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개편, ‘계단식 인하·혁신형제약사 우대’ 촉각
11번째서 13번째 제네릭 품목 검토…R&D 역량 제약사 ‘추가 지원’ 고심
2026.03.16 13:19 댓글쓰기



정부의 약가 제도 손질이 제약업계 핵심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복제약 가격 체계를 손보되, 제약산업 전반에 과도한 충격이 가지 않도록 단계적 조정에 무게를 뒀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정부는 약가 제도 개편과 관련해 적용 품목 기준, 인하 방식 일부를 손질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논의되는 방안은 계단식 인하 체계를 유지하되, 인하율은 직전 최저가의 85%를 적용하는 현행 틀을 이어가는 것을 골자로 개편안이 검토되고 있다.


“약가인하 논의는 국내 제약산업 성장동력 훼손 우려”


앞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건강보험 재정 관리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약가를 과도하게 끌어내릴 경우 국내 제약산업이 붕괴될 수 있다고 호소하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특히 업계는 약가 개편 논의 자체가 이미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윤웅섭 비상대책위원회 대외협력위원장(일동제약 회장)은 “약가개편 논의는 단순 수익을 넘어 기업 지속성에 실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일동제약도 조직 개편 및 신규 채용, R&D 예산에 대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이번 약가인하 논의가 단순히 제네릭 가격 조정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국내 제약산업 성장동력 자체를 훼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최근 중동 사태로 국제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커진 상황도 업계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권기범 공동비대위원장(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 동국제약 회장)은 “약가인하가 불가피하다면 기업들도 원가 절감과 고통 분담 등을 통해 노력할 수 있다”면서 문제는 과도한 약가인하는 산업 전반 분위기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13번째 품목부터 계단식 인하 적용 검토


이처럼 정부는 업계 목소리를 의식해 복제약 가격을 조정하되, 제약산업 전반이 급격한 타격을 받지 않도록 ‘연착륙’에 초점을 추는 모습이다.


복지부가 당초 지난해 11월 내놓았던 개편안은 동일제제 11번째 복제약 품목이 등재되는 시점부터 퍼스트 제네릭 산정가를 기준으로 5%P씩 낮추는 내용이었다. 이는 기존 21번째 품목부터 적용되던 약가 인하를 앞당기는 방안이었다.


다만 산업계와 학계, 노동계 등 반발이 거세지면서 정부는 적용 시점을 11번째가 아닌 13번째 품목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행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규제 체계와의 연계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복지부는 “최초 신청사와 자료를 공동 활용하는 후속 업체를 묶는 이른바 ‘1+3’ 원칙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의 생동성 자료를 바탕으로 최대 4개 품목이 한 그룹으로 묶이는 현재 구조를 약가 제도에도 반영함으로써 제도 간 일관성을 높이고 시장 내 혼선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정부 구상에 따르면 계단식 인하가 개시되는 시점에 새로 시장에 진입한 품목은 1년 뒤부터 최저가의 85% 수준으로 약가가 조정된다.


예를 들어 이달까지 품목 수가 10개였는데 다음 달 신규 등재로 13개를 넘기게 되면, 이후 추가된 품목은 1년 후 85% 약가가 적용된다. 여기에 그 다음 달 또 다른 품목이 새로 등재되면, 이미 85%가 적용된 가격을 기준으로 다시 85%를 적용받는 구조다.


결국 계단식 인하가 시작되는 기준 품목 수는 다소 완화됐지만, 등재 시점에 따라 15% 인하에 다시 15% 추가 인하가 이뤄질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현재 거론되는 내용은 아직 확정안은 아니다. 오는 26일 열리는 건정심에서 세부 적용 방식이나 구체적 수치는 달라질 가능성이 남아 있다.


정부는 이번 약가 제도 개편을 통해 약 1조원 안팎의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절감 폭이 단기간에 집중될 경우 국내 제약산업 생태계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적지 않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하분 절반만 우선 반영


정부는 업계 부담을 덜기 위한 단계적 인하 방안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


단순한 약가 조정에 그치지 않고, 연구개발 역량이 있는 혁신형 제약기업에 별도 우대 장치를 적용해 신약 개발 여력을 유지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가령 특정 의약품의 약가를 20% 내려야 하는 경우 이를 한 번에 반영하지 않고 우선 6년에 걸쳐 분산 적용한다.


여기에 혁신형 제약기업에는 인하분의 절반만 먼저 반영하는 특례를 더해, 최종 인하율이 전부 반영되기까지 총 10년의 유예기간을 두는 구조가 검토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첫해 전체 인하분 가운데 1.7%만 조정하고, 2년 차에는 3.4%를 반영하는 식으로 초기 4년간 인하 폭을 최소 수준으로 묶는다.


이후 특례 기간이 끝나는 시점부터 인하율을 점차 확대해 10년 차에 목표 수준에 도달하도록 설계했다. 이 경우 제약사는 갑작스러운 매출 감소 충격을 완화하면서 수익 구조를 손질하고 연구개발 전략을 다시 짤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도 함께 언급됐다.


정부는 국가 연구개발 과제 선정 우대, 연구비와 인건비 관련 세제 혜택, 신약 개발과 수출 자금 지원 등 기존 인센티브는 유지하면서 약가 인하 충격도 일부 덜어주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복제약 중심 사업 모델을 가진 국내 제약사들이 연구개발 중심 구조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책도 병행할 방침이다.


제네릭 신규 등재 시 부여되는 약가 우대 기간은 일정 요건 충족 시 최대 4년까지 늘리고, 해당 의약품을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면 우대 기간을 3년 더 연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약가 인하라는 압박과 함께 국내 생산 기반 강화 및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동시에 끌어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약가 조정 시점 정례화…필수의약품은 예외 유지


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한 보완 방안도 포함됐다.


복지부는 약가 조정이 이뤄질 때마다 병·의원과 약국에서 발생하는 반품과 행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약가 조정 시기를 매년 4월과 10월로 정례화하고, 시행 전 충분한 준비 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필수의약품이나 국가 차원의 공급 관리가 필요한 품목에 대해서는 사용량이 늘더라도 약가를 낮추지 않는 ‘사용량-약가 연동제’ 예외 조항도 유지한다.


공급 불안 우려가 있는 의약품까지 일괄적으로 가격을 낮출 경우 환자 진료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조치다.


희귀질환 치료제 등재기간 100일 이내로 단축


환자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책도 제시됐다. 희귀질환 치료제 등은 급여 적정성 평가와 약가 협상 절차를 간소화해 등재 기간을 현행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줄이는 방안이 추진된다.


우선 환자가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뒤 실제 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효과와 적정성을 다시 들여다보는 사후관리 체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이번 개편이 단순히 보험 재정을 아끼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국내 제약산업 체질 개선과 경쟁력 제고까지 염두에 둔 제도라는 설명이다.


앞으로도 산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사후평가 체계를 정교하게 다듬고, 전문위원회 논의를 통해 제도 수용성을 높여나가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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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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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교한정책 03.16 15:20
    정교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마귀소탕식으로 제네릭 박멸정책을 펴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시원한 느낌을 주겟지만.... 누군가는 생업을 잃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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