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윤·최진호 기자/기획 1] 전국 수련병원 연례 최대 행사인 전공의(레지던트) 모집 시즌이 시작됐다. 전공의 모집 결과는 수련병원들의 한 해 '인력 농사' 흥망을 좌우할 뿐 아니라 자존심을 건 또 다른 승부인 만큼 벌써부터 예비전공의 모집 경쟁이 한창이다. 올해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비롯해 의료인 면허 취소 처벌 조항 강화 등 의료계 내부적으로 반감이 크면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법률이 등장해 전공의 모집 결과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정부가 내건 필수의료 살리기 '특약 처방'이 예비전공의 선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도 주목된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올해 의료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슈들이 쏟아진 가운데 2024년도 전공의 모집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5회 연속 기획으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2024년도 전공의 모집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국 수련병원들 예비전공의 모집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올해는 매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예비전공의 관심을 한몸에 받아온 '빅5' 병원도 두 팔을 걷어붙이고 전공의 모시기에 열중이다.
이들 병원은 교수와 선배 전공의가 직접 카메라 앞에서 지원을 적극 독려하는가 하면 각종 수당과 해외연수 등 의국 정책을 어필하면서 홍보하고 나서고 있다.
특히 필수의료가 국가적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소위 기피과들은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해 경쟁력을 강조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매년 미달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 '화두'
올해는 많은 수련병원이 소아청소년과 예비전공의를 사로잡을 묘수 찾기에 혈안이다. 매년 전국 거의 모든 수련병원에서 미달 사태를 빚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현실이 그대로 투영됐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서울병원은 유튜브 채널에 현직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인터뷰 영상을 게재하며 구애 작전에 나섰다. 해당 영상에서는 체계적인 교육시스템과 함께 전공의 친화적인 업무 환경으로 만족도가 높은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MZ세대가 중시하는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벨(Work-Life Balance)'을 적극 어필하는 모습이다.
아주대학교병원은 소청과 교수와 전공의가 영상에 출연하는 토크쇼 형태로 소청과만이 지닌 특장점을 내세웠다.
이들은 '의국 분위기는 어떤지', '소청과를 선택한 이유', '소청과에서 느끼는 보람' 등 다양한 질의응답으로 예비전공의가 궁금해할만한 내용으로 흥미를 이끌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도 '전문의가 진단한 소아청소년과 현실'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 예비전공의를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이 급감한 이유' 등 국내 소아진료 문제를 냉철히 짚으면서 '소청과 의사로서 가장 보람찼을 때'라는 등을 주제로 솔직담백한 얘기를 전했다.
인식 제고 나선 기피과, 병원들 '경쟁력과 차별화' 강조
올해는 이른바 '기피과'라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병원들의 노력도 엿보였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저는 외과 1년차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업로드해서 외과를 선택한 의사들이 전하는 진솔한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들은 '외과 근무해 보니 어떤가요?', '나중에 자녀가 외과의사를 한다면 추천하실 건가요?', '나중에 외과의사를 또 하실 건가요?'라는 질문으로 관심을 끌었다.
특히 심장혈관흉부외과에서는 지원자가 없다는 측면을 언급하면서도 오히려 차별성을 어필하며 경쟁력을 내세웠다.
병원 업무환경과 시설, 접근성, 각종 복지 혜택 등을 강조하는 전략도 주를 이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내과 교수와 전공의가 함께 출연하는 토크쇼로 적극적인 지원을 독려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급여가 기존 대비 150% 인상됐으며 전공의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통계 전문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강점으로 소개했다.
또 매달 100만원의 간식비를 비롯해 세브란스병원 의사들 모임 '세영회(세브란스영동)'를 통해 선후배와 연결고리를 이어갈 수 있는 장점도 강조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전공의 브이로그'를 기획해 재미를 가미한 홍보 전략을 구사했다. 특히 빵과 라면 등 다양한 간식이 무료로 제공되는 측면과 헬스장 등 다양한 복리후생을 내세우며 예비전공의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자 했다.
이 밖에 울산대학교병원은 내과, 신경외과 등 각 과목 조교수 등이 직접 나서 전공 과목에 대한 장점을 설명하거나, 자신의 전공의 시절 경험 등을 공유하며 정론법을 선택했다.
특히 각 과 별로 차이가 있지만 국내외 학회 참여 금액과 교통비 등을 지원하거나, 입원 환자 수 상한제, 강화된 술기교육, 유연한 스케줄, 지역 내 유일 대학병원 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동산병원은 수련보조수당 지급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주목을 끌기도 했다.
수당이 지급되는 과는 내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를 비롯해 진단검사의학과·병리과·핵의학과·방사선종양학과 등이다.
어려운 필수의료, '사명감' 호소 등 정면돌파도
필수의료과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사명감'으로 정면돌파하는 곳도 포착됐다.
서울아산병원은 응급의학과 예비전공의 모집 공고에서 '진정한 중환을 만나고 싶은가'라는 파격적인 글을 게재하며 화제를 모았다.
응급의학과는 해당 공고 글에서 "수련 과정이 편하고 응급의학과를 쉽게 트레이닝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공고도 많다. 그러나 서울아산병원, 저희 의국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운을 뗐다.
이어 "4년 동안 그만두고 싶은 일도 많을 것이고 환자를 보다 지치는 일도 무수히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경험은 훌륭한 의사를 만드는 데 필수불가결하다"고 강조했다.
학과는 또한 "수 없이 환자를 보고, 힘들 것을 각오하고, 도전하고자 하는 응급의학과 의사를 환영한다. 한 명의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고 전했다.
이어 "많은 환자가 내원하는 병원답게 희귀질환부터 중증질환까지 다양한 환자 케이스와 각종 술기를 연마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빅5 병원 중에서도 가장 높은 중증도를 자랑하는 응급실로 세상의 모든 중환은 서울아산병원으로 온다. 중환의 바다가 무엇인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끝을 맺었다.
한편, 데일리메디는 이번 2024년도 전공의 전형 역시 각 수련기관별 원서접수 현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할 예정이다.
보도는 원서접수 마감일인 12월 6일(레지던트) 오후 5시, 2022년 1월 26일(인턴) 오후 5시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