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간호법·의사 면허취소법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물론 시민사회에선 의사 증원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정의당은 6일 국회에서 '노동·시민사회·정당 의사인력 확충 공동활동 선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필수 공공의료 인력 부족 해소를 촉구했다.
경실련은 "공공의대 신설은 지역의료 격차와 필수의료 공백 해결을 위한 국민 생명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라며 "국가가 이를 추진하기 위해 중단기 전략이 모두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대 정원 동결 등 정부 정책이 의사인력 부족 사태를 야기했다"며 "지난 18년간 의대 정원은 고정됐고, 민간 중심 의료공급체계는 필수·공공의료 분야에 문제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0년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확대, 지역의사제 도입 등을 추진했으나, 의사들의 집단 진료 거부로 모든 논의가 중단된 바 있다.
단체는 "국회에 12개 공공의대 및 지역의사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정부 추진 의지 부족과 정치 공방으로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의사단체라는 비정상적인 논의 구조에선 합리적인 대안 마련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시민단체와 환자, 지자체까지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이 같은 시민단체와 정당 주장에 대해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 정원 확대가 필수의료 확충을 위한 해결책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의사 수 공급이 적어서 필수의료 및 공공의료 분야에 의료 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근무 환경 및 처우, 주변 여건 등 복합적인 이유로 외면한다는 것이다.
김이연 의협 대변인은 "요즘 여기 저기서 의사가 부족하다고 한다. 의과학자가 부족해 KAIST에 의대 설립이 필요하고, 필수의료 의사가 부족해 공공의대를 신설하자고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러나 의사들이 의과학자나 공공보건 분야로 가지 않는 이유는 비전이 불투명하고, 시장성이 낮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자녀 교육 등 생활 여건과 근무환경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그는 "공공의대 설립을 통해 인력을 양성한다고 해서 그들에게 정부 방침대로 살기를 강요할 수 있느냐"며 "필수과 지원이 적은 것은 그 삶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못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협은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 정원 확대 등은 최우선 과제는 아니며, 일단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이 정리된 후 의정협의체가 재가동되면 논의할 예정이다.
김 대변인은 "의협 간호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해 의료 악법 저지를 위해 나서고 있다"며 "모두가 단합하고 있는데 의협 집행부가 의정 협의체를 가동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 정원 확대를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게 아니라면 서두를 이유가 없다"며 "일단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