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기간 개원가의 절대강자로 호황을 누렸던 척추관절 병원들이 심상찮다. 각종 규제가 숨통을 조이고 있고, 환자까지 줄어들면서 유례없던 위기감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일련의 환경 변화를 감안하면 일시적 보릿고개가 아닌 장기적 불황의 시작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급여의 대명사였던 도수치료를 포함한 실손보험 규제 강화 및 과도한 개원 경쟁 등 복합적인 상황이 겹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사실 척추관절 분야는 고령화에 따른 환자수 증가와 술기, 장비 발전으로 지난 십 수년 간 호조세를 이어왔다. 특히 실손보험 도입 이후 척추관절 수술건수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실제 척추수술과 인공관절 수술은 백내장, 치핵수술과 함께 줄곧 국내 다빈도 수술 상위권을 유지해왔다.
2019년 18만건이던 척추수술은 연평균 3.0%의 증가세를 보이며 2021년 20만건을 돌파했고, 7만건이던 슬관절 치환술 역시 2022년 8만건을 넘어서며 상승세를 이어왔다.
진료비 규모도 압도적이었다. 지난 2023년 기준 척추수술은 1조157억원으로 단연 1위였고, 슬관절 치환술도 8397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올해들어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각종 경영지표에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정부가 과잉 우려가 있는 비급여 진료를 '관리급여'로 지정해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관리하는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에 박차를 가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여기에 실손보험사들이 앞다퉈 도수치료, 줄기세포 주사 등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척추관절병원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우려를 키우는 부분은 급격히 줄어든 수술건수다. 아직 공식적인 통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척추관절 병원들은 예년 대비 30~40% 수술이 감소했다고 집계했다.
이런 상황이 수 개월 지속되면서 경영난을 버티지 못한 일부 병원들이 매물로 나오기 시작했고, 일각에서는 생존을 위한 수술비용 인하까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일부 병원은 환자를 일선해 주는 브로커와 접촉하거나 새로운 수입원이 될 다른 진료과목 비급여 물색에 나서기도 하는 모습이다.
그나마 안정권으로 평가 받았던 유명 척추관절 병원들 역시 고민이 적잖다. 유례없던 한파에 인력, 시설, 장비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 부담이 날로 커지면서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한 관절병원 원장은 “개원 이래 이렇게 어려운 상황은 처음”이라며 “이 상태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더 큰 문제는 작금의 상황이 결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제도권의 규제 강화, 실손보험 관리 강화 등 척추관절 병원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점점 악화될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관절병원 원장은 “척추관절 분야의 호시절은 이제 끝났다고 봐야 한다”며 “전반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예년 수준으로의 회복은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