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바이오베터(Biobetter)’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단순 복제를 넘어 효능, 편의성, 안전성까지 개선한 진화형 바이오의약품으로 주목 받는 상황이다. 이 중 ‘램시마SC’는 기존 인플릭시맙 정맥주사(IV)의 한계를 뛰어넘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특히 최근 열린 제45회 대한류마티스학회 춘계학술대회(KCR2025)는 램시마SC의 임상적 성과와 실질적 치료 가치를 집중 조명하며, 의료 및 산업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단순 제형 변경을 넘어 류마티스 질환 치료의 새로운 기준으로 급부상하는 모습이다.
인플릭시맙 피하주사(SC) 제제 ‘램시마SC’가 기존 정맥주사(IV) 제형의 한계를 넘어선 ‘바이오베터’로서의 뚜렷한 임상적 가치를 입증하며 의학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대한류마티스학회가 주최하는 국내 최대 규모 류마티스질환 학술대회 ‘제45회 대한류마티스학회 춘계학술대회(KCR2025)’가 지난 5월 15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콘래드에서 개최됐다.
이날 강동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상훈 교수는 ‘축성 척추관절염(axSpA) 치료에서 인플릭시맙 SC 임상 근거(Real-world evidence of IFX SC in treatment of axSpA)’ 주제 발표를 통해 램시마SC의 단순 편의성 개선을 넘어 혁신적 치료 옵션 가능성을 제시했다.
램시마SC 개발, 편의성 넘는 ‘바이오베터’ 전략 결과물
램시마는 세계 최초의 인플릭시맙(Infliximab, IFX) 바이오시밀러로, 2012년 국내 식약처 허가를 시작으로 유럽 EMA(2013년), 미국 FDA(2016년) 승인을 받으며 입지를 다져왔다.
바이오시밀러 허가 직후인 2016년부터 램시마의 SC 제제에 대한 임상시험이 시작됐다. 이는 개발사인 셀트리온이 정맥주사(IV) 제형 개발 단계에서부터 이미 SC 제형을 통한 ‘바이오베터’ 전략을 구상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램시마SC는 약 3년의 임상시험을 거쳐 유럽, 한국,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허가를 받아 현재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기존 인플릭시맙 정맥주사 제형은 1시간 반에서 2시간에 달하는 긴 투여 시간으로 인해 환자 편의성 측면에서 개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램시마SC는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하고 자가 주사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환자의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특히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사조차 보유하지 않은 SC 제형이라는 점에서 혁신성이 더욱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신약 개발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기존 바이오의약품 효능 및 안전성, 편의성 등을 개선한 이른바 ‘바이오베터(Biobetter)’ 개발이 활발하다.
이는 합성 화학의약품의 개량신약과 유사한 개념으로 통상 반감기 증가나 면역원성 감소 등을 목표로 한다.
램시마SC는 전통적 바이오베터 개발 목표로 설계된 것은 아니지만 투여 경로 변경 과정에서 바이오베터와 유사한 우수한 임상적 특성을 갖게 됐다.
또 램시마SC는 환자 편의성 향상을 통해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가치 부가 의약품(Value-Added Medicine)’ 의미도 지닌다.
램시마SC 허가 임상 결과는 초기부터 흥미로운 부분을 제시했다. 류마티스 관절염(RA)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시험은 IV 제형과 SC 제형의 비열등성을 평가하도록 설계됐다.
초기 IV 3mg/kg 투여 후 6주차에 환자들을 무작위 배정해 IV 제형 지속 투여군과 SC 제형 전환군으로 나누어 22주차까지 관찰하고, 30주차 이후에는 모든 환자를 SC 제형으로 전환, 장기 효과를 평가했다.
1차 평가변수인 22주차에서의 DAS28-CRP(질병활성도 평가지표-C반응성단백) 변화량 분석 결과, 두 군 간 차이는 사전에 설정된 비열등성 마진 내에 포함돼 통계적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그러나 약동학(PK) 데이터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관찰됐다.
IV 제형은 주사 직전 최저 혈중 농도(Ctrough)가 치료 농도 목표치인 1µg/mL에 근접하게 유지된 반면 SC 제형은 이보다 약 10배 이상 높은 혈중 농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이는 SC 제형의 용량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초기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오히려 안정적인 약물 농도 유지를 통한 치료 효과 증진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로 22주차 이후 DAS28-CRP 변화 추이를 보면, 초기에는 두 군 간 차이가 미미했으나 30주차에 가까워질수록 SC 제형군에서 더 큰 개선 효과를 보이며 격차가 벌어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는 1차 평가변수인 비열등성은 만족했지만, SC 제형이 IV 제형보다 우월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이후 30주차에 모든 환자가 SC 제형으로 전환하자 이러한 격차는 다시 좁혀지며 유사한 수준의 질병 활성도 조절 효과를 보였다. ACR20/50/70(미국류마티스학회 반응 기준) 반응률 또한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안전성 프로파일에선 전반적으로 두 군의 차이는 없었으나 IV 제형은 주입 관련 반응 발생률이, SC 제형은 지연형 과민반응 및 국소 주사 부위 반응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면역원성 부분은 SC 제형이 IV 제형보다 약물 항체(ADA) 형성률이 낮은 경향을 보였는데, 이는 SC 제형의 높은 약물 농도, 지속 투여 방식이 면역원성 감소에 긍정적으로 기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시행된 사후 분석(post-hoc analysis)은 램시마SC의 우월성을 더욱 명확히 했다. 30주차 ACR 반응률 및 DAS28-CRP 변화량 등을 재분석한 결과, SC 제형은 IV 제형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우월한 임상적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
또한, 낮은 질병 활성도(LDA) 및 관해 달성률 역시 SC 제형에서 유의하게 높게 나타나(IV 제형 대비 15% 이상 높은 수치), 램시마SC가 단순 투여 경로 변경을 넘어 임상적 이점 제공을 입증했다.
이는 통계적 유의성을 넘어 임상적으로도 의미 있는 차이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램시마SC가 초기 편의성 개선 목표를 넘어 유효성 측면에서 기존 IV 제형 인플릭시맙보다 우수하거나 최소한 비열등함을 입증하며 ‘바이오베터’로서의 가능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미국 FDA가 램시마SC를 신약으로 허가한 것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즉, 램시마SC는 투여 경로 변경을 넘어 더 나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개선된 약물로 평가 받고 있는 것이다.
램시마SC를 투여받은 강직성척추염 환자 분석을 통한 실제 임상 경험은 매우 긍정적이다.
강동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강직성척추염 분석에서 2022년 기준 약 80명의 환자(평균 연령 34.5세, 남성 60명)가 램시마SC를 투여받았으며 국내 허가 사항에 따라 모든 환자는 초기에 IV로 치료를 시작한 후 SC 제형으로의 유지요법을 시행했다.
SC 전환 환자들은 대부분 IV로 질병 활성도가 어느 정도 조절되고 있었으나, 완전한 관해 상태는 아니거나 낮은 질병 활성도 수준에서 좀 더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였다.
약 80명의 환자 중 약 90%인 71명이 3개월 이상 SC 제형을 성공적으로 유지했다.
중단한 9명 중 가장 흔한 이유는 자가 주사에 대한 공포감(약 45%)이었으며, 주관적인 효과 불만족(약 33%), 주사 시점 망각으로 인한 불규칙 투여(약 2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약 80% 정도의 환자가 램시마SC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높은 치료 유지율을 보였다.
구체적인 증례로 1976년생 남성 강직성척추염 환자는 2002년 진단 후 에타너셉트 치료를 받다가 효과 부족으로 2009년부터 인플릭시맙 5mg/kg IV 제형을 8주 간격으로 13년간 투여받았다.
그러나 장기간 치료에도 불구하고 CRP 수치가 지속적으로 0.5mg/dL 이상으로 유지돼 염증 조절이 불완전한 상태였다.
2022년 램시마SC로 전환 후, 이 환자는 현재까지 CRP 수치가 0.1mg/dL 미만으로 매우 안정적으로 조절되고 있으며, 이는 기존 500mg IV 투여 시보다도 더 나은 효과로 평가된다.
또 다른 증례는 1982년생 궤양성대장염을 동반한 강직성 척추염을 가진 여성 환자다. HLA-B27 양성이었으며 IBD 동반으로 인해 인플릭시맙 IV 제형으로 치료를 시작했다.
치료 반응은 양호했으나 질병 활성도의 변동이 있어 좀 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조절을 위해 2021년 12월 램시마SC로 전환했다.
램시마SC 전환 후 CRP 수치가 0.5mg/dL 미만으로 확연히 감소했고 현재까지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초기에는 SC 제형에 대한 불편감을 호소했으나 현재는 SC 제형 편의성에 만족하며 치료를 지속하고 있다.
류마티스 새 지평 '램시마SC'…"치료 패러다임 변화 큰 역할"
램시마SC는 단순한 투여 경로 변경을 넘어 임상적 유효성 측면에서도 기존 IV 제형 인플릭시맙보다 우수하거나 최소한 비열등함을 입증하며 바이오베터로서 뚜렷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높은 혈중 농도 유지와 낮은 면역원성은 장기적인 치료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환자 편의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치료 순응도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상훈 교수는 "류마티스관절염 및 강직성척추염 환자들에게 램시마SC는 효과적이고 편리한 새로운 치료 옵션"이라며 "향후 류마티스 질환 치료 패러다임 변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