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백신 입찰담합’ 재판소원…헌재, 본격 심사
형사 무죄 확정에도 과징금 행정소송 패(敗)…첫 전원재판부 회부 주목
2026.04.29 06:18 댓글쓰기

백신 입찰담합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은 녹십자가 대법원 판결에 불복해 낸 헌법소원 사건이 헌법재판소의 본격 심사 절차에 들어갔다.


헌재가 법원 확정판결 자체를 다투는 이른바 ‘재판소원’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법재판소는 “녹십자가 제기한 재판취소 헌법소원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고 28일 밝혔다. 전원재판부 회부는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의 사전 심사를 통과해 재판관 전원이 사건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는 절차다.


이번 사건은 질병관리청이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발주한 가다실 백신 구매 입찰에서 비롯됐다. 공정위는 당시 녹십자가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녹십자는 이에 불복해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10월 녹십자 측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대법원도 올해 2월 상고를 기각하면서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문제는 형사재판 결과와 행정소송 결과가 달랐다는 점이다.


녹십자는 같은 입찰담합 혐의로 형사재판도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당시 형사재판에서는 입찰 구조상 실질적인 경쟁 관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경쟁 제한성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단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녹십자 측은 이 점을 근거로 행정소송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형사재판에서는 무죄가 확정됐는데, 공정위 과징금 처분을 다툰 행정소송에서는 반대로 담합 책임이 인정됐다는 것이다.


특히 녹십자는 대법원이 상고심에서 사건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고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심리불속행은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에 중대한 법 위반 사유가 없다고 판단되면, 대법원이 별도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녹십자 측은 이번 사건이 심리불속행으로 넘길 수 없는 사안이었다고 주장한다.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은 원심이 행정처분의 법률 위반 여부를 부당하게 판단한 경우에는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녹십자는 “원심 판결이 공정위 처분의 위법 여부를 잘못 판단했음에도 대법원이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며 “이로 인해 재판청구권과 재산권 등이 침해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는 이번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하면서 피청구인인 대법원장에게 답변을 요청했다. 또 사건과 관련된 공정위 측에도 의견 제출을 요구했다.


이번 사건은 재판소원 제도를 둘러싼 첫 본격 심사 사례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헌재는 전날 기준 총 525건의 재판취소 사건을 접수했으며, 이 가운데 37건은 지정재판부 단계에서 각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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