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 금년 ‘주4일제 근무’ 확대될까
세브란스·국립중앙의료원·암센터, 임금 90%…새 합류 기관 없는 상황
2026.04.16 10:55 댓글쓰기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주4일제’, ‘4.5일제’ 공약에 힘입어 보건의료기관에서 속속 주4일제 도입 사례가 관찰되고 있다. 보건의료계에서 주4일제는 초고령사회 진입과 보건의료수요 증가 속에서, 보건의료인력의 장시간 노동·불규칙한 교대근무·야간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국 의료기관 최초로 이를 도입한 세브란스병원에 이어, 공공의료기관으로는 국립중앙의료원과 국립암센터가 합류했다. 이들 의료기관 모두 주4일 근무자는 주5일제 근무자의 90% 임금을 받도록 노사가 합의했다. 현재 국립중앙의료원의 경우, 시범사업 확대 운영을 노사 안건으로 올려 논의 중인 상황이다. 앞서 도입한 의료기관들 주4일제 성과를 데일리메디가 짚어봤다.[편집자주]


이재명 정부 공약인 주4일제가 병원계에서 속속 확장되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지난 2023년 의료기관 최초로 주4일제를 시행한 세브란스병원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가 축적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신촌 3개 병동에서 시작해 작년 8월 기준 신촌 3개, 강남병원 2개 병동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했고 주5일 근무자의 90% 임금을 적용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설명에 따르면 시범사업 참여자들 3년 미만 퇴사율은 시행 이전 2년과 비교해 12.5%p 줄었다. 비참여자의 경우 같은 기간 내 4%p 감소하는 데 그치는 등 유의한 변화가 있었다. 


또 참여 병동에서 병가를 낸 비율은 2021년~2022년 3.05일에서 2023년~2024년 2.2일로 줄었지만, 미참여 병동은 같은 기간 내 2.8일에서 3.5일로 증가하는 등 차이를 보였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해 10월 2025년도 임금단체협약에서 시범사업 확대를 합의했다. 대상은 용인세브란스병원 1개 병동이며, 급여 및 인력 충원은 기존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다.


국립중앙의료원(NMC)는 노사 합의에 따라 지난해 6월 주4일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추첨을 통해 내과 병동 간호사 5명을 선발, 시작했고 작년 9월부터는 외과 병동 간호사 5명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어 총 10명이 참여했다. 이들 참여자들도 역시 주5일 근무자의 90% 임금을 받는다. 


이곳도 대상자들의 눈에 띄는 만족도 변화가 있었다. 


보건의료노조 NMC지부에 따르면, 시범사업 시행 전인 지난해 5월 말과 지난해 8월 말 설문 결과, 참여자들의 ‘1년 내 이·퇴직 의향’은 60%에서 무려 0%로 감소했다.


10점 만점 기준 행복도는 5.4점에서 7.2점으로, 일·생활 균형도는 3.6점에서 6.4점으로, 동기부여는 8.8점에서 9.4점으로, 자긍심은 8.2점에서 9.2점으로 상승했다. 


5점 만점인 직장생활 만족도는 2.8점에서 3.4점으로 높아졌다. 이는 같은 기간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주5일 근무자 응답 결과와 비교된다. 


조사에 응한 시범사업 비참여자(5월 38명, 8월 55명)의 1년 내 이·퇴직 의향은 16.7%에서 18.3%로 높아졌다. 이들의 자긍심은 7.42점에서 6.65점으로, 동기부여는 7.47점에서 6.69점으로 감소했다. 


행복도는 5.5점에서 5.36점으로, 일·생활 균형도는 4.44점에서 4.35점으로, 직장생활 만족도는 3.1점에서 2.97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립암센터가 8B병동 교대 간호사 5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주4일 근무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8월 노사가 합의한 사항의 후속조치로 대상자들은 주5일 근무자 임금 90%를 받기로 했다. 


암센터 노사는 그동안 설명회, 설문조사, 실무회의 등을 거쳐 시범사업 도입을 위한 운영방안을 협의하고 최종 시범사업 운영부서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안정적 운영을 위해 해당 8B병동에는 신규인원 2명이 추가 투입됐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국립암센터는 중증환자 비율이 높은 암전문병원이라는 특수성이 있어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인력관리·조직운영 측면에서 진료현장에 어떤 실질 변화를 가져오는지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암센터에서 주4일제에 대한 수요는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암센터 간호본부가 지난해 9월 간호사 3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전 설문조사에서 주4일제 시범사업에 대한 긍정 응답은 90.6%를 기록했다. 


참여 희망 비율은 83.3%였고, 희망하는 이유로는 ‘육체적·정신적 피로 완화’가 77.8%를 차지하며 압도적이었다. 


‘취미생활과 자기계발’ 83%, ‘건강에 도움’ 79%, ‘가족 돌봄’ 60%, ‘개인적인 사회활동’ 24% 및 기타 2% 등이 뒤를 이었다. 기타에는 ▲대학원 진학 ▲밤 근무 후 오프 시 아무것도 못해서 ▲불규칙한 아무것도 하지 못해서 등이 있었다. 


주4일제 참여 시 휴일에 하고 싶은 것은 비교적 평범한 일상이었다. 여가생활, 학업 등 자기계발에 시간 투자와 가사 및 육아 돌봄 등이 주된 응답으로 꼽혔다. 


반면, 참여를 주저하기도 했다. 이유로는 ‘임금 감소 우려’가 49%로 가장 높고 ‘병동 스케쥴, 휴가 사용 등 어려움’ 11%, ‘노동강도 증가’ 11% 등이 뒤를 이었다. 


기타 사유로는 ‘간호직 기본급 상승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있었다. 


NMC, 대상자 확대 노사협의 중 


노동 전문가들은 주4일제 시범사업 결과를 보고, 보건의료 분야에서 주4일제 효과는 분명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상배 프랑스 EHESS 노동경제학 박사는 “이직률 감소, 만족도 증가 등 고강도·고난이도 전문직 분야의 노동일수 단축 효과는 명확해 보인다”면서도 “보건의료분야는 ‘번아웃’ 증상 발생이 빈번한 대표 분야로, 이를 포함한 객관적 지표를 생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손연정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NMC 사례에 대해 “장시간 노동과 고강도 교대 근무가 이뤄지는 의료현장에서도 노동 시간 단축이 가능하고 만족도 및 조직 안정성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인력 충원 및 운영관리 비용 증가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없으면 제도 장기 확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건의료노조 측도 “향후 주4일제 정착을 위한 임금보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보건의료산업 주4일제는 단순한 노동시간 단축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일터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노동 재배분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3월 기준 국립암센터 합류 이후 현재까지 주4일제 도입이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의료기관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최대 보건의료계 노동조합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올해 3월 기준 “아직까지 보고된 사례가 없다”고 전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시범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이곳은 지난해 12월 22일 노사협의회 회의를 개최하고 주4일제 시범사업 확대에 대해 논의했다. 


노조 측은 “2026년부터 정부 지원금 지급 등 변화되는 부분이 있으며 시행자 만족도가 높으니 확대해야 한다”고 건의했고, 의료원 측은 “정부 지원 등을 참고해 검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영진의 사업 확대 의지도 강하다. 손민수 NMC 진료부원장은 금년 3월 서길준 원장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주4일제 확대 방침을 밝혔다. 


손 진료부원장은 “주4일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여러 방안 중 하나인데 인력 충원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간호·간병 등 환자들에게 최선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잘 조율하면서 앞으로 간호부, 그리고 노사 간 협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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