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편차…의사 '생명' vs 국민 '기타·건보'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문석균 연구조정실장 조사, "인식 차이 상당히 크다"
2023.01.30 05:55 댓글쓰기

필수의료 개념에 대한 의사와 국민 간 인식 차이가 상당히 컸다. 그러나 외상, 심뇌혈관질환 등 긴급한분야가 포함돼야 한다는 점에선 의견이 일치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문석균 연구조정실장(중앙대 이비인후과 교수)은 지난 28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KMA POLICY 특별위원회 '필수의료 정의와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이 같은 설문결과를 발표했다.


문석균 실장는 "2000년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정 후 필수의료 강화 및 확충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거론돼 왔지만, 꾸준히 통용되거나 사회적으로 합의된 정의가 부재하다"며 "정책 지원 방향성 및 우선순위를 위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은 '필수의료 개념에 대한 인식조사로, 의협 회원 1159명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작년 10월 14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됐다. 


그 결과를 보면 의사와 국민 간 '필수의료' 개념에 대한 인식 차이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필수의료'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연상되는 단어로 의사 48.3%가 '생명(vital)이라고 응답했다.


필수·기본(의료)·일차의료·3D·공공의료 등이 포함된 '기타'가 26.2%로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외과)' 11.9%, '응급 및 중증' 7.8% 순이었다.


반면 국민들은 동일한 질문에 대해 '기타'(49.7%)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복지·모르겠음·의료보장·접종·코로나 등이 기타에 작성한 답변이다. 


두번째로 많은 응답은 '건강보험'으로 18.8%(188명)를 차지했다. 이어 건강검진(11.3%), 필수(7.1%), 기본의료(6.6%), 응급 및 중증(6.5%)라고 응답했다.


또한 '필수의료 확충을 위한 국가지원 방안이 어떤 기준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느냐'는 질문에 의사의 절반가량이 '의료행위'라고 답했다. 이어 전문과목(24.1%),  질환(20.1%), 지역(7.2%) 등이 나왔다.


특히 의료행위의 경우 '진찰료'(28%), '처치 및 수술료'(27.8%) 중심으로 국가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의사들은 질환별로는 '심뇌혈관질환'(21.7%), '외상'(16.7%)을, 전문과목으로는 '외과'(16.2%), 흉부외과(12.5%)가 우선과제로 지목했다.


국가지원 방안을 위한 기준에 대해 국민의 41.4%가 '질환'이라고 가장 많이 답했고, 뒤이어 의료행위 23.1%, 전문과목과 지역은 각각 13.8% 순으로 답변했다.


'국민들에게 우선 제공해야 할 의료분야'에 대한 질의에 대해 의사는 '외상, 뇌혈관질환 등 긴급 분야'를 국민은 '암, 중증난치질환, 희귀질환 등 종증질환'을 1위로 꼽았다.


2순위로 의사는 '산모, 신생아, 어린이 의료'를 선택했고, 국민은 '외상, 뇌혈관질환 등 긴급 분야'를 지목했다.  3위로 의사는 '암, 중증난치질환, 희귀질환 등 중증질환', 국민은 '국민필수예방접종'을 꼽았다.


'국가가 필수의료 지원을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묻자 의사는 수가 정상화(41.2%), 필수의료 사고 발생 시 민·형사상 처벌부담 완화(28.8%)라고 응답했다.


국민은 '필수의료 인력 확보 정책 및 일자리 여건 조성(33.2%), 취약지 의료기관 지원 확대(18.8%)를 시급한 과제로 지목했다. 


문 실장은 "일반 국민과 의사들 간 필수의료에 대한 인식 갭이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었다"며 "그러나 외상, 뇌혈관질환, 암, 중증난치질환, 희귀질환 등과 같은 분야가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선 모두 동의해 이런 의견을 필수의료 확충 방안에 반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필수의료 활성화…제도·재정적 측면 대안 모색" 


현재 보건복지부는 긴급하게 제공되지 못하면 국민의 생명에 심각한 위험을 주는 의료, 의료수요 감소 등으로 제대로 제공하기 어려운 의료서비스를 필수의료 개념으로 정의하고, 정책을 논의 중이다.


필수의료 확충 방안 논의는 제도적, 재정적 지원이란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자에는 의료사고 및 분쟁 관련 법 정비, 근무여건 개선 등이 포함된다.


후자에는 공공정책수가 지원, 별도기금 및 예산 마련, 민간의료기관의 공공적, 공익적 기능 관련 보상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신응진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대한외과학회 이사장)은 "불가피한 의료행위로 인한 의료사고에 대해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파렴치한 행위에 대해선 처발이 필요하지만, 바이탈을 다루는 과에 치료 책임을 묻는 형사처벌은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필수의료 활성화는 둘째치고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결국 수가가 답"이라며 "그러나 현행 행위별 수가제를 그대로 적용해도 되는지, 아니면 필수의료에 맞는 지불체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어 "재원에 대해서도 기존 건보 재정으로 하석상대 방식으로 운영할 게 아니라 국민건강증진기금, 담배세나 주류세 등 추가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며 "모든 160개 시도군에서 이뤄지는 의료행위에 대해 30% 이상 가산이 돼야 해당 지역 의료기관이 살수 있다"고 제안했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필수의료 강화 정책방향이 전문의 처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며, 전문과목보다 세부 전문과목 중심으로 전환하고 응급이나 야간, 공휴일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응급 기본진료료, 응급행위, 야간 및 공휴일 근무에 대한 가산수가를 적용해야 한다"며 "지방의료 강화를 위해선 광역지자체와 협력해 상급종합병원을 지역 중심 의료기관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고, 중환자실이나 음압병실 개조비용 50%를 지원하는 등 공공정책수가를 마련해 지방의료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필수의료 해법에 대한 의료계의 제안에 대하 보건복지부는 충분히 고려해 논의 중이며,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일선 현장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형훈 보건의료정책관은 "모든 의료가 필수의료에 해당하지만, 협의체에선 최우선 분야로 '중증, 응급의료, 분만 및 소아환자'를 정했다"며 "세부 전문과 강화의 경우 장점도 있지만 같은 과 간에도 세부전문이 달라 협진이 어렵다는 의견이 있어 좀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간 의료 불균형 초래 이유 중 하나로 수도권에 상급종합병원이 몰려 있는 것과 함께 병상 관리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병상 시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제재 방안은 없는 상황인데, 필수의료 논의 과정에서 병상 관리에 대한 요구가 있어 이 부분은 꼭 풀어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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