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중소병원 패싱' 우려감 팽배
수가‧인력정책 등 상급종합병원 초점…"의료전달체계 정립 시급"
2024.06.10 11:55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정부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활성화를 기치로 다양한 정책을 수립 중인 가운데 대한민국 의료의 중추 역할을 수행 중인 중소병원들은 벌써부터 우려가 가득한 모습이다.


정책의 지향점은 고무적이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상급종합병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자칫 ‘중소병원 패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궁극적으로 정부가 천명한 지역완결적 필수의료 제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수가’나 ‘보상’을 운운하기에 앞서 의료전달체계 정립이 선결돼야 한다는 게 중소병원들의 주된 시각이다.


이러한 중소병원들 우려는 지난 2월 공개된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기인한다.


보건복지부는 당시 무너지는 지역의료‧필수의료를 살려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총 4개의 의료개혁 과제를 발표했다.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공정 보상 등이 핵심이다.


오는 2028년까지 10조원을 투입해 필수의료 수가를 끌어올리고 공공정책수가 체계를 확대해 병원의 중증의료, 필수의료 인프라 유지에 따른 적자를 보전한다는 복안이다.


무려 ‘10조원’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비용 투입이 예고됐지만 중소병원들 반응은 회의적이다. 이중 대부분이 상급종합병원에 유입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10조원 중 △난이도 높은 내과·외과계 분야 5조 이상 △소아·분만 등 수요 감소 분야 3조 이상 △의료기관 간 협력 분야에 2조 이상을 투입하는 '5·3·2' 전략을 예고했다.


아울러 이른바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을 기피하게 만든 행위별 수가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행위별로 동일한 수가가 매겨지다 보니 고난도 수술·시술이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우선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정부는 고위험 신생아 등 중증소아 수술 수가를 개선, 중증 심장질환 중재시술 보상 강화, 신장이식 수가 인상 등을 확정했다.


대부분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뤄지는 중증질환, 고난도 수술 등인 만큼 지역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중소병원들은 소외돼 있다는 지적이다.


한 중소병원 원장은 “필수의료 활성화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지역의료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중소병원에 대한 대책은 부재해 의료체계 붕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필수의료 지원 대책은 대형 대학병원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며 “오히려 대학병원 과밀화를 부추겨 중소병원을 고사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필수의료 예산 10조, 절반 이상 상급종합병원 대상

국립대병원 교수진 확충…중소병원 의료진 이탈 노심초사

지역완결형 의료시스템 구축시 중소병원 역할 확대 필요


의료인력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 인력 확충을 위해 의과대학 증원과 함께 국립대병원 전임교수 증원도 예고했다.


세부적으로는 현재 1700여 명인 국립대병원 전임교수 정원을 2027년까지 1000명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필수의료 전문의가 배출돼도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 개원시장으로 향할 수 밖에 없다는 의료계의 의견을 감안해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 이들이 대학병원에 계속 남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중소병원들 입장에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립대병원들의 전임교수 확충으로 의사인력 이탈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여기에 의과대학 증원에 따른 교원 추가 채용이 가시화 되면서 지역 중소병원들은 의료진 이탈 방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다른 중소병원 원장은 “병원계는 무한경쟁 속에서 생존해 나가야 하는 극한 상황”이라며 “이론적으로만 가능해 보이는 정책에 중소병원들의 신음은 커져만 간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방으로 갈수록 중소병원들의 의료인력 수급난은 심각하다”며 “이번 정부 정책으로 대형병원으로의 의료진 이탈이 늘어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의료인력 수급정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활성화는 요원한 얘기”라며 “정부의 전향적인 지원 의지와 중소병원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 성급하게 필수의료, 지역의료 살리기에 나서기 보다 지역완결형 의료시스템 구축을 위해 의료전달체계 정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중소병원들의 주장이다.


또 다른 중소병원 원장은 “한정된 자원으로 국민 의료이용 편의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 구축이 선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학병원에 견줘도 손색없는 중소병원들이 적잖은 만큼 이들이 제기능을 수행토록 지원하고, 대학병원과의 협력시스템을 토대로 의료전달체계를 먼저 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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