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제약사들이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등 직원 줄이기에 착수,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MSD 등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외에도 일부 국내 제약사들도 임직원 수가 줄어드는 등 변화가 감지된다.
우선 일동제약은 올해를 기점으로 '경영 쇄신'을 공식화했다. 불필요한 인력을 줄이고 투자 변화도 예고했다. 경쟁이 치열한 제네릭보다 신약 연구개발(R&D) 등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제약사의 ‘인력 감축’ 선언에 대해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며 향후 행보를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오너 3세 윤웅섭 대표 결정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일동제약 경영쇄신안은 임원 20% 이상 감축, 기존 임원들의 급여 20% 반납이 주요 골자다. 차장 이상 간부급 직원을 대상으로는 희망퇴직도 받고 있다. 모두 적자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직원이 줄고 있던 점을 감안하면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일동제약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경영쇄신안 발표 전 직원수를 줄여왔다.
실제로 일동제약 직원수는 지난해 1분기 1416명에서 올해 1분기 기준 1394명으로 줄었다. R&D 비중의 경우 2022년 1분기 17.0%에서 2023년 1분기 19.0%로 소폭 늘었다.
한국MSD의 경우 제너럴 메디슨(GM) 사업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공고했다.
희망퇴직 신청 직원에게는 기본 퇴직 위로금으로 근속년수 두 배에 10을 더한 개월 수 만큼의 기본급을 지급키로 했다. 한도는 48개월로, 추가 위로금의 경우 2000만원을 지급한다.
희망퇴직은 GM 사업부 직원 1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GM 사업부에서 판매하던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 시리즈'의 권리를 국내 제약사 종근당으로 넘기면서 조직 개편에 나섰다.
하지만 한국MSD 노동조합은 회사 인력감축 시도에 대해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적잖은 갈등과 대립이 예상된다.
SK케미칼·광동제약·경동제약 등도 직원 감소
이 외에도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SK케미칼, 광동제약, 경동제약 등이 인원이 줄었다.
SK케미칼의 경우 지난 2021년도 전체 임직원이 1434명에서 지난해 말 기준 1425명이 됐다.
SK케미칼은 총 인원 중 친환경 소재 사업 인원이 줄었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의약품·백신 사업부 Life Science Biz 직원 수는 오히려 662명에서 686명으로 늘었다.
광동제약의 경우 매출액이 다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직원 수는 줄어 눈에 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대웅제약, 한미약품 등이 실적 상승과 함께 인원을 늘리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실제로 광동제약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6.9% 늘었다. 하지만 직원 수는 최근 크게 감소한 모습이다. 지난해 1분기 1079명에서 올해 1분기 1051명으로 줄었다.
특히 광동제약은 사업 보고서상 핵심 연구인력으로 분류해 놓았던 4명 중 1명인 장동훈 의약개발부문장(상무)이 지난 2월 말까지 근무하다 퇴사하기도 했다.
경동제약은 영업사원의 절반 이상을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직원을 줄이고 아웃소싱 체제로 전환해 인건비를 절감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영업조직을 CSO(영업대행)로 전환하기로 결정하면서 영업인력 250여 명 가운데 180여 명을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동제약은 전 직원이 설립한 CSO와 계약 상태다.
실제로 경동제약은 지난해 대비 올해 전체 직원 수가 3분의 1 이상 줄어든 상태다. 지난해 1분기 전체 직원 수가 625명이었지만 올해 1분기 기준으로 413명으로 줄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 상황 등으로 실적이 안 좋은 기업들 사이에서 구조조정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제약사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비용절감을 이유로 이런 기조가 확대되는 것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