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도 찬반 갈리는 비대면 진료 '초진'
의료계 "절대 불가" 입장 고수 속 "보편적 허용" vs "제한된 범위 예외적 허용"
2023.04.17 05:07 댓글쓰기

비대면 진료 '초진(初診)' 허용 여부를 두고 의료계와 산업계가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소비자단체는 선택권 보장을 이유로 보편적 허용을 주장하는 반면, 환자단체는 감염병 대유행 등 극히 제한적 범위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와 관련해 상호 대립하는 법안이 연이어 발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결론에 다다를지 주목된다.


한국소비자연맹 "초진 불허(不許) 시 국민 소외 가중"


소비자단체인 한국소비자연맹은 지난 13일 비대면 진료를 초진부터 허용하는 법안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냈다. 


최근 스타트업연구모임 유니콘팜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낸 것이다. 이 개정안은 비대면 진료 상시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초진부터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은 비대면 진료 상시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환자 범위를 '네거티브 규제'로 규정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가 가능토록 했다.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는데 의사가 환자에게 ▲비대면 진료 특수성 및 대면 진료와 차이점 ▲대면 진료가 권고되는 경우 ▲비대면 진료를 받는 환자가 준수해야 하는 사항 등을 설명하는 의무를 부여해 의료인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소비자연맹이 초진 허용을 찬성한 이유는 선택권 보장이다. 재진부터 제도화를 하면 워킹맘, 직장인, 맞벌이부부, 자영업자 등 많은 국민이 의료서비스에서 소외될 것이란 주장이다.


이들은 "비대면 진료에 우려가 많은 것은 사실이나 3700만 건 사례에서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 대형병원 쏠림 현상 등의 문제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외출과 짧은 휴식조차 여의치 않은 사람들이야말로 비대면 진료를 가장 필요로 하는 이들"이라며 "더 많은 소비자가 자유롭게 원하는 방식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정 직역단체 기득권과 이해관계를 지키겠다며 비대면 진료 서비스 자체를 위축시키는 우(愚)를 범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연맹은 비대면 진료 본질은 비대면이냐 대면이냐가 아닌, 의료기관 및 업계 종사자의 양심적이고 합리적인 의료행위에 있다고 봤다.


이들은 "대면 진료를 하는 일선 병·의원에서도 불법적인 진료 및 처방 범죄는 발생하고 있다"며 "비대면 진료를 올바르게 활용해 의료 서비스 양과 질을 높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초진, 제한적 범위내 예외적 허용" 


반면 환자단체는 비대면 진료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초진 허용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비대면 진료를 대면 진료와 동일하게 보편적으로 허용할 경우 비대면 진료가 꼭 필요한 환자들이 도리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달 27일 초진의 경우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유행과 같은 극히 제한적인 범위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환자단체연합회는 비대면 진료는 도서·산간·벽지 등 지리적 의료취약지 환자와 중증장애인 등 신체적으로 거동이 매우 불편·불가능한 환자가 최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비대면 진료는 재진을 원칙으로 하고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 ▲수술·항암치료·이식 등 치료 종료로 정기적으로 추적관찰을 하는 환자 ▲검사 결과 단순 통보가 필요한 중증질환자가 주 대상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상 의료기관은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하되, 상시적인 의약품 처방 환자나 결과 단순통보 환자는 병원급도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또 "비대면 진료만 하는 의료기관이 성행해 의료전달체계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기에 일일 비대면 진료 건수의 상한을 정할 필요가 있고, 비대면 진료만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환자단체연합회는 비대면 진료는 산업계, 의료계, 약사계 이해가 아닌 환자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국회는 초진 및 약배송, 수가 등과 같은 논의보다 환자와 의사 간 비대면 진료를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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