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혁신)이라는 용어가 중요하게 다뤄진 것은 조금 시간이 지났고 그 필요성에 대해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픈 이노베이션 관련된 실무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낯선 업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이 대학, 연구소 등과 협업을 통해 내부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개념으로 2003년 미국 버클리대학 헨리 체스브로 교수가 처음 제시했다.
이후 기업, 학교, 국가 출연연구소 등의 경계를 허물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신약 연구개발을 단축할 좋은 방안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용하고 있으며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에는 라이센싱 이전, 아웃소싱, 조인트 벤처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그 중에 특히 대형 해외 기술수출에 우리의 이목이 집중된다.
2021년 상반기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분석한 ‘한국 제약바이오 파이프라인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 1분기까지 국내 기관·기업 등에서 발생한 라이센싱 이전은 증가 추세고 인공지능(AI) 및 개발 플랫폼 기술은 급속도로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오픈 이노베이션은 대상자 쌍방 간의 협의가 필요하고 그 협의 과정에서 기업·기술가치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오픈 이노베이션에서의 기업·기술 가치평가
실질적 오픈 이노베이션 발생을 위해서는 기업·기술가치 평가가 중요하다. 기업과 기술을 공정시장가치로 환산하고 이 환산된 공정시장가치에 대한 상호 이해와 확정이 결국 오픈 이노베이션 결과물로 이어진다.
보통 대부분의 거래가 이뤄지는 기술 혹은 기업들은 완성도가 낮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불특정한 정보를 가지고 그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
가치평가에 대한 많은 방법론이 만들어져 있고 국내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기술평가 실무가이드'를 발간해 기술평가 내용 및 절차를 평가자들에게 명확하게 제시, 기술평가 신뢰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많은 연구자들은 본인이 개발한 기술을 최고로 꼽는다. 하지만 평가에 사용되는 활성시장 등 여러 가지 중점요소를 들여다보면 현시점에서 매력적이지 않거나 가치가 낮은 기술이 많다.
평가된 가치는 개발자가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값과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평가 결과에 대한 부정은 교환가치로서 공정가치 형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이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기업·기술가치평가 활성화를 통한 생태계 구축
제약바이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산업으로, 첨단 기술과 융합으로 기존에 없던 혁신 신약을 개발하거나 IT·빅데이터 등 다양한 기술과 융합해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부문에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거대기업들이 새로운 플레이어로 등장하고, 국내에서도 삼성, 롯데 등 대기업들이 제약바이오산업에 뛰어드는 것은 이제 낯설지 않은 광경이다.
그러나 신기술의 사업화와 대기업의 신시장 진출 등은 기업·기술가치평가의 올바른 적용을 전제로 한다. 올바른 가치평가를 거치지 않고 선험적으로 판단한 가치는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으며, 기업·연구자와 시장이 바라보는 실제 가치 간극이 클수록 실패는 자명하다.
이때 실패 위험을 줄이고, 성공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 구축이다. 세계 최대의 제약사로 꼽히는 미국 화이자도 단일 R&D 투자를 통해 글로벌 혁신신약을 창출하겠다는 무모한 도전을 이어가지 않는다.
화이자가 개발한 세계 최초 mRNA 백신이자 최초 코로나19 백신 또한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2018년 독감 백신 개발을 위한 mRNA 기술제휴가 시작이 됐다.
이 제휴에서 화이자가 개발비 전액을 먼저 부담하겠다고 나서고 실패하면 손실을 모두 떠안겠다고 판단한 것은 개발 성공에 대한 강인한 의지가 작용했겠지만, 바이오엔테크가 보유한 기술에 대한 심도 있는 가치평가를 근거로 했을 터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다양한 혁신은 기업·기술가치평가와 오픈 이노베이션 속에서 탄생하고 있다.
예전처럼 한 회사에서 모든 연구개발을 하는 클로즈드-이노베이션은 기술의 폭발적 성장을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기술 성장의 빠른 흐름 속에 우리 산업계에서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꼭 필요하다.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누구든지 오픈 이노베이션 중요성을 역설하고, 기업·기술가치평가 업무의 가치가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