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치료는 예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발맞춰 대장암 조기 진단에 최적화된 검진법과 예방을 위한 포괄적 대책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는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소장 변정식 교수가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밝힌 포부다.
"대장암, 인공지능(AI) 기반 새 진단·치료 기준 마련"
변 교수는 국내 최초로 대장내시경 점막하박리술을 도입, 적용했다. 이 시술은 기존 전통적인 내시경 절제법으로는 한 조각으로 완벽하게 절제해내기 힘든 2cm 이상 대장 용종이나 조기 대장암 점막하층에 용액을 주입한 후 특수한 전기칼로 떼어내는 치료법이다.
대장 용종은 대장암 원인이 될 수도 있기에 발견 즉시 떼어내는 시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용종을 한 덩어리로 싹둑 잘라내는 것과 조각조각 떼어내는 시술법은 시술 후 결과에서 큰 차이가 난다.
변 교수는 큰 용종을 한 덩어리로 잘라내는 점막하박리술 치료 성적을 장기간 분석, 점막하박리술 후에는 재발률이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학계에 보고하며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데 기여했다.
변 교수는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내시경 진단보조 소프트웨어 개발사 아이넥스코퍼레이션 의료자문의로 합류하며 연구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변 교수는 "실시간으로 이상 부위를 감지해 내시경 검사 정확성과 유용성을 향상시키는 인공지능 솔루션이 주목받고 있다"며 "앞으로 국가에 질(質)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국내 의료산업 세계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대장암 발병률 10만명당 45명, 전 세계 국가 중 상위권 불명예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표한 '세계 대장암 발병 현황'에 따르면 한국인 대장암 발병률은 10만 명당 45명으로 전 세계 국가 중 상위권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이 '젊은 대장암' 세계 1위 국가라는 불명예스런 연구 결과도 있다.
일반적으로 대장암은 50세 이후에 주로 발병하는데, 2022년 국제 의학저널 란셋(The Lancet Gastroenterology andHepatology)에 게재된 미국 콜로라도대 메디컬센터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한국 20~49세 대장암 발병률은 10만 명당 12.9명으로 42개 대상 국가 중 가장 높다.
대장암은 정상 대장 점막에서 초기 선종, 진행 선종 단계를 거쳐 암으로 발전한다. 일반적으로 정상 대장 점막세포가 용종으로 변하는 데 5~10년, 용종이 암으로 진행하는 데 5~10년이 걸린다.
다행은 대장암은 갑자기 생기는 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변 교수는 "대장암은 발병률이 매우 높은 암이지만 꾸준히 관심을 갖고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다면 충분히 조기 진단하거나 전암 단계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 교수는 "대장암은 조기 발견 시 생존율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에 국가 차원서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며 "대장암 평균 5년 생존율은 75% 정도이지만 조기 발견 시 95% 이상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장암을 정확하게 진단 방법은 바로 내시경 검사다. 검사 목적뿐 아니라 치료 목적으로도 시행한다. 전암 단계에서 발견된 대장용종거 대부분과 조기 대장암 중 상당 부분은 내시경 절제술로 치료 가능하다.
변 교수는 "대장암 진단 방법으로는 대변에 포함돼 있는 극소량 출혈을 확인해 대장암이 존재할 가능성을 알려주는 분변잠혈 반응 검사와 대변에 포함된 암세포에서 기원한 돌연변이 유전자를 확인하는 검사법도 도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대장암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추가적으로 내시경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 변 교수 설명이다.
변 교수는 "대장내시경 검사는 전암병변인 대장용종 및 대장암이 존재하는지 관찰할 수 있고 필요 시 조직검사 및 용종이나 조기대장암 절제를 통한 치료도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내시경 검사 과정에서 '인공지능(AI) 역할' 확대…임상적 유효성 연구 돌입
최근에는 대장암 조기 진단에 도움을 주는 인공지능 진단보조 소프트웨어가 등장하면서 이를 도입하는 국내외 병원 사례가 늘고 있다.
변 교수는 인공지능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는 없지만 내시경 검사에서 인공지능이 의료진에게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변 교수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내시경 검사를 반복적으로 시행하다 보면 의료진도 피로도가 쌓이기 마련"이라며 "특히 연말과 같이 건강검진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는 하루에 수십 건의 내시경 검사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집중도가 떨어지면서 병변 발견율도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 숙련도에 따른 편차도 간과할 수 없다.
변 교수는 "선종 검출률은 의사 숙련도에 따라 10~40% 차이가 날 수 있고 선종 간과율은 평균 5~25% 수준"이라며 "AI 내시경 진단보조 소프트웨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검사 질(質)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변 교수는 최근 AI 내시경 진단보조 소프트웨어 임상적 유효성을 직접 연구에 나선 상황이다. 이를 위해 AI 내시경 진단보조 소프트웨어 '에나드(ENAD)' 의료자문의로 합류했다.
에나드는 AI 위·대장내시경 병변 검출 통합 솔루션으로 전향적 데이터 학습으로 병변 크기 및 형태와 관계없이 정확한 병변 검출을 보조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위·대장내시경 시행 과정에서 위암 또는 대장 용종을 발견하면 실시간으로 화면에 표시해준다. 기존에는 위암 또는 대장 용종 발견과 관련, 전문의 육안과 경험에만 의존했다면 AI가 의료진 진단 보조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다.
변 교수는 향후 에나드 '민감도'(실제 질병을 가려내는 비율)를 높이는 것 뿐만 아니라 '위양성률'(대변 및 주름 등 정상 상태를 용종으로 잘못 인식하는 비율)을 낮추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그는 "내시경 AI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의 어려움 중 하나는 인공지능이 용종이 아닌 것을 용종이라고 오인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용종을 놓치는 경우를 최소화하면서 용종이 아닌 것을 용종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발생하지도 않도록 연구 개발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향후 더 많은 지역과 국가에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국내 의료산업 세계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각오다.
변 교수는 "미국에서는 무인 자율택시가 이미 상용화되는 등 우리 생활에 AI는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고, 의료 분야도 AI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대장암 역시 인공지능으로 조기 진단하는 의료 AI 시대는 이미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데이터 과잉 및 의료진 번아웃, 운영 효율 저하 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 누구나, 어디에서나 고품질 의료서비스를 누리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며 "특히 대장암 조기 진단에 최적화된 검진법과 대장암 예방을 위한 포괄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