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횡령 등 의료기기업계 통제시스템 '불감증'
2023.01.17 05:25 댓글쓰기

[수첩] 횡령금 2215억원. 지난해 새해 벽두부터 자본시장을 발칵 뒤집어 놓은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이 발생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국내 상장법인 사상 최대 규모 횡령은 재무팀장으로 근무하던 이씨가 회사 계좌에 있던 2215억원을 본인 계좌로 빼내 주식 투자와 부동산 매입 등에 사용한 기상천외한 사건이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재발방지 대책과 경영개선 계획을 수립하는 등 사태를 수습했지만 기업 신뢰도 급락이라는 타격을 피하진 못했다.


주목할 부분은 오스템임플란트의 천문학적 횡령 사건은 기업들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지만 여전히 제2, 제3 오스템임플란트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의료기기 업계도 이러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오스템임플란트 외에도 피에이치씨, 지티지웰니스 등 의료기기 업체 2곳에서 횡령·배임 사건이 발생해 논란을 빚었다. 그 중 피에이치씨 대표는 최근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돼 경찰 수사까지 받고 있다. 


이들 공통점은 개인 일탈 행위로 치부하기에는 내부통제 시스템 부재가 더 큰 발단이 됐다는 점이다. 의료기기 업계에서도 횡령·배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개선책이 강구되는 이유다.


특히 코로나19로 의료기기 산업이 국가 산업 경쟁력을 판단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업체들의 인식도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2020년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약 7조5000억원으로 최근 5년간(2016~2020) 연평균 6.6% 성장했다. 생산·수출액, 업체, 품목, 고용인력 수 등 주요 산업지표도 급격히 성장 중이다.


의료기기 수출 규모도 2019년 4조원대에서 2020년 7조원, 2021년은 9조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업체들의 고충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의료기기 업체 상당수가 중소기업이라는 점에서 내부통제 시스템 운영에 대한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논란을 씻어내기 위해서는 외적 성장에 걸맞는 내적 성장도 마땅히 노력해야할 부분이다.


내부통제는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을 스스로 통제하는 말이다. 때문에 경영진 자발적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여주기에 급급해 흉내만 내다가는 더 큰 화를 입을 수밖에 없다.


지혜와 영리함을 뜻하는 '검은 토끼의 해'를 맞아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의 진정한 성장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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