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학교에 '공무원 간호사' 배치 사업을 구상 중인 것이 알려지자, 함께 현장에서 일하게 될 보건교사 단체가 이 같은 정책 추진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주목된다."과중했던 업무량을 덜 수 있다"는 이유 등 큰 틀에서는 동의하지만 실현을 위한 인프라 구축부터 업무범위·처우·인력 정원 관리 등 세부 방안에 대해 향후 보건교사들도 해당 논의에 참여, 구체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단법인 보건교육포럼(보건교사협회, 이사장 우옥영)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학생 건강 정책에 대한 관심과 단호한 의지 표명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최근 교육부가 중도장애학생들의 학습권 보장 방법 중 하나로 검토 중인 공무원 간호사 제도는 간호사 면허가 있지만 건강검진·응급처치·보건교육 등을 수행하는 보건교사와 달리, 공무원 간호사는 가래흡인·음식물 관 삽입 등 의료행위를 수행토록 하는게 골자다.
보건교사 한명이 다수의 학생들을 관리하는 인력 공백을 해소하고, 의료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을 돕기위한 아이디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역 병원에서 파견되는 방문 간호사가 일부 지역과 학교에서 활동 중이다.
5년 전에는 보건교사 외에 간호사 면허를 보유한 보조인력을 교내 배치하는 내용이 학교보건법(제15조의 2)에 추가됐다. 지난해에는 보조인력·보건교사에게 중도장애 학생의 석션 업무를 맡기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적·물적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결국 현장에서 제대로 실현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새 정책'에 대한 거부감이 큰 상황이라는 전언이다. 이번 공무원 간호사 사업이 현장에서 수요를 얻고 또 시행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보건교사 한명 업무 계속 늘어 불만 가중, 인프라 확보 관건"
우옥영 보건교육포럼 이사장은 최근 데일리메디와의 통화에서 "사실 보건교사들이 '더는 못 하겠다'고까지 말하는 분위기로, 현장 추가 인력 배치는 절실하다"며 "인력은 그대로인데 근래 소아당뇨환아 케어, 공기 질 관리, 결핵 검진·발생 신고 등 업무가 계속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현실적으로는 보건교사 배치를 늘리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게 안되면 이미 법률에 있는 보조인력을 배치하고 병원과 연계를 늘리거나 공무원 간호사를 배치할 수 있다"며 "인프라 확보를 전제로 보건교사 직역이 참여하는 TFT를 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이사장은 교내 간호사가 상주한다고 해도 학교와 병원 '인프라'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게 관건이라고 봤다.
그는 "학교는 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소독, 기구 관리, 폐기물 처리 등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한계가 있다. 석션 시행 중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는데 학교에서는 대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중증도가 심한 학생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지역 병원과 연계해 응급상황에 대응해야 하는데, 병원이 없는 지역 학교는 이마저도 불가하다"고 덧붙였다.
"방문 간호사, 1일 8시간 400만원 수령" 업무범위·급여·인력 유지 등 숙제
교육부는 보건복지부와 협의하며 공무원 간호사의 업무 범위 매뉴얼을 개발할 예정인데, 배치 기간 등에 따라 급여와 처우 등이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직역 간 갈등은 없겠냐는 질문에 대해 우 이사장은 "사실 지금도 병원에서 간호사가 방문해 하루에 석션 업무만 8시간 하고 400만원을 받는데, 보건교사 입장에서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 있다"며 "민감한 급여·처우 문제 역시 보건교사들과 함께 풀어나가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인력 정원 유지도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의료지원을 받던 중도중복장애 학생이 졸업하거나 전학가면 해당 인력의 필요성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지학 보건교육포럼 대표는 "학교에는 중도장애 학생 뿐 아니라 선천성 심질환, 난치성 희귀질환 등 특별한 건강문제를 가진 요양호 학생들도 있다"며 "형평성과 정원 관리 등을 고려하면 요양호 학생들도 대상에 포함해 병원과 협력하는 방안을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공무원 간호사 배치 사업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강류교 보건교사회 회장은 "학교 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뿐이다"며 "학교의 유일한 의료인인 보건교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업무환경을 개선·지원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