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인력 등급을 허위로 신고해 가산금을 지급받았더라도 과징금 경감 사유가 존재한다면 당국은 그 여부를 판단해 적정한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1행정부(부장판사 곽종훈)는 A의료법인이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최근 밝혔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6월 A의료법인이 운영하는 D노인요양병원에 대해 3억5791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D요양병원은 A법인이 충청북도 단양군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공공의료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다.
복지부 처분은 간호 업무 외에 다른 업무를 병행한 수간호사 B씨를 병동 전담 간호 인력으로 신고, 의료급여비용과 입원료를 부당하게 가산해 지급받았다는 이유에서 내려졌다.
A법인은 “복지부 처분은 위법할뿐만 아니라 가혹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A법인 측은 “B수간호사가 병동 간호사들 근무를 관리하고 약(藥) 분배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병실별로 구분해 보관하고, 포장지에 환자 이름을 기록하는 등의 업무를 한 것은 전담간호사 업무 범위에 포함된다”며 “간호 인력이 부족해 전담 업무를 다한 후 간호 행정이나 기타 보조 업무를 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어 “인구 대비 노인 비율이 높아 간호인력 채용이 어려운 지역 여건 하에서 불가피하게 본연의 업무 외 일을 한 것”이라며 “이 같은 사정에 대한 아무런 감경 없이 법령상 최고 한도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한 복지부 처분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 제13부는 "복지부 처분은 적법했다"고 판단하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속임수로 의료급여와 요양급여를 부담하게 한 경우’또는 ‘허위 청구를 한 경우’에 해당해 과징금을 감경할 여지가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복지부가 아닌 A법인의 손을 들어줬다. 한 단계 높은 간호인력 등급에 따라 의료급여와 입원료를 지급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속임수라고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높은 등급에 따라 가산된 금액을 지급받기는 했으나 적극적으로 서류 위조 또는 변조했다고 보이지 않고 속임수라기보다는 단순한 허위신고로 판단 된다”며 “복지부는 따라서 감경 위반행위 동기, 목적, 정도 및 위반횟수 등을 고려해 과징금 금액을 2분의 1 범위에서 감경할 지 여부에 관한 재량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몸이 불편한 고령 약사 혼자서 조제 업무를 담당해 약 전달이 늦어지는 등 환자 불편이 가중되자 B씨가 조제 업무를 보조하게 된 사실이 인정되고 이로 인한 공익 침해나 위반행위 정도 역시 무겁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인력 부족 상황에서 남는 시간에 불가피하게 병원 다른 업무를 병행했다는 설명 역시 납득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적자 운영되고 있는 D병원 영업이 중단되면 현실적으로 새로운 운영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단양군도 이러한 점을 들어 과징금을 감액해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며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의 과징금이 부과된다면 지역민이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해 공공의료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