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진 흉부외과의사회장 "절차·내용 모두 불합리"
정맥학회 등 '하지정맥류 초음파 검사법' 문제 제기…"예외상황 대응 시 분쟁 초래"
2023.04.06 05:51 댓글쓰기

"최근에 발표된 하지정맥류 진단 초음파 검사법은 절차와 내용 모두 불합리하다."


김승진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장은 5일 대한정맥학회 등 6개 학회가 발표한 '하지정맥류 진단을 위한 근거 중심 초음파 검사법'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가이드라인 초안은 정맥학회가 만들었으며, 대한혈관외과학회,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대한외과학회, 대한외과초음파학회 등 6개 단체가 참여했다. 


정맥학회는 정맥질환은 초음파를 이용한 진단이 필수적이지만, 질환과 초음파 술기 특성상 주관적 판단 개입의 여지가 많아 하지정맥류 진단법의 기준 확립과 술기 표준화를 위해 검사법을 제정했다.


이에 대해 의사회는 가이드라인 제정에 있어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먼저, 절차적 측면에서 유관 단체의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승진 회장은 "정맥질환 증가로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게 된 것으로 안다"며 "이 과정에서 최일선에서 하지정맥류를 치료하는 개원가를 배제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러 차례 정맥학회 측에 대화를 제안했지만 답이 없다"며 "가이드라인이 미치는 영향이 큰 데  의견 수렴을 생략하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 불필요한 의료분쟁 초래 우려"


또한 가이드라인 내용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을 도입해 병원과 보험사 간 갈등을 초래할 소지가 크다는 것과 예외적 상황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김 회장은 " 이번 가이드라인은 포지티브 리스트(positive list)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 경우 조금이라도 기준을 벗어나는 행위를 하게 되면 문제가 돼 불필요한 갈등이 조장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이드라인은 진료를 표준화하고 객관화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인데, 현재 학회가 제시한 초안은 일선 진료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외적인 상황을 의료분쟁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예컨대 안내서 3-2 항목을 보면, '환자가 서 있는 자세에서 측정하고 발살비법을 쓰거나 원위부 정맥 역류를 유발하기 위해 손이나 압박 띠로 압박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는 "검사 중 예상치 않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기립성 저혈압 환자의 경우 검사 도중 쓰러져 다칠 우려가 있어 일부 병원에선 환자가 누운 상태에서 안전띠를 하고 침대를 세워 검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내서에 명시되지 않았지만 환자에게 더 안전한 방법이다. 그러나 앞으로 이 방법으로 검사할 경우 악의를 갖고 문제로 삼으면 속수무책이다.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한 교과서 내용과 다른 방식의 검사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교과서적 진료를 한 병원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승진 회장은 "교과서 '정맥질환의 진단과 치료'에선 증가파형이 가로축 위로, 역행성 혈류 파형이 가로축 아래로 위치하고 있다"며 "그러나 안내서는 역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회는 정맥학회 등과 논의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그럴 기회가 없다면 자체 가이드라인 마련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김 회장은 "정맥학회와 가이드라인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회신이 없었다"며 "의사회가 대표성이 없는 단체라고 일부러 피하는 게 아니냐는 오해까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는 개원가 회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적극 활동해온 의사단체로 대개협 산하에 있다"며 "학회는 의사회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만약 의사회의 대화 등 최소한의 제안조차 거부한다면, 개원가 자체에서 안내서를 만들거나 다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