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인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중증질환에 비해 정책, 인력, 재정 지원이 부족한 일차의료를 필수의료에 포함시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심뇌혈관질환 예방법처럼 지난 2017년 한 차례 발의됐던 '일차의료특별법' 제정 추진도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가정의학회가 지난 3월 22일 이용빈 의원실과 함께 개최한 제2차 일차의료포럼에서 이 같은 논의가 이뤄졌다. 이번 포럼은 '일차의료 필수의료인가? 비필수의료인가'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일차의료는 환자들이 진료를 위해 의사를 만나는 첫 관문으로, 의료의 패러다임이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선진국에선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중증·응급을 필수의료로 묶어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일차의료는 비필수의료에 속해 소외되고 있다.행위별수가제 아래 의료수가도 손해를 보고 있다.
선우성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서울아산병원)은 "코로나 팬데믹 위기를 지나며 일차의료 중요성이 나타났지만, 중증질환에 밀려 소외되고 있다"며 "필수진료를 나누는 기준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심장수술, 뇌혈관수술 잘 하는 의사도 중요하지만 고혈압, 당뇨 진료를 잘해 심장수술과 뇌혈관수술이 환자를 줄이는 것도 효율적인 보건의료 운영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태 대한내과의사회 회장은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이상지질혈증, 당뇨 등 만성질환을 치료하는 일차의료 역할이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으로 필수의료가 '중증-응급'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사실 필수의료는 국민 건강을 책임지고 건강권을 보호하는 일차의료를 제외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의료계는 일차의료를 필수의료에 포함시키고, 양질의 일차의료 의사 양성을 통한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정부의 제도 및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 대안으로 일차의료특별법 재추진이 제안됐다. 일차의료가 중증질환으로 이환되는 환자 수를 줄이는데 기여하며, 질병 예방 및 건강관리에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중증질환 성적이 좋은데 문제는 너무 많은 환자가 중증으로 진행"
광주의료사회복지조합 우리동네의원 임형석 원장은 "주치의 편익 연구 진행 결과, 주치의제는 신체활동을 17% 증가, 예방접종 36% 증가, 중강도 운동실천율 증가, 미충족 의료는 더 적게 경험시켰다"고 발표했다.
이어 "호주, 캐나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주치의 보유 비율이 80~90%대에 이른다"며 "기능적 일차의료 주치의가 있는 우리나라 국민은 전체의 29.8%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임 원장은 "주치의제가 질병 이전부터 이후 단계까지 포괄적인 편익을 보이기 때문에 중증질환으로 인한 회피가능한 사망을 감소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강재헌 가정의학과 정책이사(성균관대의대)는 "우리나라는 중증진료 성적이 좋은데, 문제는 너무 많은 환자가 중증까지 간다"며 "중증질환으로 가는 환자 수를 줄이려면 양질의 일차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어 "그러나 국내에선 주치의제 시행이 어렵다"며 "국민 건강을 위해 전공에 상관없이 일차진료를 보는 의원들 비율이 늘어나야 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 정책이사는 "2017년 양승조 의원 등이 발의한 일차의료특별법이 여전히 필요하다"며 "복지부가 일차의료 육성 및 인력 양성 등 계획을 세우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재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근태 회장도 "의협 만성질환관리TF회의에서도 재추진을 논의한 바 있다"며 "심뇌혈관질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처럼 만성질환을 일차의료특별법에 넣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