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이 불여일견, 의학 연구결과도 시각화 시대"
류준선 대한메디컬아트학회장(국립암센터 갑상선외과)
2022.08.08 05:32 댓글쓰기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때로는 한 장의 이미지가 100마디 설명보다 더 큰 인상을 줄 수 있다. 이는 의료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메디컬 이미지 작업은 전문가들도 봐야 하는 만큼 예술적 완성도와 과학적 정확성을 함께 요구하는 고도의 작업이다.


대한메디컬아트학회는 최근 홍익대학교에서 전시회를 개최했다. 류준선 회장(국립암센터 갑상선외과)를 비롯한 여러 의료진이 전시회에 작품을 공개하고 대중과 소통했다.


학회는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더불어 메디컬 아트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일리메디가 2019년 설립 이후 4년째 학회를 이끌고 있는 류준선 회장을 만나 이번 전시를 마친 소감과 함께 메디컬 아트의 가치에 대해 물었다.


첫 전시 불구 많은 관심, 직접 작품 출품도 진행

  

“첫 전시임에도 많은 관람객이 방문했고 반응도 좋았다. 과학과 예술의 요소가 모두 들어가 있어 미대생들과 이공계 학생들이 많이 방문했고, 초등학생들이 단체로 관람을 오기도 했다.”


류 회장은 “메디컬 아트만을 주제로 한 전시를 국내에서 최초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뿌듯하다”고 첫 전시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번 전시회는 ‘바이오헬스 혁신공유대학’ 사업단 요청으로 진행됐다. 바이오헬스 혁신공유대학이란 여러 대학에 흩어져 있는 바이오헬스 신기술 교육 자원을 공동 활용해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부 주관 사업이다. 


현재 홍익대를 비롯해 단국대, 원광보건대, 상명대, 동의대, 대전대, 우송대 등 7개 대학이 사업단에 참여 중이다.


류 회장는 “사업단 요청에 따라 학회에서 콘텐츠를 제공했다. 사업단과 학회를 공동으로 홍보하고 관련 저변 확대를 위해 의기투합해 공동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어 “학계 관계자뿐만 아니라 대학생, 또는 그보다 어린 학생들이 전시를 많이 찾았다”며 “학생들은 특히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작품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학회 소속 의료인과 함께 전문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 메디컬 아트 전공 대학원생 등이 작품을 출품했다.


류 회장 또한 그동안 꾸준히 메디컬 아트 작업을 해왔던 작가로서 작품을 출품했다. 


그는 “두경부암에 대한 신규 수술기법을 다룬 작품이었다”며 “두경부는 해부학적으로 매우 복잡해 전문가들도 의사소통이 힘들다. 수술 관련 논문에 삽입된 그림을 전시했다”고 설명했다.


홍익대에서 진행된 메디컬 아트 전시회 현장./촬영=신용수 기자

연구자들, 메디컬 아트 이해력 확보해야


류 회장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의료계가 메디컬 아트에 대한 관심을 갖고 ‘리터러시’(literacy‧이해 및 분석 능력)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메디컬 아트의 영역이 단순히 의학적 술기를 그림으로 작성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역설했다.


메디컬 아트는 크게 4개의 분야로 나뉜다. 우리가 가장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외과적‧해부학 관련 삽화도 그중 한 분야’를 차지한다.


나머지 3개 분야는 각각 ‘인포그래픽 및 시각적 초록 제작’ ‘데이터의 시각화’ ‘도식화’(Schema) 등이 있다.


인포그래픽은 데이터나 정보를 시각화한 이미지다. 메디컬 아트에서 인포그래픽은 특히 논문이나 연구 결과에 대한 초록(abstract) 전체를 하나의 시각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


데이터의 시각화는 수치화된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그래프 등으로 표현하는 작업이다. 도식화의 경우 세포 등 미시적으로 발생하는 기전 등을 시각적인 개요로 작성하는 과정이다.


그는 “최근 여러 학술지가 논문 제출 과정에서 시각화한 초록을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메디칼 아트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연구자들이 얼마나 연구결과를 일목요연하게 시각화하는지가 연구의 중요한 영역을 차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 회장은 특히 “물론 작품을 꼭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메디컬 아트에 대한 이해도를 갖추고, 필요한 삽화를 의뢰할 때 정확하게 주문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류준선 회장의 메디컬 아트 작품./자료제공=류준선 

대학원 통한 후학 양성 “의료인 작가 증가 기대”


류 회장은 학회 차원에서 메디컬 아티스트 육성에 대해서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학회의 노력에 힘입어 인천가톨릭대의 경우 정식으로 바이오메디컬아트 전공이 대학원 과정으로 설립됐다. 


또한 올해부터는 앞서 언급된 혁신공유대학에서 바이오메디컬아트 교과과정이 개설돼 운영 중이다. 


류 회장은 “현재여러 의대교수들이 인천가톨릭대와 혁신공유대학에서 강의한다”며 “학생들 중에는 미술, 생물학 등 다양한 전공자들이 있지만 아쉽게도 아직 의대생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해부학 등 의학적 콘텐츠는 기본이고, 이를 올바르게 표현하는 방법까지 조언해야 한다. 특히 "한 부분에 오류가 발생하면 틀린 그림이 되는 만큼 더욱 세부적으로 지도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메디컬 아트는 사실을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며 “예술성보다 사실성에 포인트를 두는 만큼, 생물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오히려 발전된 작품을 선보이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류 회장은 앞으로 대학원뿐만 아니라 동료 의료인들 중에서도 많은 메디컬 아트 작가가 나오길 바란다는 기대감을 보였다. 


그는 “연구성과 시각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앞서 꼭 작품을 만들 줄 알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메디컬 아트 작업을 하는 의료인들이 많이 나오길 바라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배워보면 의외로 쉬운 작업이고, 또 실제 연구, 진료에 많은 도움이 된다. 앞으로 많은 의료인들이 메디컬 아트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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