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이 지노믹트리, 큐라티스 등 바이오 기업에 잇따라 투자한 데 이어 레고켐바이오를 인수하며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
다만 기존 사업과 다른 업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자 주주들 사이에서는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과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 15일 "5500억 원을 투자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지분 25%를 확보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지분 인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및 구주 매입을 통해 이루어지며, 인수 주체는 홍콩 소재 오리온 계열사인 팬오리온코퍼레이션으로 중국 지역 7개 법인 지주사다.
오리온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5만9000원에 796만3283주를 배정받고, 구주는 창업자 김용주 대표이사와 박세진 사장으로부터 기준가 5만6186원에 140만주를 매입해 총 936만3283주를 확보함으로써 전체 지분 25% 이상을 갖는 최대주주가 된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를 계열사로 편입하며, 기존 경영진 및 운영 시스템은 변함없이 유지한다.
지난 2017년 바이오 사업 진출을 선언한 오리온은 2019년 주주총회에서 △바이오의약품, 의생명과학제품 개발, 제조, 상업화, 유통, 수출, 판매사업 △신의약품 제조 관한 연구개발 등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하며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2020년 10월에는 중국 국영 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과 바이오 사업 진출을 위한 합자계약을 체결했으며, 2021년 3월 합자법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생물과기개발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이후 2021년 5월 국내 암 조기진단 전문기업 '지노믹트리'와 대장암 조기진단 기술 도입 본계약을 체결했으며, 같은 해 11월 중국 내 암 체외진단 제품 양산을 위한 현지 생산 설비 구축을 완료했다.
2022년 3월에는 큐라티스와 2000억 원 규모의 결핵백신 공동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합자법인을 설립해 성인용 결핵백신을 개발에 나섰다.
2022년 11월에는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고 자회사로 편입했다. 오리온홀딩스와 치과 질환 치료제 개발업체인 하이센스바이오가 각각 60%, 40%의 지분을 투자했다.
오리온은 지난해 알테오젠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다만 최종 서명 직전에 딜이 무산되면서 새로운 바이오 기업 물색에 나섰고, 최종적으로 레고켐바이오를 인수하게 됐다.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 인수로 지속 성장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와 신사업인 바이오 분야의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독자 연구개발한 차세대 ADC기술을 기반으로 신약을 개발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기술 이전 계약은 총 13건으로 기술이전료만 8조7000억 원에 이른다.
반면 오리온 주주들 사이에서는 레고켐바이오 인수로 오리온 실적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레고켐바이오의 영업손실은 500억 원 수준으로, 손익이 연결 회계 처리되면 오리온의 영업이익은 감소할 수 있다.
이 같은 우려로 인수 발표 직후인 16일 오리온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7.51% 폭락한 9만66000원에 마감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제과사업 회사의 바이오 사업 투자 확대로 인해 음식료 업체가 보유한 실적 안정성 측면의 투자포인트가 희석되고 이종 사업 투자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이 확대될 수 있다"며 "기존 투자자들의 포인트가 이번 신규 지분 투자 방향성과 배치될 수 있어 주주 구성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주가 밸류에이션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레고켐바이오에 대해 연결 회계 처리된다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0% 이상 하향 조정되면서 전사 실적 가시성이 크게 낮아질 전망"이라며 "반면 지분법 회계 처리될 시 연결기준 영업이익에 대한 악영향은 없고 연결기준 지배주주순이익이 2~3% 정도 하향 조정되면서 손익 측면 악영향이 연결 회계 처리 대비 최소화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