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진료는 건강검진을 받는 것보다 훨씬 쉽습니다. 성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순간 조속히 성장 진료를 받는 것이 올바른 성장의 지름길입니다."
윤종서 키탑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은 최근 개원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아이 성장에 대해 고민만 해서는 절대 아이가 올바른 성장을 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원장은 성장 진료에서 중요한 것은 '흐름' 파악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아이들 성장과 사춘기를 흐름으로 진단하고 해석하는 진료를 지향한다"며 "개별 수치보다 전체적인 성장 패턴과 생리적 변화의 진행 방향을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료실에서는 평소 듣기 어려웠던 성장과 사춘기 원리를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면서, 성장도 진료가 필요한 문제라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갖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흐름 중심' 진료를 강조하게 된 배경에는 대학병원 근무 시절 경험이 있다.
"대학병원 교수 시절, 사춘기 시작된 뒤 병원 찾는 아이들 많이 경험"
2년 전까지 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소아내분비 교수로 재직한 윤 원장은 "사춘기가 이미 시작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 아이들이 많았다"며 "진료 대기가 수개월 걸리고, 부모님 출근이나 아이 학업 등으로 내원 기회가 제한돼 개입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결국 개원하게 됐다"고 전했다. 현재는 여유로운 진료시간 확보와 주말 진료를 통해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그는 성장 진료의 핵심을 진단의 시기와 설명의 깊이로 본다. 윤 원장은 "진료실에서 단편적인 이야기만 듣고 돌아간다면, 저라도 싫을 것 같다"며 "그 시간에 의미가 있어야 한다. 키가 작다는 사실이 어떤 의미인지, 지금 위치에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도표와 그래프를 통해 설명한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부모들이 불필요한 걱정을 덜고, 실질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윤 원장은 "추적 관찰을 통해 실제로 흐름이 예상대로 흘러가는지를 확인하고, 성장 호르몬 치료 여부도 그에 따라 결정한다"고 말했다. 아이의 성장 속도, 골연령, 체중 증가 등 종합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치료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3개월이나 6개월 단위로 도표를 완성해 보호자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성장의 적(敵) '체지방'…잘못된 상식이 아이 키를 막는다"
그는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라며 "특히 초등 고학년 때 급격한 성장으로 부모들이 기뻐하지만, 이는 오히려 사춘기 조기 진입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춘기 시작 시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성장 진료의 또 다른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체지방 증가가 사춘기 조기 진입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윤 원장은 "성장은 한 해 몇 cm가 크냐보다 몇 년을 크냐가 더 중요하다"며 "체지방이 증가하면 사춘기가 빨리 오고, 성장이 일찍 멈춰버리는 문제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어 "체지방이 늘어나면 포유류에 있어서는 안전하다는 신호로 해석돼 생식을 위한 어른으로의 전환을 앞당긴다. 이 때문에 키가 클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윤 원장은 '살이 키로 간다'는 오해가 여전히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결핍 시대가 아니라 과잉 시대인데 부모들은 여전히 뭔가 부족하다는 인식 아래 지나치게 먹이려 한다"며 "실제로는 영양이 부족해서 못 큰 아이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초콜릿, 사탕, 음료수, 과자 등은 체지방을 늘리고 성장을 저해한다고 경고한다.
수면, 운동, 식습관의 균형은 체지방 관리와 직결되며, 이는 곧 성장의 질과 직결된다는 게 윤 원장의 판단이다. 그는 "늦게 자는 아이일수록 체지방이 늘고, 이는 성장판이 빨리 닫히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지금 못 커서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나중에 클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진료실에서는 부모뿐 아니라 아이를 설득하는 데도 공을 들인다. 윤 원장은 "부모가 24시간 따라다니며 관리할 수는 없다"며 "아이 스스로 식습관 문제를 인식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지금 시대는 체지방에 대한 경각심이 너무 부족하다. 성조숙증이나 조기 성장 종료를 일으키는 요인이 체지방이라는 점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 의식을 많은 보호자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책을 쓰게 됐다"며 "그게 제가 책을 쓰는 첫 번째이자 마지막 이유"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