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약품이 지난해 흑자 전환에도 불구하고 자본잠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 비중이 늘어난 것 등이 영향을 미쳤다.
알앤에스바이오와 진행 중인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송충당부채액이 늘고 있고 광고선전비 등도 계속 확대돼 재무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은 모습이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T&G 자회사 영진약품(대표 이기수)은 지난해 매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부채비중 확대 등으로 올해도 부분 자본잠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처음으로 부분 자본잠식 이후 2024년까지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늘며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
영진약품은 2021년과 2022년, 매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결손금이 크게 늘었다. 2021년엔 영업손실 138억원, 당기순손실 115억원, 2022년엔 영업손실 73억원, 당기순손실 21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의 경우 매출액, 영업이익이 각각 2520억원, 87억원으로 선방했지만, 기존에 있던 누적 손실액과 부채비용 확대로 이익잉여금이 줄었다.
앞서 영진약품의 이익잉여금은 2020년 124억원, 2021년 28억원을 기록했는데, 2022년 결손금 전환으로 –121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178억원, 2024년엔 -176억원의 결손금을 기록했다.
연속된 부채 증가로 인해 결손금이 크게 줄어들지 못했고 자기자본도 크게 늘지 못해 기존 부분 자본잠식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자본잠식률 2022년 1.7%·2023년 1.9%·2024년 1.7%
자본잠식은 자기자본이 줄어 들다가 잉여금이 바닥나 납입자본금을 까먹는 것을 말한다.
순이익이 줄어 적자가 쌓이면서 자기자본이 줄어들고, 결국 최초 자본금보다 적어져 역전되는 것을 ‘부분 자본잠식’, 자기자본이 마이너스로 전환하는 경우 ‘완전 자본잠식’으로 일컫는다.
영진약품 자기자본을 살펴보면 지난 2020년 1144억원, 2021년 1048억원, 2022년 898억원, 2023년 896억원, 2024년 898억원을 기록했다. 초기 자본금은 914억원이다.
결국 2022년부터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였던 것으로, 그 해 자본잠식률은 1.75%다. 2023년에는 자본잠식률 1.96%, 2024년에는 1.75%를 기록했다.
지난해 흑자 전환에도 불구하고 알앤에스바이오와 손해배상소송의 패소로 배상금 및 지연이자 등 판결액 '163억원'이 소송충당부채로 인식돼 자본잠식률이 확대됐다.
영진약품의 부채액은 지난 2023년 1369억원에서 2024년 1444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해당 소송은 알앤에스바이오가 영진약품 천연물 아토피 신약 ‘유토마’를 판권을 들여온 이후 사업화 과정에서 지속적 행정처분, 시장 퇴출 등으로 2019년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처음 제기됐다.
2023년 1심에서 알앤에스바이오가 일부 승소판결 받았다.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알앤에스바이오는 판결액 94억원에 더해 49억원을 더 배상해야 한다며 소송이 장기화되고 있다.
특히 영진약품은 관련 판결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연이자 등 분기별 지연손해금을 소송충당부채에 가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소송충당부채 추정액는 163억원까지 늘었다.
영진약품은 당장 부분 자본잠식 상태지만 수익성 회복은 물론 소송에 대한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영진약품으로서는 관련 소송 문제를 매듭짓는 것도 하나의 과제가 됐다.
영진약품의 경우 아직 부분 자본잠식 상태이지만 완전 자본잠식에 빠지면 부실기업이라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완전 자본잠식에 빠지게 될 경우 청산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자본잠식은 최대한 빨리 상황을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면서 "상황이 지속되면 은행은 돈을 회수하기 시작한다. 결국 자산을 증가시키거나 수익성을 극대화하던가, 아니면 자산재평가 및 무상감자, 유상증자 등이 방법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