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원 임상시험 활발…제약사 실패시 책임은
임상 축소 등 '부작용' 우려 제기…"정책 효과성 높은가" 의구심도
2024.01.24 06:52 댓글쓰기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을 통한 신약개발 등 임상시험이 활발하다. 제약바이오 산업이 국가 전략 산업이 되면서 지원 확대도 점쳐진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정부 R&D 예산은 24조 2363억원으로 이 중 생명 및 보건의료 카테고리에만 약 3조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정부가 “바이오경제 2.0을 추진하면서 오는 2030년까지 바이오 신약 등 생산규모 100조원 달성 계획”도 밝혔다. 


이를 위해 중소 및 중견기업에 15조 이상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산업부는 월드클래스300, 월드클래스플러스 사업을 통해 중소, 중견 기업을 선정하고 혁신역량을 보유한 기업들에게 R&D, 컨설팅, 신규 지원시책 발굴 등을 지원한다. 


임상시험 승인, 2021년 679건에서 2022년 595건으로 감소


올해 선정된 기업들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3분의1 가량을 차지했다. 문제는 정부의 지원 예고가 무색하게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 임상시험 중단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2021년 679건에서 2022년 595건으로 줄었다.


그래선지 일각에서는 정부 지원만 받고 성과는 내지 못하는 이른바 ‘먹튀’ 형태의 바이오 기업이 나올 가능성에 대한 문제도 있다. 


R&D 실패와 관련해 강력한 패널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코로나19 전후로 회사명에 바이오를 붙여 상장하는 ‘IPO 장사’가 암암리에 일어나고 있는 만큼 정부 R&D를 떼어가는 소위 좀비기업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부 지원 효과성 지적, 다각적 검토 필요"


윤석열 정부는 ‘R&D 이권 카르텔’에 대한 비판과 함께 내년도 일부 분야 예산 삭감을 지시했다. 예산도 예산이지만 R&D 지원 시스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올해는 진원생명과학, 엔지켐생명과학, 파미셀, 알리코제약 등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임상시험 축소 등 변화가 감지된다. 


실제로 알리코제약의 경우 연구개발 진행 중이던 고혈압 적응증 등 개량신약 다수 품목의 임상시험을 지난해 중단하기도 했다. 


개발 중 제네릭·특화제네릭(허가완료 제외) 및 개량신약이 30개 품목에서 16개로 줄었들었다.


결국 임상을 1년 새 중단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만큼, 추후 정부 지원을 받는 제약바이오 업체 중 성과가 나지 않는 경우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 지에 대한 문제도 제기돼 왔다.


일부에선 정부 지원 효과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신약개발 등 R&D에 많은 기간이 소요되는 산업 특성이 다양한 것처럼 리스크 등 보다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지난 2019년 공개한 ‘정부 중견기업 지원사업 성과와 문제점’ 보고서를 통해 ‘월드클래스300’이 정책 지향성과 사업목표를 명확하게 수립하고, 사후평가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이어 2021년 발표한 ‘정부R&D 사업화 성과 제고를 위한 관리개선 방안’ 보고서에서도 정부 R&D 정책이 연구개발 성과 확산(제품의 사업화) 측면에서 다소 소홀하다고 평가했다.


감사원은 “월드클래스300 선정 및 R&D 지원의 효과에 대해 다각적으로 분석했으나 R&D 집약도, 매출액 증가율 및 고용 증가율에 있어 효과가 있다는 명확한 결론을 내릴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업 계획 및 추진을 위해 사전적으로 요구되는 계획 구체성, 정책 일관성 및 추진체계, 사업 추진상 위험요인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부족할 개연성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 개입이 선별적·전략적 산업정책으로서 정책 지향성의 전략적 고려 없이 기업단위에 중점을 뒀다”며 “성장성과 혁신성 등 우수한 기업특성이 있어도 산업적 차원에서는 여전히 기존의 비교우위를 강화하는 추격형 산업에 집중됨에 따라 산업 육성이나 기술 개발보다는 요소기술 확보 중심의 나눠주기식 R&D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환수 정책이 자칫 기업에겐 패널티로 작용할 수 있어"


반면 기업에 대한 패널티가 가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부는 월드클래스플러스 기업 지원의 경우 특정 과제에 대한 성과를 충족하지 못하거나 지원금에 대한 목적 외 사용 사실이 적발되는 경우 지원금에 대해 환수 조치를 할 수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관계자는 “아직 월드클래스플러스 지원 사업을 통해 과제 지원기간이 마무리 된 기업이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과제의 목적에 맞지 않은 사용이나 실패 등 상황에 있어서는 지원금 환수 등 패널티가 있다”고 말했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상근이사는 “정부 연구개발 사업은 모든 부처가 기본적인 룰이 정해져 있다”며 “법령으로 연구를 제안해 신청하는 것이고 그것을 정해진 어떤 계획이 있다면 달성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를 하다 보면 실패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정부가 보조를 하는 국가적인 차원의 의미가 있는 것이고,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에 따라서 패널티를 주면 기업에겐 오히려 가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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