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DA가 동물실험 의무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어 동물대체시험 분야의 급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동물대체시험활성화법 제정 의지를 밝히면서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도 본격화될 전망인 가운데 오가노이드(미니 장기)·인공지능(AI 등 동물대체시험 관련 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정책 공약집 등을 통해 "동물대체시험 활성화법을 제정하고 동물대체시험법 개발 및 표준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 의무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유럽연합(EU), 일본 등도 유사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동물실험으로 전 세계적으로 연간 1억 마리 이상의 실험동물이 사용되고 있는데, 윤리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동물실험 결과가 인간에게 적용될 때의 성공률이 낮고 신약 개발에만 평균 10~15년이 소요돼 효율성 측면에서도 한계가 지적돼 왔다.
이에 동물실험 폐지 후 기존 의약품 개발 실험에 활용됐던 동물실험은 인공지능(AI) 기반 계산 모델과 실험실에서 만든 인체 장기 모사체(오가노이드)를 활용한 테스트를 이용해 개선되거나 대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장기 유사체 '오가노이드' 주목
동물대체시험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오가노이드(Organoid)는 줄기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조직·장기 유사체다.
특히 뇌, 간, 심장, 폐 등 주요 장기의 오가노이드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동물실험의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가노사이언스는 국내 오가노이드 분야의 선두주자로, 신약 스크리닝 플랫폼을 고도화해 국내외 바이오 기업 및 의료기관과 협력을 확대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동물실험 폐지로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특히 오가노이드사이언스의 오가노이드 기반 신소재 평가솔루션 '오디세이(ODISEI)'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는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외에도 넥스트앤바이오, 그래디언트 바이오컨버전스, JW중외제약, 강스템바이오텍, 바이오솔빅스 등이 오가노이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AI 기반 플랫폼으로 후보물질 발굴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 분야도 주목을 받고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약물의 효능과 독성을 예측하고, 최적의 약물 후보를 선별하는 데 활용되고 있어 동물실험의 필요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신테카바이오는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 딥매처(DeepMatcher)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 발굴, 선도물질 도출, ADMET(흡수, 분포, 대사, 배설, 독성) 예측, 약동학(PBPK) 모델 활용 등 신약개발 전 과정에 대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온코크로스는 '랩터AI'라는 자체 AI 신약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질병 발생에 따른 유전자 발현 데이터 변화를 AI로 분석해 질환에 맞는 최적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약물에 대한 최적의 적응증을 찾는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AI 플랫폼을 기반으로 치료 효능과 안전성을 예측해 비임상 단계에서의 정확도와 임상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 동물실험 CRO 기업들 '생존 전략' 모색
기존 동물실험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던 CRO 기업들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우정바이오는 국내 최대 규모의 동물실험 시설을 보유한 기업으로, 최근 오픈이노베이션 기반 '차세대 바이오 플랫폼'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인큐베이팅 중인 기업들과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젝트를 통해 AI 기반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비임상 플랫폼’ 구축에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구체적으로, △뉴로비비(화합물 초기 스크리닝 AI) △넷타겟(In silico 모델링) △엘렉스랩(In vivo ADME/효능평가 대체시험 플랫폼) △메디슨파크(바이오폴리머) 등 인큐베이팅 중인 기업들의 혁신 기술에 자사의 비임상 CRO 역량과 액셀러레이팅 기능을 결합해 빠르게 확장 가능한 비임상 플랫폼으로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코아스템켐온은 오가노이드팀과 대체시험센터를 설립해 동물대체시험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 중이며, 안전성평가연구소(KIT)로부터 '인간 줄기세포 유래 심장 오가노이드 기반 심부정맥 평가기술'을, 한국화학연구소와 연세의료원으로부터 '3D 생체모델 제작 및 약효평가법'과 '오가노이드 기반 염증성장질환(IBD) 약효평가법'을 이전빋있다.
비임상 CRO 국내 1위 기업인 HLB바이오스텝 강스템바이오텍과 함께 오가노이드 기반 의약품 평가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으며 대체시험 전문 인력도 채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