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혁신은 울타리를 부수는 게 아니다. 기존에 나무로 만든 울타리를 더 튼튼한 철로 교체하는 작업과 같다. 앞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울타리를 보수, 개선해 나가려고 한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4일 식약처 출입 전문지 기자단과 가진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그동안 추진해온 업무 성과와 향후 계획 등을 밝혔다.
작년 5월 27일 취임한 오유경 처장은 같은 해 8월 규제혁신 100대 과제를 제시했다. 시대착오적이며 불합리하고 불필요한 규제들을 솎아내고 보수하기 위한 첫 행보였다.
오유경 처장은 "사람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빨간불 신호등이 필요 없듯이 불필요하고 산업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임기 초부터 규제혁신 1.0에 드라이브를 걸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100대 과제는 이행했으나, 현장에선 여전히 체감하기 어렵다고 한다. 현장에 답이 있다고 여겨 종근당과 한미약품 등 기업과 해외 규제기관 등을 방문해 의견을 경청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산업현장과 국민 의견을 적극 수렴해 오는 6월 규제혁신 2.0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규제혁신 2.0은 디지털 전환과 식의약 수출 육성을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국내 바이오헬스산업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물론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을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 아직 많지만 식약처는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게 힘을 보탤 예정이다.
오 처장은 "교수 시절 학교에서 바라봤던 것과 달리 식약처장으로 부임하고 현장을 살펴보니 바이오시밀러 개발이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신약 각 개발단계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시행착오를 줄이며 제품화 성공률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고, 다양한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투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내 바이오헬스 분야가 경쟁력을 갖고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생각"이라며 "규제기관 역량은 그 나라 안전관리 수준이자 산업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교수때와 달리 기관장으로 직접 현장 보니 국내 바이오 분야 세계적 수준"
"전문가 자문위원단 확대, 미국법 등 해외전문가 포함 글로벌 자문단 구성"
특히 식약처는 국내 바이오헬스 기업들의 해외 진출 기회 제공을 위해 현재 운영 중인 전문가 자문위원단을 국내는 물론 해외 전문인력까지 포함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다양한 식의약 전문가들을 만났다"며 "식약처는 그동안 자문위원단을 국내 전문가로 한정했는데, 우리가 글로벌 시장에 가려면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컨대 미국법 전문가가 있다면 FDA와 의약품 규제 등을 논의할 때 더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온라인 미팅도 가능한 만큼 해외 전문가들을 자문단에 포함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오유경 처장은 내부 소통도 강화하며 활기차고 개방적인 조직문화 조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직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게 동기부여에도 힘쓸 계획이다.
오 처장은 "우리 처에 3000여 명의 직원이 있지만 제가 만나는 분은 국과장님들이 대부분이다. 직원들 생각과 의견이 궁금해 '2·5·5톡', '거침없는 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처장실 오픈데이를 가져 직원들이 처장실을 둘러보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하고 있다"면서 "업무나 민원이 많은 부처이지만 직원들이 자긍성을 갖고 보람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