화된 의료시스템을 앞세워 환자 유치에 열을 올릴 것이고 국내의료기관 또한 고급화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민영보험 도입까지 가세하면 보건의료체계의 상업성과 영리추구성은 더욱 심화될 것이고 결국 건강보험제도가 흔들려 계층간 의료 이용과 건강수준에 불평등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화 시대에 개방화 물결은 피할 수 없는 조건일 것이다. 하지만 한 국가의 희생이 아닌 상호발전이라는 전략이 앞서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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