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돌봄 집중된 치매계획…醫 “치료 소외” 비판
경도인지장애 환자들 ‘골든타임 실기’ 우려…“초기 적극 진료 등 대응 필요”
2026.03.02 07:24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정부가 초고령사회 진입에 발맞춰 ‘국가 동행’을 선언하며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6~2030)을 내놓았지만 의료계 시선은 싸늘하다. 


정책 무게중심이 ‘치료’가 아닌 ‘요양과 관리’로 쏠리면서, 정작 조기 개입이 필요한 초기 환자들이 임상 측면서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강화…‘질적 고도화’ 꾀하는 정부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제5차 종합계획 비전은 ‘환자 중심, 국가가 동행하는 치매 안심 기본사회’다. 지난 4차례 계획이 인프라 확충에 주력했다면, 이번에는 서비스 질적 내실화와 통합 지원 체계 구축에 방점을 찍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2026년 3월 시행되는 ‘돌봄통합지원법’에 따라 치매안심센터 사례관리 기능이 대폭 강화된다. 또 2024년 시작된 ‘치매관리주치의 시범사업’을 2028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해 지역사회 내 상시적 의료·관리체계를 공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진단 체계 효율화도 추진된다. 기존 의료기관용 도구(CERAD-K 등)의 긴 소요 시간과 비용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치매안심센터 전용 진단도구(CIST-In Depth)를 개발·보급하고, 경도인지장애자를 위한 인지강화교실을 주 3회로 확대하는 등 예방적 개입도 강화한다.


전문가들 “치매 특수성 희석…안심센터, 관리조직 전락 우려”


그러나 임상 현장 전문가들은 이번 계획이 치매의 ‘질환적 특수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찬녕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정책 방향성이 통합 관리에 치중되면서 치매안심센터 본질인 ‘질환 발굴 및 치료 연결’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찾아가는 의료나 지역사회 연계는 긍정적이지만, 정작 환자가 병원에서 받아야 할 전문적 임상 서비스보다 요양과 돌봄에 지나치게 방점이 찍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경도인지장애’ 및 초기 치매 환자에 대한 임상적 개입 위축이다. 


경도인지장애는 매년 10~15%가 치매로 이행되는 만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골든타임’이다.


하지만 이번 계획은 중증 환자를 위한 요양 시설 확충과 BPSD(행동심리증상) 대응에 예산과 인력을 집중해 정작 치료 효율이 가장 높은 초기 단계에 대한 대책은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상급종합병원 ‘경증’ 분류 모순…수가 보상 방안도 ‘지지부진’


의료전달체계 내에서 소외 현상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추진 중인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에서 알츠하이머나 경도인지장애는 ‘흔한 질환’이라는 이유로 1·2차 의료기관용 경증 질환으로 분류되는 경향이 짙다.


학계가 요구해온 ‘가족상담료’ 신설 등 실질적인 수가 보상안이 빠진 점도 한계로 꼽힌다. 병원급 의료기관이 상담 인력을 확충하고 적극적인 치료에 나서기 위해서는 수익성이 담보돼야 하지만, 이번 계획에도 구체적인 재정 지원책은 담기지 않았다.


결국 제5차 종합계획이 요양과 돌봄이라는 사회적 안전망을 넓히는 데는 기여하지만 치매를 실질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의료적 역량을 결집하는데 아쉬움을 남겼다는 것이 임상 현장 중론이다.


이찬녕 교수는 암 치료에 비유하며 “암 초기 환자가 완치를 위해 상급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하듯, 치매 역시 초기 단계에서 가장 강력한 임상적 개입이 필요하다. 단순히 증상이 가볍다는 논리로 대형병원 진료에서 배제되는 것은 정책적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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