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정부가 사실상 상급종합병원 기관 수 확대를 천명한 가운데
4주기 평가에서는
‘진료권역
’이 최대 화두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
진료권역 재설정에 따라 기존 상급종합병원 구도에 지각변동이 예고되는 만큼 3차 병원 자격을 수성하려는 곳과 신규 지정을 노리는 기관 모두 예민한 모습이다.
이러한 논란은 보건복지부가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에 의뢰한 제4기 상급종합병원 기정기준 개선방안 연구용역 결과에 기인한다.
연구 책임자인 김윤 교수는 진료권역 재설정에 따른 상급종합병원 지정기관 수를 현 42개에서 50여개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연구용역 결과가 공개되면서 일선 병원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진료권역 재설정에 따라 신규 진입 희망을 갖게된 병원들은 기대감을, 탈락 위기에 놓인 병원들은 긴장감을 드러냈다.
31일 열린 상급종합병원협의회 정기총회에서도 진료권역 재설정이 최대 화두였다.
연자로 나선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박준형 사무관은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체계 개선 연구용역 결과 및 추진 방향
’이란 제하의 강연을 통해 진료권역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
.
지금까지의 진료권역은 △서울권 △경기 서북부권 △경기 남부권 △강원권 △충북권 △충남권 △전북권 △전남권 △경북권 △경남권 등 10개 권역으로 나뉘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광범위한 진료권역으로 인해 대도시 중심의 상급종합병원 지정 쏠림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연구진은 진료권역 세분화를 제안했다.
대표적으로 경북권역의 경우 3기 지정기관 5개소 모두 대구에 몰려 있고, 전남권역 역시 3개소 중 2개소가 광주에, 경남권역은 6개소 중 4개소가 부산에 집중돼 있다.
이에 따라 김윤 교수는 진료권역 기준을 인구 100만명, 지역 환자수 40% 이상, 이동거리 120분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가령 경남권역을 부산, 울산, 경남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 10개이던 진료권역이 19개, 혹은 22개로 늘어나게 된다. 그에 따라 상급종합병원 수도 자동적으로 확대되는 모형이다.
연구진 제안대로라면 4주기 상급종합병원 수는 최소 46개에서 최대 53개까지 늘어난다.
그러나 이러한 진료권역 재설정 방식에 기존 상급종합병원들은 우려를 금치 못했다. 특히 수도권 병원들의 반발이 거셌다.
진료권역이 세분화될 경우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 지역 의료기관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한 상급종합병원 원장은 “수도권 의료기관들의 대규모 탈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우수한 병원들이 탈락되는 기형적 현상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럴 바에는 차라리 상급종합병원 타이틀을 없애고 지역거점병원이라는 역할을 부여하는 게 낫다”며 “진료권역 세분화는 수용하기 어려운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는 지역 균형 논리를 제시하며 진료권역 재설정 필요성을 견지했다.
박준형 사무관은 “상급종합병원 지정은 지역별 수요와 공급의 균형추를 고려해야 한다”며 “수도권 병원들의 우려는 십분 이해하지만 작금의 진료권역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워낙 첨예한 문제인 만큼 4주기 평가부터 곧바로 적용할지 중장기적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개선해 나갈지는 충분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연구용역 결과는 당장 적용 가능한 것과 추후 검토할 내용을 분류해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번 4주기 평가에서는 큰 폭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6월 중으로 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을 마련하고, 7월 설명회와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11월부터는 새로운 지정기준 관련 제도와 법 규정 개정 절차에 돌입해 내년 상반기 중으로 모든 준비작업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한편 4기 상급종합병원 운영은 오는 2021년부터 3년간이다. 내년 하반기 공모 후 평가, 연말 최종 지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