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제약바이오산업 도약 위한 포석"
오일환 중앙약사심의위원장(가톨릭의대 교수)
2022.10.31 05:13 댓글쓰기

현재의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은 낮은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인 산업의 성장기에 진입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비롯해 원료의약품, 진단키트 등의 생산실적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2022년도에는 제조업 기준으로 국내 GDP 대비 4~5%까지 도달했고, 원료의약품 등을 포함한 생산금액이 2021년 대비 36%까지 상승한 바 있다.


기에 더해 정부의 바이오 헬스 산업 투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5년 전 1조원 수준에서 2022년에는 2조원에 도달하고 있다.


벤처 캐피탈 등을 통해 유입되는 민간투자 액수도 매년 두 자리 숫자의 상승세를 보여 2020년도부터는 연 1조원 이상씩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이런 성장세를 국가경쟁력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산업구조 인프라를 잘 다듬는 게 중요하다.


그동안 한국은 공격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제약바이오산업이 국제적 경쟁력으로 잘 연결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물론, 투자액수로 볼 때 미국이나 중국의 GDP 규모가 우리의 5~10배라는 것은 객관적 한계라 할 수 있겠지만, 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율이 세계 1위인 나라의 성적표 치고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연구개발 컨트롤타워가 각 부처별로 구획된 한계가 있다. 한국에서 이뤄지는 기초연구 지원사업 중 후속연구 진입율이 10.7% 수준이고, 통합 연계형 사업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규제시스템 효율성 낮아 제약바이오산업 경쟁력 저하 경향"


더구나 규제시스템 저효율로 주요 국가들 중 한국의 제약바이오산업 경쟁력이 해를 거듭하며 낮아지고 있다.


이런 현실은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도약을 위해 필수적인 일 중 하나가 한국 제약바이오산업 시스템 차원에서의 개선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그러한 시스템 정비를 위한 과제로, 제약바이오 인력공급 문제와 규제과학의 정비가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다.


제약바이오산업을 이끌어갈 인력 부족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산업현장과 학계를 비롯한 각계에서 지적해 왔던 문제다. 


2019년 조사에서도 이미 제약바이오기업 인력난을 체감한 기업이 88%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2018년 분석에서도 2020년도에는 제약바이오 의학 분야의 기술인력 수급 전망이 -200%라고 보고됐는데, 그것이 그대로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의 인력난이 향후 몇 년 뒤에는 더욱 심각한 상태로 진행돼, 미래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발목을 잡는 근본적인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단의 대책으로 현재 이공계 대학의 정원을 매년 10%씩 늘린다고 해도 몇 년 뒤 닥치게 될 인력 부족을 감당하기 어렵다. 


그 옛날 이율곡 선생이 임진왜란이 발생하기 전에 10만대군을 준비해야 나라를 지킬 수 있다고 간곡히 호소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전 세계의 4차산업의 전쟁터에서 다시 절실하게 필요한 게 ‘바이오 군사 십만 양병’이 아닐까 싶다.


투자 대비 파급 효과 큰 바이오 산업 윤활유 "규제과학"


제약바이오산업 인프라에 필요한 다른 축은 규제과학 운영체계이다. 규제과학(regulatory science)은 기초연구부터 시작된 개발과정의 최종 관문에 해당하는 인허가 체계를 구성하는 과학이다.


후보군 발굴에서부터 실용화에 이르기까지 평균 10~15년이 걸리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통과해 제품화가 될 수 있게 하는 평가의 과학이다.


그런데 전술한 바와 같이 한국은 전통적 관점의 규제평가로 기술활용도가 낮고, 그로 인해 글로벌 경쟁력이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2009년 세계 15위에서 점차 하락해 10년 뒤인 2018년에는 26위까지 하락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문제는 전통적 관점의 규제과학은 저분자 물질 위주의 신약개발 플랫폼을 기준으로 체계화 돼 왔기 때문에 새로운 신기술 기반의 제품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특히 최근의 바이오신약들은 세포유전자 치료제로부터 유전자 편집, 리보핵산(RNA) 신약 등 그 스펙트럼도 빠른 속도로 넓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바이오 의약품들에 최적화된 기술 특성과 제품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규제과학 체계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신약 탄생의 과정에는 심각한 체증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규제과학의 시스템을 정비하는 게 투자대비 파급효과를 최대한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과거 몇 년간 투자액수를 크게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정책을 펼쳐 왔지만, 이런 투자 일변도 육성정책은 소프트웨어가 받쳐주지 못할 경우 한계에 도달하게 된다.


개별 제품에 대한 투자를 넘어 전체적인 규제시스템을 효율화하는 것은 제약바이오 산업 생태계에서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울러 이것은 예산과 자원이 한계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새로운 신약창출 전략이 될 수 있다.


제약바이오산업의 물꼬를 트는 것은 경제적인 의미를 넘어 한국 산업구조 고도화를 측정할 수 있는 바로미터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 노력이 예산증가에 의한 투자 일변도 육성책이었다면, 새 정부에서는 근본적인 인프라와 소프트웨어를 정비할 수 있는 새로운 육성책이 필요하다.


를 위해 4차 산업의 군사와도 같은 인력확보를 서둘러야 하며, 국제적 수준의 선진국형 규제과학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한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행히 새정부가 바이오헬스 분야 규제를 상시 개선하기 위한 바이오 헬스 특화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들에 의한 범부처 차원의 통합적 제약바이오 육성정책을 마련하는 것은 미래 한국 모습을 좌우할 핵심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이번 새 정부는 단기적 차원의 정치적 판단 보다는 나라 앞날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대한민국 미래산업에 대한 물꼬를 틀 수 있는 창의적인 정책을 수행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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