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이익단체 혹은 법정단체 등이 있어야 하고, 근본적으로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야 성공적인 파업이 가능하다.”
최근 의협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소장[사진]은 이 같은 소신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지난해 말까지 의정협상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없을 경우 2020년 1월 중 ‘총파업’을 진행할 것임을 밝힌 바 있기 때문에 그의 발언은 더 무겁게 다가 왔다.
우선 안 소장은 법정단체인 의협이 이익단체까지 겸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며 별도 이익단체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의 교수 ‘근로자성’을 인정한 헌법불합치 결정 및 동남권원자력의학원·중앙보훈병원·아주대병원 등에서 의사노조가 탄생했듯이 궁극적으로는 이들 노조가 모인 상위노조가 만들어져 의사들의 권리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검찰이 지난해 말 ‘2014년 3·10 집단휴진’을 주도한 노환규 前 의협 회장에게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1년을 구형한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올해가 ‘의약분업 20주년’을 상기하며 기록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안 소장은 “독일 등 선진국 여러 나라에서 파업이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파업 자체를 부도덕한 것, 혹은 정부에 반하는 나쁜 활동으로 치부한다”며 “우리나라는 아직도 공정거래법에 갇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파업기간 사망률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정상적인 쟁의활동에 대한 표현을 못 하게 하면 표현의 자유 혹은 행동의 자유를 누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소장은 “올해가 의약분업투쟁 20주년”이라며 “우리는 뭘 얻었고, 잃었는지 등 의료 사회현상 부분에 대해 취약하기 때문에 해당 부분에 대해 학술회의·석학 의견 구하기 등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의사 파업 성공 위해서는 국민들 지지 절대적이고 독립적인 면허기구 관련 법안 발의 희망”
그러면서도 그는 성공적인 파업을 위해서는 ‘국민들의 지지’가 필수임을 강조했다.
안 소장은 “의료계가 이익에 관한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봉사, 환자를 어렵게 하는 정책에 앞장서서 반대하는 등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며 “나아가 헌법재판소 판결처럼 사회 인식도 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안 소장은 독립적인 면허기구 관련 법안이 발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영·미국 등 선진국 면허기구는 의료인이 되는 기준과 행위, 점검, 징계여부와 수준 등을 결정한다.
특히 의료행위에 대해 형사법이 적용되는 것은 과도하기 때문에 ‘자율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안 소장은 “물론 안 될 것이라 비관하는 사람도 많고, 국회의원들의 우선순위도 아닐 것”이라면서도 “면허기구 관련해서는 법안 발의를 해보는 것이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에서는 아무리 결과가 나빠도 의료행위를 가지고 형사처벌 하지 않는다”며 “일부이지만 우리나라 형사법은 의료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 개입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우리나라 법이 적(敵)을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영미계 선진국뿐만 아니라 싱가포르·홍콩·말레이시아 등 동남아권 국가에서도 의사면허기구가 잘 작동하고 있다”며 “이익단체와 공익단체(면허기구) 등이 각각 있다면 시스템 대(對) 시스템으로 견제하는 작용도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