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삶의 질 개선 vs 지도전문의 번아웃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 평가 결과, 업무부담 가중 교수진 ‘이탈 방지’ 과제
2026.06.05 12:29 댓글쓰기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이 전공의 피로도 감소와 삶의 질(質) 개선이라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그 과정에서 전공의 업무 공백이 지도전문의에게 전가되면서 업무 부담과 번아웃 위험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현행 구조가 지속될 경우 수련병원의 지속가능성과 전공의 수련의 질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대한의학회는 5일 보건복지부 연구용역으로 수행한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 평가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연구는 전공의 209명, 지도전문의 14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심층인터뷰, 현장조사 등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이 전공의 웰빙과 피로도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했다.


실제 설문조사에서 전공의는 업무 총량(2.37점)과 업무 강도(2.71점)가 증가하지 않았다고 인식한 반면 지도전문의는 업무 총량 4.26점, 업무 강도 4.19점으로 업무부담이 크게 늘었다고 응답했다.


연구진은 “전공의 삶의 질은 개선됐지만 그에 따른 업무 공백이 지도전문의에게 전가되면서 지도전문의 웰빙은 급격히 악화되고 번아웃 위험이 증가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후 당직·진료·술기 업무, 지도전문의 직접 담당 급증


특히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이후 당직과 진료, 술기 업무를 지도전문의가 직접 담당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입원전담전문의 등 대체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진료 로딩과 당직 빈도가 증가했고, 동의서 작성이나 처방 정리 등 일부 업무까지 지도전문의에게 이전되면서 체력적 부담도 커졌다는 평가다.


전문의와 수련부는 현재 인력 구조가 지도전문의의 희생을 담보로 유지되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공통적으로 드러냈다. 


충분한 대체 인력 없이 지도전문의에게 책임이 집중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교수직 기피와 의료진 이탈로 이어져 수련병원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임상 경험 감소…전문의 역량 저하 우려


더 큰 문제는 수련의 질 저하다. 연구진은 “전공의 근무 단축으로 인한 잦은 교대 및 인수인계 빈도 증가, 진료 연속성 저하, 수련 시간 부족과 임상 경험 축소에 따른 전문 역량 습득의 약화 등 우려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실제 전공의들은 교육·수련에 미친 부정적 영향 가운데 70%를 ‘임상·술기 경험의 절대적 감소’로 꼽았다. 근무시간 단축으로 병원 체류 시간이 줄면서 수술방 참여와 실제 환자 경험이 감소했고, 충분한 술기 경험이 축적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전문의 집단 역시 수련의 충실성 저해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전문의들은 장기 환자 추적 학습이 위축되고 수련의 양과 질이 함께 저하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24시간 연속근무 제한으로 중증 환자 경과 관찰과 피드백 기반 학습이 단절되고 수술·학술 경험이 감소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수련부 역시 전공의 임상 역량 저하를 주요 문제로 꼽았다. 근무시간 감소로 수술·시술·응급환자 경험이 줄어들고 야간부터 주간까지 이어지는 환자 경과 관찰 경험도 감소하면서 충분한 훈련 없이 연차가 올라가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 진료 측면에서도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전공의들은 수면 부족 해소와 집중도 향상으로 진료의 질이 개선됐다고 평가했지만, 인수인계 증가에 따른 안전 리스크 가능성도 함께 언급했다. 


반면 지도전문의들은 전공의보다 인수인계 증가와 환자 추적 관찰의 어려움을 더 크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향후 정책 방향으로 추가적인 근무시간 단축보다 전문의 중심 진료체계 구축과 역량 중심 교육체계 개편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현재 진료와 교육 중추인 전임교수, 임상교수, 전임의 등 기존 가용 인력의 이탈 방지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며 “최근 급격히 인상된 촉탁의 급여로 인한 기존 교수진의 상대적 박탈감과 임금 역전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재정 지원 체계 확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각 전문 학회가 주도해 전문의 역량 달성에 필요한 ‘수련 교육 총량’에 대한 선행 연구와 전문가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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