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초음파, 대한민국 면허제도 근간 위협"
천영국 대한임상초음파학회 이사장
2023.01.30 05:34 댓글쓰기

최근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의료계를 뒤흔들었다.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서양의학적 방법으로 사용한다면 이원적 의료체계에 반한다’는 소수 의견이 있었지만 대법원은 이를 한의사 면허범위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많은 의료계 단체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특히 전공의를 위해 유관학회 협력 하에 초음파 교육센터를 운영 중인 대한임상초음파학회는 “교육과정이 지속적으로 보완됐다는 것만으로 한의사 초음파 사용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 의료 복잡성 고려한다고 해도 잘못된 판단"


대한임상초음파학회 천영국 이사장은 “의료인들은 법률 전문가의 전문성을 믿는 만큼 법원 판단에 왈가왈부하지 않지만 이번은 의료문화 복잡성을 감안하더라도 잘못된 판단”이라고 밝혔다.


학회는 대법원 판결문 중 소수의견에 집중했다. 2명의 재판관은 의학과 한의학 원리 및 진찰방법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어 한의사 초음파 기기 사용을 한의학적 진단행위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천영국 이사장은 “이번 사건은 초음파는 물론, CT나 MRI 등 최신 장비에 대한 제대로된 교육을 받지 않은 한의사가 사용해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판례”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약 2년 간 68회에 걸쳐 초음파 장비를 사용했음에도 진단을 제대로 못했음에도 어떤 방식으로 오류와 잘못을 지적할 방법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의사 초음파 사용으로 인한 피해 발생시 법률적 구제 어려움 큰 문제"


학회는 연간 두 차례 이뤄지는 정기 학술대회를 통한 초음파 교육을 비롯해 수시로 진행되는 핸즈온 코스, 인증의 제도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천 이사장은 “초음파는 해부학은 물론 병리학에 대한 이해, 장비의 특성을 모두 이해하는 게 기본이며 그 이후 임상에서 적절한 경험이 쌓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판결로 향후 무자격자에 의한 교육과 검사 만연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만약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법률적 구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천 이사장은 “면허와 자격으로 행위가 제한되는 분야를 단순히 교육받았다고 허용하는 것은 국가 면허제도 근간을 허무는 것이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한의사의 첨단기기 사용 관련 판결이 앞으로도 남아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0년 某한의사가 뇌신경전문 한의원을 운영하며 뇌파계 장비를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복지부가 면허정지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해당 판결은 1심에서는 기각됐지만 2심에서는 한의사 뇌파계 사용을 면허 외 의료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며 복지부가 소송비용 일부를 부담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보건복지부가 상고하면서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천 이사장은 “단순히 법 규정 여부만으로 판결이 이뤄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많은 혼란이 발생할 수 있고 피해자가 생기더라도 법에 호소할 수 없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의사와 한의사 끈임없는 다툼 지양하고 전문성 인정하며 협업하는 분위기 조성 필요"


또한 이 같은 문제 의식을 의료계 외부와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한국의료법학회, 대한의료법학회, 대한의학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법률적 판단과 의학적 판단 사이에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토론회에서 법조계는 앞으로도 직역 구분을 두고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의료인 재량이 인정되는 의료먼허 특성을 염두에 둔 것이며 기존 법리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해석을 내놨다.


천 이사장은 “법과 의학적 판단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법률 전문가들과 의학 전문가들 사이의 적극적 교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학과 한의학이 끊임없는 다툼을 이어가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며 “서로 전문성을 인정하고 협업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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