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합병증 발생 후 진료비 구상권을 청구당하며 ‘상해 가해자’ 취급 받는 비뇨의학과 의사들이 종종 생겨나자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회장 조규선)가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비뇨의학과의사회는 11월 27일 더케이호텔에서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사안을 공론화했다.
의사회에 따르면 올해 4월 비뇨의학과의사회 한 회원이 체외충격파쇄석술을 진행했던 환자가 신장 주위 혈종이 발생해 상급의료기관으로 전원해 치료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해당 의사는 공단으로부터 “진료비를 환수 결정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조규선 회장은 “해당 의사는 적절한 처치와 이송을 한 것으로 보이나 상급의료기관에서 진단명을 폭행·외상 등 상해에 준하는 ‘S’ 코드로 입력했다”며 “공단은 확인 절차 없이 신장 주위 혈종에 대한 진료비 구상을 청구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민승기 보험부회장은 “혈종은 정당한 의료행위 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합병증 가운데 하나인데 단순 업무상 과실치상으로 치부하는 게 말도 안 된다”며 “작년 해결돼 없던 일이 됐는데 공단 담당자 등이 바뀌며 자꾸 이런 일이 생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사회는 이 같은 해프닝이 현행 진단명 코드 분류 맹점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김대희 비뇨의학과의사회 총무이사는 “상급종합의료기관에서 S코드를 넣는 것은 1차 의료기관 의사가 잘못했다고 판단해 그런 것이 아니라, 마땅히 사용할 코드가 그것 뿐이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체외충격파쇄석술 후 발생한 신장주위 혈종에 마땅히 사용할 코드가 없어 현장에서 S354(신장혈관의 손상), S3700(강내로의 열린 상처가 없는 신장의 손상)코드를 자연스럽게 입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문기혁 학술부회장은 “의사들이 늘 보는 방광염 등은 코드를 외우고 있지만 혈종은 안 나오니 검색 후 S코드나 응급 질환 등으로 무심코 넣는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
김용우 홍보부회장은 “상급의료기관에서 코드를 넣는 주체가 대부분 전공의이거나, 처음 진료를 보는 분들일 것”이라며 “가해가 있는 상해가 아니라면 S코드는 쓰면 안 된다는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선 진료현장 민원 사례 적극 대응 방침
“S코드 아닌 N코드로 입력해야, 적절한 새 코드 모색”
실제 의사회는 구상권 청구 사건이 있던 시점 건보공단에 이의제기해 즉각 대응했고, 대한비뇨의학회는 이달 초 상급의료기관 전공의, 수련과장 등을 포함한 전 회원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공지에는 “폭행 등 실제 외상에 의한 신장손상의 경우는 S코드가 맞지만 체외충격파쇄석술 이후 발생한 신장주위 혈종은 N288 또는 N200으로 입력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지금껏 일어난 몇 차례 일들은 의사회 차원의 항의로 없던 일이 됐지만, 이런 일이 지속되면 비뇨의학과 의사들이 방어적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대희 총무이사는 “정상 진료 후 생길 수 있는 불가항력적 합병증 때문에 공단이 표적 삼으면 방어적 진료를 하거나 불필요한 진료를 하게 된다”며 “S코드가 들어갔다는 것 자체만으로 공단이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을 철저히 제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의사회는 궁극적으로 코드 분류를 재정비하고 건보공단 심사 방식 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다.
김용우 홍보부회장은 “코드를 새롭게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나, 의사회·학회·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S코드가 아닌 적절한 코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승기 보험부회장은 “코드 문제도 중요하지만 공단의 판단도 중요하다”며 “구상권 청구에 대한 심의위원회 등이 있는데 논의 과정에서 학회 의견을 청취하거나 의사가 위원회에 포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