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내 맥가이버 '의공기사'
서기홍 대한의공협회 사무국장(삼성서울병원)
2014.08.03 20:00 댓글쓰기

의사와 간호사가 청진기와 주사기만 들고 왕진을 다니던 옛날 옛적이 있었다면 요즘은 병원들이 첨단의료기기 도입을 앞 다투는 시대다.

 

엑스레이(X-ray), 자기공명영상(MRI) 장비 등 낯익은 의료기기에서부터 심장혈관조영장비, 체외충격파 쇄석기에 이르기까지 병원에서 검진, 진료, 수술 등이 행해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의료기기가 사용된다.

 

아픈 환자를 돌보는 역할이 의료진 몫 이라면, 병원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의료기기를 점검하고 운용하는 전문가들이 있어야한다. 바로 병원 내 맥가이버로 불리는 의공기사들이다.

 

삼성서울병원 건립 당시 인프라 구축의 핵심이었던 의료기기 도입부터 현재 500종 9000여 점에 이르는 의료기기를 관리고 있는 의공기사 서기홍 본관의공파트장은 20여년 넘게 병원을 지켜온 터줏대감이다.[사진]

 

현재 ‘의공학’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대학 전공으로 꼽힐 정도로 전망이 밝은 진로분야지만, 서 파트장이 의공학을 공부하던 당시만 해도 학사과정이 없을 정도로 생소한 분야였다.

 

서 파트장은 “전자공학, 재료공학 등 공학계열이 순수하게 암기 위주였다면 의공학은 공학을 베이스로 생리학, 해부학 등 인체를 응용하는 것”이라며 “심전도, 뇌파검사 등 정기적인 신호로 인체를 모델링하는 과정 등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또한 대부분이 의공기사라고 하면 고장 난 의료기기를 복구시키는 업무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의료기기 사후관리를 하는 역할이 크다는 것이 서 파트장의 설명이다.

 

그는 “자가용도 점검 없이 몰면 엉망이 되듯이 의료기기도 유지보수가 중요하다”며 “제조사와 사용자는 제품생산과 사용 결과 값만 보지만 의공기사는 도입부터 폐기까지 의료기기의 생애관리를 한다”고 말했다.

 

“진료 서비스 질 향상 위한 '신속성'은 물론 환자안전 고려 ‘질 관리’까지 책임”

 

사실 의공학을 전공했다고 해서 모두 서 파트장처럼 병원 내 의공기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의료기기업체, 연구소 등으로 진출하지만 서 파트장이 병원근무를 자처한 데는 다양한 의료기기를 다루고 ‘환자’를 돌본다는 보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 파트장은 “각각 장단점이 있겠지만 연구소와 업체의 경우 자신이 담당하는 디바이스에 대해 깊게 파고들어야한다”며 “반면 병원에서는 다양한 디바이스를 폭 넓게 다룰 수 있다는 점이 의공기사로서 흥미로운 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의료기기 복구 시간에 쫒기는 압박을 받는다는 점은 스트레스지만, 그만큼 일을 끝냈을 때 돌아오는 기쁨도 크다.

 

개수가 많은 디바이스 경우 고장이 나도 백업기구가 있지만, 수량이 한정적인 의료기기들은 당장 복구를 위해 의공기사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야 한다.

 

서 파트장은 “업무시간이 끝나더라도 밤 10시, 새벽4시에 병원에 불려와 밤새 작업에 투입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의료기기 가동률이 떨어지면 당장 환자불편을 야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병원 운영에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코스트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힘들게 복구 작업을 마치고 나면 ‘빨리빨리’를 외치며 압박하던 사람들이 진심으로 건네는 감사인사가 힘이 된다”며 “스스로도 밤샘작업 덕분에 환자 진료, 수술 등이 차질 없이 돌아가게 됐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덕분에 최근 의료기기 복구 시간은 만 하루를 넘기지 않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제는 사용자와 환자가 의료기기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퀄리티’ 추구가 서 파트장의 목표다.

 

서 파트장은 “예전에는 외국 의료기기 부품조달이 힘들어 직접 청계천 부품상가를 누비며 필요한 부품을 찾으러 다니기도 했다”며 “지금은 부품조달 걱정은 없지만 얼마나 안전하게 의료기기를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를 이용한 수술기기의 경우 전력이 50이 필요한데 100이 넘어가는 환자안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사고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환자와 대면하지는 않더라도 진료, 수술 등에 기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의공기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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