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암 수술을 받은 A씨(65세 남)는 웃는 날이 드물다. 처음 식도암 진단을 받을 때는 수술 성공만을 바랐는데, 수술은 잘 됐지만 먹는 즐거움이 사라지고 나니 이보다 고통스러운 일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멀건 죽을 먹다 보면 끼니조차 귀찮아 건너뛰기 일쑤다. 모처럼 밥 같은 밥을 먹어도 소화가 안돼 괴롭기는 매한가지다. 만나는 사람마다 “괜찮냐”고 묻는 통에 바깥 출입도 끊었다.
삼성서울병원과 삼성웰스토리가 손 잡고 A씨와 같은 식도암 생존자에게 먹는 즐거움을 되찾아 주기 위한 연구에 나선다.
삼성서울병원(원장 박승우)은 "삼성웰스토리와 공동으로 ‘식도암 생존자 건강회복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건강행동이론 기반 맞춤형 영양 중재 프로그램 개발 과제’를 수행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공동연구는 삼성서울병원의 2023년도 국립암센터 암생존자 헬스케어연구사업 차원에서 공동 진행이 이뤄졌다.
삼성서울병원은 케어푸드 개발 역량과 고객 건강관리 운영 노하우를 보유한 삼성웰스토리와 협업해 2025년 말까지 ‘식도암 생존자의 영양 중재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일반식과 맛과 영양이 유사하면서도 식도암 생존자 특성을 고려, 소화가 잘 되는 ‘식도암 생존자 맞춤식’을 개발해서 제공할 예정이다.
연구 책임자는 삼성서울병원 임상역학연구센터장 겸 암교육센터장인 조주희 교수가 맡았다. 조 교수는 국내에서 암환자 삶의 질 향상을 오랫동안 연구한 이 분야 권위자다.
케어푸드 식단 개발은 삼성웰스토리의 연구개발 전문조직인 R&D센터가 맡아서 진행한다.
식도암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5년 생존율이 30%에 불과했지만, 보건복지부가 가장 최근 발표한 2020년도 암등록통계를 보면 42%로 높아진 상황이다. 식도암 병기에서 조기인 1기에 해당하는 환자만 따로 떼어내 보면 80%에 달할 정도로 매우 높다.
식도암 환자 생존율이 늘어난 만큼 삶의 질을 빼놓고 치료 결과를 이야기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식도암 환자의 3분의 1이 조기에 발견된다는 보고를 감안하면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
문제는 식도암 수술 후 위장관 구조의 영구적 변화로 인한 영양 문제가 남는 다는 점이다. 암이 발생한 식도를 제거하고 그 자리를 위나 대장, 소장 등의 다른 장기로 재건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뾰족한 수 없이 음식 섭취를 잠시 멈추고 기다려야 한다고 안내하는 게 최선이다. 음식 섭취가 너무 힘들 땐 단백질 함유 음료 등을 이용해 식사를 대체할 것을 권하긴 하지만 이 역시 오래 지속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조주희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수술 환자 중 절반 넘게 10% 이상 체중 감소를 겪는 이유이자 환자들 회복을 더디게 만들 뿐 아니라 장기 생존율을 낮추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환자들에게는 죽고 사는 일만큼 급박하고 중요한 문제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번 과제를 반드시 성공시켜 식도암 생존자들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서울병원은 김홍관 폐식도암센터장을 연구책임자로 2027년 말까지 ‘식도암 생존자 미충족 요구 발굴 및 삶의 질 증진을 위한 임상시험 준비 코호트 구축’ 과제도 진행한다.
식도암 진단 시부터 장기 생존까지 이르는 삶의 질 변화와 생존기별 미충족 요구를 파악하고 적절한 관리로 이어지게 해 식도암 환자 회복에 보탬이 되는 게 목표다.
조주희 교수가 삼성웰스토리와 진행하는 식도암 생존자의 영양 중재 프로그램 개발과도 연계돼 상호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김홍관 삼성서울병원 센터장은 “이번 과제를 통해 영양, 삶의 질 저하 등 위험도가 큰 생존자들을 조기에 찾고 임상시험과 연결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