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진출 국내 제약사 법인장 6인 '공략법&팁'
유나이티드·JW중외·신풍·대원·삼일·대웅제약 등 노하우 공개
2023.07.21 06:11 댓글쓰기

[기획 下] 'K-제약'이 국내를 너머 해외시장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규모가 적고, 경쟁이 치열한 국내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활로 모색에 나선 것이다. 특히 베트남은 이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꼽히고 있다. 풍부한 자원과 인력, 성장의 가능성을 두루 품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베트남 시장은 높은 잠재력 만큼 위험성도 존재한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베트남 시장에 안착해 과감하게 영역 확대에 나서고 있는 국내 제약사 베트남 법인장 6인에게서 기업 소개와 시장 진출 노하우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왼쪽부터) 양진영 법인장, 양길춘 법인장, 홍상기 법인장

질문순서

1) 회사 소개

2) 성장 비결

3) 애로사항

4) 베트남 진출 팁&제언

"규제 새 판 깔리는 베트남, 韓 정부 지원 절실" (코리아유나이티드팜 양진영 법인장)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2001년 100% 지분 투자로 베트남 법인을 설립하고 2004년 호치민 부근 주요 산업단지인 빈증 VSIP 공단 내 공장을 완공했다. 이후 한국 식약처 GMP 인증은 물론 베트남 식약청 GMP 인증도 획득했다. 공장에선 연질캡슐 1억 5500만개, 경질캡슐 3400만개, 정제 1억2700만개 등을 생산할 수 있다. 


▷유나이티드제약은 '현지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현지 네트워크 확대 및 사회공헌활동에 적극 뛰어들었다. 호치민 의약학대학과 원료의약품 공동 연구개발, 생산 분야까지 협력한다. 기술이전 및 교류는 물론 글로벌 수준의 생산시설을 갖추며 현지 생산한 제품을 미얀마, 캄보디아,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로 수출하고 있다. '베트남을 아세안 시장 확대의 생산 허브'로 활용하겠다는 강덕영 회장의 계획에 따른 것이다. 또한 장학금 수여, 의약품 지원, 음악회 개최 등에 적극 나서며 베트남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지난 20년간 자리잡기까지 무수히 많은 난관에 부딪혔다. 가장 큰 허들은 '제도'와 '약가'다. 과거 베트남 정부가 한국 의약품 공공입찰 등급을 하락하면서 위기가 닥쳤다. 베트남 전체 의약품 시장은 입찰로 이뤄지는데 등급이 떨어지면 입찰 참여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 정부가 나서 중재했지만 충격이 컸다. 게다가 베트남 의약품 낙찰 기준은 '가격'이다. 제네릭 의약품의 경우 인도와 중국에 밀려 가격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기술투자를 하더라도 그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다. 


▷쉽지 않은 시장이다. 진입 장벽이 많고, 프로세스마다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그런데 최근 베트남 정부가 허가제도를 비롯해 의약품 규제에 나서고 있다. 규제산업이란 제약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판도가 바뀌는 중이다. 이런 변화의 시기, 한국 정부가 베트남 정부와 좀더 소통하고 규제 개선에 조언을 해줬으면 한다. 정부의 지원은 현지 진출 제약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회사 강점 파악 중요" (JW유비팜 양길춘 법인장)

▷JW중외제약은 베트남 현지기업 유비팜 지분 100%를 인수하며 2020년부터 본격 사업에 나섰다.  현지 기업을 인수한 까닭은 수입의약품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고, 높은 원가구조 및 가격경쟁력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현지기업 인수 당시 '인수 후 통합전략(PMI)'에 집중했다. 기존 직원들에 대한 고용 승계와 함께 수익성이 적은 기존 사업부문 유지 등 약속을 이행하며 현지화에 주력했다. 현재 JW유비팜에는 베트남 주재원 4명과 현지 채용 직원 96명이 근무 중이다. 베트남 매니저를 주축으로 직원 교육도 하며 안정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었다.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는 항생제, 항연고제 등을 생산해 현지에 공급하고, 여기서 생산한 품목은 한국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 실사에 이어 지난 5월 한국 수출 허가도 받았다. JW중외제약이 자신 있는 사업 부문은 '수액'이다. 이런 장점을 살려 고부가가치 종합영양수액은 물론 의약품, 의료기기 등을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계획이다.


▷사실 2019년 9월 베트남에 진출했는데, 코로나19가 터졌다. 인수과정에 예상치 못한 변수로 어려움이 컸다. 규제와 시스템도 난제다. 게다가 베트남에도 국제공통기술문서(CTD)가 의무화되면서 수입약도 적용을 받게 된다. 5년마다 의약품 갱신을 해야 하는데, 누가 어떤 절차로 진행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원료의약품(API) 확보도 쉽지 않다. 


▷JW중외제약 베트남 사무소를 통해 수액을 공급해왔기에 유비팜 인수 당시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사업을 하면 할수록 '우리가 베트남 시장을 잘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따라서 베트남 진출을 고려한다면 현지 시장을 파악하며 본인 회사가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제품이 강점인지 잘 검토한 뒤 뛰어들 것을 제안한다.


"베트남, 품질시장 아닌 가격시장" (신풍대우파마 홍상기 법인장) 

▷신풍제약이 베트남에 가장 먼저 진출한 제약사다. 1996년 베트남 호치민에 신풍대우파마베트남 법인 설립, 현지공장이 구축됐다.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된 의약품을 현지에 판매하고 있어 현지화가 100% 이뤄진 기업이다. 베트남에 일찍 진출한 이유는 고(故) 장용택 회장이 창업 당시부터 개도국에 만연한 질환 치료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베트남에 앞서 1988년에는 아프리카 수단, 이어 중국에도 법인을 설립했다. 

▷처음에는 전문의약품 중심의 사업을 전개했다. 워낙 오랫동안 회사를 운영해왔기에 베트남 국민에게 '신풍'이란 브랜드가 각인돼 있다. 내수 판매가 영업 매출의 90%를 차지한다. 현지 업체랑 입찰에서 맞붙다 보니 가격 경쟁에서 밀린다. 이에 영업전략을 다변화했다. 전문의약품뿐만 아니라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까지 제품 범위를 확대했다. 올해 10월 홍삼 건기식 제품 5종류를 런칭할 계획이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베트남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건기식 구매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이런 전략이 효과적으로 시장에 작동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베트남 의약품 시장은 '품질' 중심이 아닌 '가격' 중심이다. 베트남 기업과 가격 경쟁을 하기 쉽지 않다. 이런 문제를 타개해 나가는 노력은 기업의 몫이긴 하다. 또한 베트남에서 현지 인력을 관리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는데, 한국 주재원들이 이끌면서 베트남 직원들과 조화를 이루며 나가는 게 효율적이다.

▷사실 우리 회사는 다른 국내 제약사들과 달리 현지 내수시장에서 베트남 기업과 경쟁하기에 상황이 좀 다르다. 경쟁 시장 자체가 다르다. 다만, 제품 현지 판매를 오래해왔기 때문에 현지 제품 유통이나 판매에 관심이 있거나 궁금한 것이 있는 국내 기업들이 문의한다면 얼마든지 도움을 줄 수 있다. 

(왼쪽부터) 유녕환 법인장, 김희창 법인장, 김동휴 부사장

"한-베 정부, 지속적 교류 필요" (대원제약 유녕환 베트남 법인장) 

▷대원제약은 1994년 베트남을 진출, 2016년 베트남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의약품, 의료기기 수요가 증가하는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베트남 법인을 전초기지로 삼았다. 특히 베트남 법인은 대원제약 자회사의 보청기를 직접 유통하는 사업을 하며,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등 시장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대원제약은 베트남에서 의약품 유통이 쉽지 않아 헬스케어 제품을 직접 유통하고 있다. 보청기와 같은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제네릭은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개량신약은 SRA 제도 탓에 시장 진입 자체가 제한되다보니, 대원제약이 보유한 건기식이나 의료기기 중심으로 시장을 넓혀나가고 있다. 


▷제가 베트남에서 7년 정도 근무하고 있는데, 참 쉽지 않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규제도 많고, 약가는 한국과 비교하면 너무 낮다. 사업적인 부분은 각 회사들이 풀어나가야 하지만, 규제나 제도는 개별기업이 해법을 찾기 어렵다. 


▷한국 정부가 참석하는 행사들이 정례적으로 열렸으면 한다. 민관 의약품진출지원단의 베트남 방문이 크게 도움이 됐다. 베트남 의약품국과 한국 식약처가 만나 현지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나누고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기회가 지속적으로 생겼으면 한다. 뿐만 아니라 식약처가 선진화된 시스템을 공유해주는 것도 좋은 협력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베트남 정부가 유럽, 미국,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도 규제 수입을 위한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산업적 측면 큰 그림 필요" (삼일제약 김희창 베트남 법인장)

▷2018년 베트남 호치민시 사이공 하이테크 파크(SHTP)에 생산기지 구축을 시작했다. 인근에 삼성전자도 있으며 지리적, 경제적 측면에서 장점이 많은 산업단지다. 이곳을 국내를 넘어 해외 안과 시장 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삼고자 한다. 자동화된 생산공장은 최첨단 장비와 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향후 GMP 인증을 거쳐 국내와 동남아 시장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베트남에 제조공장을 설립하는 일은 무척 어려웠다. 최근 20년 간 100% 현지 투자에 나선 기업이 거의 없을 것이다. 부지 선정부터 건축 인·허가까지 끝없는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일례로 건축 허가를 받기로 한 날, 허가 기관이 바뀌었다. 호치민시가 허가를 내줄 수 없다고 해 비행기를 타고 하노이 건설부로 갔다. 한달간 기다리고 나니 이번엔 산자부로 가라고 했다. 결국 총영사관과 대사관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선 뒤에야 문제가 해결됐다. 정부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체험했다.


▷베트남 진출 과정에서 많은 조언과 정보를 들었지만,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어려웠다. 좀더 근본적으로 생각해보면 우리가 같이 가는 게 무엇인지, 특정 국가가 아닌 산업적 측면에서 큰 그림이 있으면 좋겠다. 수출 기업이 개별로 접근하다 보니 장기적 관점을 갖기 어렵다. 방향성이 있다면 각 기업이 가진 장점을 살려 체계적인 전략을 세우면서 관계를 형성하고, 제약시장에서 포지셔닝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베트남에 공장 설립 계획이 있는 제약사라면 두 가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먼저 공사 규모가 크든 작든 레벨 1 건설회사를 선택해야 순조롭게 인·허가를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베트남 공무원들이 업무에 2주 정도 소요된다고 하면 2달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 한국식으로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트라파코 김동휴 부사장) 

▷트라파코는 미래에셋대우가 재무적 투자, 대웅제약이 전략적 투자를 한 베트남 매출 2위 제약사다. 1대 주주는 베트남 국가투자공사다. 즉 로컬 기업이다. 사실 순수 로컬기업으로 나눠 집계하면 매출 1위 회사다. 허브 의약품으로 유명한 트라파코는 2만3000여 개 약국의 판매망을 갖추고 있다. 2016년 대웅제약 베트남 지사장으로 근무했으며 2018년 이사회 멤버가 됐다. 이듬해 현재 직위로 경영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트라파코는 많은 국내 제약사들과 협업하고 있다. 예컨대 JW유비팜는 트라파코를 유통사로 두고 제품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전략적 제휴를 맺은 대웅제약과는 제품생산, 의약품 유통, 연구개발 분야에서 폭넓게 협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 대웅제약 공장 직원들이 베트남에 상주하며 기술이전을 완료, 제품 상용화까지 성공하기도 했다. 


▷트라파코는 순수 로컬제약사로 매출 1위지만, 외국 지분 비중이 높은 로컬 제약사까지 포함하면 하우장제약이 매출 1위다. 그런데 1위와 2위 간 매출 규모가 2배 정도 차이난다. 트라파코는 국내 기업들과 협력하며 빠르게 1위 탈환에 나설 계획이다. 베트남 의약품 시장의 경우 규제와 약가 탓에 진입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태국이나 인도네이사, 필리핀도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다. 베트남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기에 미리 겁먹을 필요 없다. 


▷베트남은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매력적이기에 어려움이 동반된다고 생각한다. 회사의 경쟁력은 그 어려움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베트남 시장이 기회의 땅이라고 해서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회사가 시장 개척 방법을 열심히 찾고, 그 과정에서 치르는 고통의 크기가 클수록 값진 열매를 맛볼 수 있다. 만약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있다면 후발주자들이 넘쳐 날 것이다. 회사에서 파견한 임원들의 의지와 역량,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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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기 07.21 11:09
    신풍하면 떠오르는 단어 한가지.. 사기꾼, 횡령, 아가리 묵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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