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장항문외과 술기, 글로벌 평준화 모색"
이우용 세계대장항문학회 회장
2024.09.10 05:41 댓글쓰기

그야말로 광폭 행보다. 술기, 교육, 연구, 제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국내 의료 발전을 이끌었다. 그것도 ‘최초’라는 수식어가 즐비한 도전과 개척으로 점철된 자취였다. 내로라 하는 대학병원 교수로 얼마든지 안정을 영위할 수도 있었지만 내재돼 있는 사명감은 평온함을 거부했다. 그 열정의 발로는 결코 개인의 영달(榮達)을 위함이 아니었다. 오롯이 의업(醫業)에 투신한 의사로서, 더 나은 진료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간절함이었다. 신생의대 최초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을 비롯해 대한종양외과학회 회장, 대한의학회 부회장,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등 그동안 내디딘 한 걸음 한 걸음에 대한민국 의료 발전을 향한 의지가 투영돼 있었다. 그런 그가 이제 세계에 한국 의료 위상을 각인시키고자 한다. 미국과 유럽 등 의료선진국이 주도했던 국제학회 수장을 맡아 전세계 술기 평준화를 도모한다는 포부다. 빈말이 없는 그의 취임에 기대감은 당연지사다.


세계 무대 중심에 선 한국의료

술기 발전‧공유 위한 교육시스템 구축 노력


대장암 분야 권위자인 삼성서울병원 이우용 암병원장이 최근 열린 세계대장항문학회 학술대회에서 신임 회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오는 2026년 9월까지 2년이다.


1962년 창립된 세계대장항문학회는 대장항문 질환을 치료하는 81개국 449명의 대학병원 의료진이 활동하는 이 분야 대표 학술단체다.


이우용 신임 회장은 이번 학술대회에서 조셉 W 누누멘사(영국 런던 킹스칼리지병원 대장항문외과) 회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 받아 앞으로 2년 동안 학회를 이끌 예정이다.


한국에서 세계대장항문학회 회장을 맡은 것은 박재갑 前 국립암센터 초대원장과 전호경 前 강북삼성병원 진료부원장에 이어 세 번째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유일한 회장국이다. 그만큼 미국이나 유럽 의사들이 주류인 대장항문학계에서 한국의료가 중심에 서 있다는 얘기다.


실제 한국의 대장항문 질환 치료 수준은 전세계 의사들이 우러를 정도다. 직장암, 대장암 등 치료 수준의 바로미터인 생존율만 놓고 보더라도 단연 우리나라가 최고다.


뿐만 아니라 대장항문 질환 수술 80~90%가 복강경으로 이뤄지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무이하다. 대부분의 나라는 복강경 수술 비율이 50% 미만이다.


이우용 회장은 “대장항문 분야에서 한국은 독보적 위상을 인정받고 있다”며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 의료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궁극적 지향점은 전세계 술기 평준화다. 임기 동안 교육 시스템 구축을 통해 한국의 앞선 술기가 전세계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술기 평준화를 통해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동일한 치료가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학술대회, 웨비나 등 다양한 교육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술기 발전에 대한 그의 열정은 남다르다. 지난 2000년 복강경대장수술연구회 창립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며 술기 지식을 공유에 앞장섰다.


특히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재임기간 후학들의 술기교육 환경 개선에 심혈을 기울였다. 정부와 국회를 찾아 외과 전공의 술기교육 지원 필요성을 설득했다.


단순한 외과의사 술기 함양이 아닌 국민 생명과 직결된 문제임을 수 없이 강조했고, 결국 ‘외과계 전공의 술기교육비 지원사업’을 이끌어 냈다.


뿐만 아니라 외과의사들의 숙원이었던 ‘카데바(Cadaver)’를 활용한 술기교육 시스템도 갖췄다.


‘외과 전문 인재 양성’을 기치로 문을 연 가톨릭국제술기교육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외과 전공의들이 카데바를 활용해 술기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우용 회장은 “외과의사들에게 술기 발전과 공유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전세계 대장항문 술기 평준화를 이뤄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무너지는 대한민국 필수의료 '회생책' 절실 

젊은의사들 이탈, 학회 차원 후학 양성체계 고민


응급환자 생명을 살리기 위해 촌각을 다투는 응급수술, 그 중에서도 야간에 이뤄지는 수술 80%는 대장항문외과 의사들이 수행하고 있다.


특히 대장항문외과 응급수술 환자 10명 중 4명은 생사 기로에 선 중환자이다보니 이들 의사는 과히 필수의료 최전선에서 고군분투(孤軍奮鬪) 중이다.


사실 국내 필수의료 열풍의 마중물을 퍼올린 이가 바로 이우용 회장이다. 기초 진료과목이자 대표적인 필수의료 영역인 내외산소의 끝모를 추락을 멈추기 위해 결연한 행보에 나섰던 것이다.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취임 후 대한내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회합을 제안했고, 각 학회들이 그 뜻에 동조하며 연대체계를 구축했다.


이후 의료계와 복지부의 공식 논의기구인 보건의료발전협의체에서 필수의료 진료과목에 대한 지원 및 활성화 대책 논의가 이뤄졌다.


덕분에 2022년 대형병원 간호사 사망사고를 계기로 ‘필수의료’가 사회적 화두로 급부상했을 당시 신속하게 ‘필수의료 살리기 협의체’가 꾸려질 수 있었다.


위정자들에게 ‘필수의료’ 위기를 각인시킨 만큼 확실한 회생책 도출을 고대했지만 예기치 않은 의정갈등 사태가 발발하며 더 이상 논의를 이어가지는 못했다.


물론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명분이 ‘필수의료 살리기’였고, 이후로도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진료현장 체감도는 크지 않아 보인다.


특히 젊은의사들 기피와 포기가 뼈아프다. 의정갈등 사태를 계기로 대장항문외과를 비롯한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들 이탈이 가속화 되고 있다.


실제 외과의사 중에 대장항문외과를 선택한 전임의 수는 2022년 45명에서 2023년 35명, 2024년에는 21명으로 3년 만에 반토막 났다.


더욱이 이번 의료대란 사태로 젊은의사들 필수의료 기피현상이 심화되면서 오는 2025년 대장항문외과 전임의는 배출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우용 회장은 “세계를 호령하는 대한민국 대장항문외과가 영속성을 고민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작금의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다만 “극적인 소생 가치를 실현하는 대신 삶의 질은 포기해야 하는 탓에 점점 대장항문외과를 선택하는 의사가 줄어드는 것은 전세계적 추세인 만큼 학회 차원에서도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우용 회장은 1988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1999년부터 삼성서울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듀크대 외과에서 연수했고, 삼성서울병원 대장암센터장을 비롯해 외과 과장, 기획실장, 건강의학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쳐 2021년부터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을 맡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 대한종양외과학회 회장, 한국공공조직은행 이사장, 대한의학회 부회장,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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